사자자리 유성우가 온통 별밤지기들의 마음을 뺏고 있는 11월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가족들과 함께 늦가을의 별자리도 익히고 쌍안경으로 숨어있는 아름다운 천체들을 찾아보자. 이것만으로도 취할 만큼 아름다운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목성과 토성
목성(남중 : 밤 10시 28분)
이달 밤하늘 여행의 시작은 목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떤 별이 목성인지 토성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자. 도시에 있든 들판에 나와 있든, 이달 내내 머리 위에서 주위의 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목성이다. 그래서 밝은 별이 드문 올 가을밤에 목성은 다른 별자리를 찾아가는 길잡이별이 된다.
목성은 거대한 크기와 높은 반사율 때문에 금성을 제외하곤 밤하늘에서 가장 밝고, 지구보다 11배나 큰 행성이다, 쌍안경으로 목성을 들여다 보자. 구경 50mm 쌍안경이면 강렬하게 빛나는 작은 공 주위로 4개의 아주 작은 점들이 좌우에 2개씩 보일 것이다. 이들이 1610년 갈릴레이가 처음 본 4개의 위성으로,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이다. 유성우를 살필 17일 밤에는 목성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가니메데-칼리스토-목성-이오-에우로파 순서로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으로 지름이 5천2백km가 넘어 수성보다도 훨씬 크다. 성능이 좋은 쌍안경이라면 목성 표면에서 갈색과 흰색의 줄무늬를 볼 수 있다. 흰색의 띠는 대기의 상승기류로 생긴 암모니아 구름이 햇빛을 반사시키기 때문에 밝고, 갈색 줄무늬는 하강기류로 인해 구름이 적은 지역이어서 어둡게 보인다. 목성에서는 지구 지름의 2배가 넘는 거대한 태풍인 대적반이 볼만한데, 아쉽게도 이것은 망원경으로 배율을 확대해야만 보인다.
토성 (남중 : 밤 11시 30분)
토성은 목성의 동쪽 양자리와 고래자리의 머리 사이에 떠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목성 다음으로 밝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토성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운 고리의 모습이지만, 쌍안경으로는 타원형의 원반으로만 보여 실망스러울 것이다. 사실 토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려면 4인치 정도의 굴절망원경이 필요한데, 이 달 7일이 토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여서 관찰하기에 가장 좋다.
한편 1997년 10월에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발사됐다. 카시니는 금성과 지구, 목성에서 각각 중력을 이용해 가속한 뒤 2004년 6월 토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카시니는 토성 상공 2만km 근처에서 선회하면서 토성을 상세히 관측할 예정이다. 탐사선에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투하할 소형 위성 ‘호이겐스’도 실려있다.
토성에서 제일 큰 위성인 타이탄은 수성보다 크면서,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대기도 있어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타이탄은 8등급으로 작은 망원경으로도 움직임을 관찰해 볼 수 있다. 왼쪽의 사진은 작년의 비슷한 시기에 찍은 것으로 관측하는 날의 행성 위치를 비교해보면 목성과 토성이 이동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 사람들도 이런 움직임을 관찰해서 다섯 행성을 별과 쉽게 구별해 낼 수 있었다.
2. 안드로메다 은하(M31)와 바람개비 은하(M33)
안드로메다 은하 (남중 밤 9시 30분)
바람개비 은하 (남중 밤 10 : 20분)
이제 태양계를 지나 멀리 우리은하 밖의 먼 외계은하를 찾아가 보자. 마젤란 성운을 빼고 북반구 하늘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외계 은하로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다. 이것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페가수스 사각형을 찾은 뒤, 사각형을 이루는 별 중 북동쪽 모서리에 있는 2등성 안드로메다자리의 알파(α)별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북동쪽을 향해 2등성 4개가 12-15도 간격으로 거대한 국자 손잡이모양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중 첫번째 2등성이 베타(β)별이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2개의 4등성 별을 더듬어 가면 안드로메다 은하의 흐릿한 모습을 육안으로 찾을 수 있다.
M31은 5등급의 밝기와 달의 5배가 넘는 겉보기 크기를 가져 쌍안경으로 보면 타원형의 구름조각처럼 보인다. 쌍안경 속에 비친 은하의 모습이 사진과 달리 작고 희미하다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쌍안경을 통해 당신 눈에 비치는 이 희뿌연 은하의 빛은 자그마치 2백20만년 전에 은하 속의 한 별에서 출발해 수많은 별들을 스치며 우주 공간을 날아와 바로 지금 우리의 망막에 부딪히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빛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시리우스보다 더 먼 어두운 공간 속에서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던 중이었다.
베타별로 돌아가 이번에는 안드로메다와 반대쪽으로 삼각형자리에 숨어있는 M31의 자식 은하격인 바람개비라는 별명을 가진 M33을 찾아보자. 이 은하는 6.5등급의 나선 은하로 M31 다음으로 크지만, 표면 밝기가 낮아 도시 근교에서는 쌍안경으로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어두운 하늘에서는 시력이 1.5인 사람들의 맨눈에도 보인다. 거리가 2백40만 광년으로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약간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이다.
