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그렇듯 우한대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다. 여름방학은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7주가량, 겨울방학은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5주가량 된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모두 두 달 이상인 한국 대학들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가령 크리스마스 전에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한국 대학과 달리, 우한대의 경우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열공’해야 한다. 1월 중순에 기말고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2년 전만 해도 우한대의 여름방학이 지금보다는 3주 정도 더 길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 9월부터 3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여름방학이 짧아졌다. 6월 셋째주쯤 2학기를 마치면 방학 없이 바로 3학기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여름방학 기간이 줄어든 것이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 사는 우한대의 특성상 방학에는 유학생이든 중국 학생이든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다. 교내 식당도 문을 닫고, 단수도 자주 된다. 또 전기 충전소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물과 전기가 끊기니 방학 기간 기숙사에서 생활하기가 꽤 힘들다. 하지만 중국 학생 중 일부는 석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또 유학생의 경우 방학에 중국 여행을 다니기 위해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방학이 되면 늘 집이 있는 한국으로 왔던 터라 우한대 캠퍼스에서의 방학 생활을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지난해 1학년 여름방학의 경우 컴퓨터학과 유학생만 3학기가 필수로 바뀌면서 다른 유학생들보다 한 달가량 캠퍼스에 더 남아있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한대의 방학 풍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한국 유학생들이 하나둘 한국으로 돌아가고, 중국 학생들도 자리를 비우면서 휑해진 캠퍼스가 상당히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빨리 시험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유학생에게 방학의 즐거움이 있긴 하다. 바로 여행이다. 유학 생활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방학 기간에 유학중인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비자를 발급받아야 여행이 가능한 국가인 만큼 유학생이라는 신분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일반적으로는 겨울방학보다 여름방학 때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날씨도 따뜻하거니와 기간이 더 길어 여유 있게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행지로서 장점이 많다. 상하이(上海)나 베이징(北京) 같은 대도시가 있는가 하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안(西安)과 뤄양(洛阳)도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풍경을 갖춘 장자제(张家界)나 바다가 있는 휴양지 싼야(三亚)는 그 넓이만큼이나 특색이 있다. 거리가 먼 지역은 10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가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침대 기차’를 타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다.
중국 학생들은 여름방학에 여행을 다니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평소 흥미가 있던 일을 한다. 추운 겨울방학에는 여행을 다니기보다는 쉬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방학 중에 운전면허를 따는 학생들도 많다.
한국과 달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의 경우 대학생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인건비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또 중국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학기 중에도 열심히 공부하지만, 방학 중에도 전공 공부를 놓지 않는다. 방학이 시작될 때쯤이면 다들 방학 중 학습 계획을 구상해둔다. 다음 학기를 예습하기도 하고, 전 학기 내용을 복습하기도 한다.
나 같은 유학생에게 방학은 한국으로 돌아와 향수병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중국에서 먹지 못하는 한식을 먹고, 한국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면서 그동안 쌓였던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기름지고 느끼한 중국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한국의 칼칼한 매운맛이 종종 그리워진다.
물론 책도 읽고 공부도 한다. 이때는 주로 전공과 상관없는 책을 읽는다. 학기 중에는 전공 공부를 하느라 다른 책을 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독서에 대한 갈증을 몰아서 해소한다. 전공 공부와 중국어 공부도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어 틈틈이 해야 한다.
어쨌든 방학이 시작되면 잠시라도 강의와 과제,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쉴 수 있어서 신이 난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런데 방학이 끝난 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중국 학생이나 한국 학생이나 계획을 100% 실행하는 데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