3.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이중성단
남중 밤 11시 5분 경
이번에는 북동쪽으로 올라가, 5개의 별이 M자 모양으로 이어진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살펴보자. 카시오페이아는 딸 안드로메다를 위험에 빠뜨릴 만큼 출중한 미모의 왕비로 전해진다. 그래서 카시오페이아자리는 그녀의 화려함만큼이나 가을철 은하수가 가장 아름답게 흘러가는 장소에 자리잡고 있다. 또 천구의 북극에 가까워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1년 내내 볼 수 있다. 봄에는 북쪽 지평선 위에서 W자 모양으로 가을엔 천정 부근에서 M자 모양으로 걸려있는데, 북두칠성과 같이 북극성을 찾아주는 길잡이 별자리이기도 하다.
하늘 높이 걸린 카시오페이아를 관찰하려면 일단 드러눕는 것이 좋다. 그리고 쌍안경으로 별자리의 좌우를 훑어보면 수정처럼 빛나는 각양각색의 성단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성단들은 주로 M자의 동쪽에서 두번째 별인 델타별 부근과 서쪽 끝 별인 베타별 주변에 많이 모여 있다. 만일 7도 시야를 가진 7X50(대물렌즈 직경이 50mm이고 7배율이라는 의미)쌍안경을 가지고 델타별을 중심에 놓으면, 그 속에서 M103, NGC457 등 6개의 보석 같은 성단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또 알파와 베타별을 이어 같은 거리만큼 서쪽으로 연장한 장소에는 이 별자리 속에서 제일 큰 성단도 찾을 수 있다.
다시 델타별로 돌아와 다음은 은하수를 따라 동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 보자. 델타와 엡실론별을 밑변으로 하는 이등변 삼각형의 꼭지점에 육안으로도 뿌옇게 보이는 ‘이중성단’을 찾을 수 있다. 이 성단은 아마 쌍안경으로 볼 수 있는 전 하늘에서 가장 멋진 별무리일 것이다. 밝기는 4.0등급, 크기는 약 30분으로 서로 비슷한 이 쌍둥이 성단은 7천광년 이상 먼 곳에 있다. 쌍안경 속에 겨우 보이는 어두운 별들이 실제로는 우리은하에서 가장 젊고 밝은 초거성들이라고 한다.
4. 히아데스와 플레이아데스 성단
남중 밤 12시 30분경
이제 짧은 여행의 마지막 장소인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와 히아데스 성단으로 날아간다. 17일 밤, 플레이아데스는 목성과 토성을 이은 선을 동쪽으로 연장해 가면 하얀 솜뭉치처럼 빛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왼쪽 아래에는 별들이 비스듬히 누운 커다란 V자 모양을 그리고 있는 히아데스 성단이 있다.
플레이아데스에는 보일 듯 말 듯 깜박이는 작은 별들이 ‘물음표(?)’ 모양으로 모여 있는데 우리 할머니들은 ‘좀생이별’이라고 불렀다. 플레이아데스가 몇 개의 별로 보이는지 세어보자. 5-6개가 보인다면 보통 눈, 그보다 많으면 밝은 눈이다. 눈이 아주 밝은 사람들은 9개까지 별을 셀 수 있다고 한다. 이 별들은 수천만년 전에 태어난 아주 젊은 별들이어서 쥐라기 공룡들은 아마 이 별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밝은 별은 2.9등성인 알키오네. 쌍안경으로 관찰하기에 적당한데, 하늘이 어두운 장소에서는 별무리를 감싼 가스도 볼 수 있다.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딸들로 오리온이 그녀들에게 반해 귀찮게 쫓아다니자, 제우스가 그들을 처음에는 비둘기로 나중에는 별로 변신시켜 도망가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들 일곱 자매 가운데 메로페가 영원히 바윗돌을 굴려야 하는 벌을 받은 시지푸스와 결혼했다. 그녀는 이를 부끄럽게 여겨 얼굴을 가리고 다녔기 때문에 여섯 개의 별만 빛나게 됐다고 한다,
히아데스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와 아이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딸들이다. 플레이아데스와 배다른 자매들 이기도한 이들은 제우스의 어린 아들 디오니소스를 돌본 공로로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고 한다. 약 1백30광년 떨어져 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이다. 성단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은 V자 끝에 있는 붉은 색을 띤 1등성 알데바란이다. 하지만 이 별은 히아데스 성단의 가족이 아니고 지구에서 볼 때 같은 방향에 있을 뿐 훨씬 가까이 있는 별이다. 알데바란의 오른쪽에 놓인 테타별은 흰색과 노란색을 띤 3등성과 4등성이 약 6분 떨어져 있는 이중성으로 쌍안경으로 보면 꽤 예쁜 별이다.
이 밤하늘 여행이 끝날 즈음 사자자리가 동쪽하늘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가슴 설레는 유성우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