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지도 교사들은 서울대 고교장 추천 전형으로 치러진 지필고사에 주목한다.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지난 9월 18일 2000학년도 고교장추천입학을 위한 지필고사를 실시했다. 모집정원 4천7백38명 가운데 7백5명을 선발하는 서울대 고교장추천입학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천을 통한 입학제도 안에는 내신성적을 비롯한 여러 단계의 평가가 있다. 그 중 이번에 치러진 지필고사는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전형요소의 20-40%까지 반영돼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의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는 통합교과적 문제를 제시하려했다는 최명옥 출제위원장(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말처럼 각 문제들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특히 자연대와 공대 지망생들이 푼 문제는 초신성과 같은 최신의 뉴스에서부터 DNA로 구를 만드는 것과 같은 기막힌 상상까지 다양했다. 따라서 당일 문제가 발표된 후 문제와 그 해결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과학동아는 대학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과 지도교사들을 위해 자연대와 공대 지망생들이 치룬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지면에 공개한다. 이 내용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담당분야 전문가의 감수가 있었다.
① 초신성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찾아라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의 초신성(超新星, supernova) 탐사 팀은 1999년 6월18일 탐사의 첫 개가로서 아벨 은하단 2065 안에 있는한 은하에서 초신성을 발견하고, 8월14일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았다. 초신성 탐사 팀은 1998년 10월과 1999년 1월과 6월에 한국천문연구원의 보현산 천문대 1.8m 광학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여러 은하단들을 세 파장대에서 CCD(charge coupled device:미약한 빛을 검출하는 첨단 장비) 촬영을 하였다. 이 자료들을 분석한 후 1월 17일과 6월18일의 이미지를 비교한 결과 새로운 초신성이 R.A=15h22m28s.90, Dec=+27˚42'57".95(epuinox2000.0)에서 발견된 것이다.
한국에서 초신성을 발견한 것은 선조 37년(1604)에 관상감의 천문학자들이 발견한(서양에서는 케플러 초신성으로 알려져 있음) 이래로 거의 4백년만의 일이다. 따라서 한국 역사상 첫 공식 발견으로서의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이와 같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 초신성까지의 거리, 즉 초신성을 포함한 은하단 2065까지의 거리는 약 10억 광년(적색이동에 관한 근사적 거리)이고, 발견 당시 초신성의 밝기는 약 R=18.79등급이었다.
이 초신성의 발견은 7월7일 이명균/박창범 교수 팀에 의해 국제 천문연맹에 처음으로 보고되었으며, 8월 초 한국천문연구원의 보현산 천문대 소속 전영범 연구원 팀과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의 Michael Bolte 교수의 추가 관측에 의해 재확인돼 8월14일자 국제천문연맹회람 7237호에서 "SN 1999dm"이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받았으며, 공식 발견 일자는 1999년 6월 18.64일(UT 기준)로 인정되었다.
위의 글은 최근 한국인 팀에 의해 이루어진 초신성 발견에 관한 기사이다. 초신성 폭발은 무거운 별이 핵연료를 다 써버리고 마지막으로 대폭발을 하면서 엄청난 빛을 내는 별의 진화의 거의 마지막 단계이다. 이 때 하나의 별에서 은하계 전체가 내는 정도의 빛을 내기 때문에 몇 주 동안 대낮에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다.
초신성 발견이 공인되려면 몇 가지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본문의 내용으로부터 이번에 발견된 초신성이 국제적으로 공인되는데 근거가 되었으리라 생각되는 세 가지의 기준을 찾아내고, 왜 그러한 기준이 중요한지 간단히 설명하라.
● 아하! 그렇군요.
예문에 초신성의 발견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초신성으로 인정받는데 필수적인 조건이 무엇일지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예컨대 10억 광년 정도의 거리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점은 커다란 의미를 가지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초신성 폭발은 그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도 혹은 가까운 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3자가 이 초신성을 확인하고자 할 때 10억 광년이라고 하는 근사적 거리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초신성의 발견이 인정을 받으려면 첫째로 발견된 시간과 위치, 그리고 등급(밝기)을 자세히 보고해야 한다. 본문에는 발견된 시간(1999년 6월18일.64일)과 정확한 위치(R.A.=15h22m28s.90, Dec=+27˚42'57".95(epuinox2000.0)), 그리고 등급(R=18.79)이 언급돼 있다.
둘째 추가 관측에 의한 확인이 필요하다. 본문에는 전영범 연구원 팀과 미국 Michael Bolte 교수의 추가 관측이 언급돼 있다.
셋째 다른 별과 달리 초신성의 경우에는 이전에는 그 위치에 별이 없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1999년 1월17일에 얻어진 사진의 그 위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으나 6월18일에는 별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② 이슬 속 원자와 우주전체 별 중 무엇이 더 많을까?
나선은하의 하나인 우리가 속한 은하계에는 약 1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에는 대충 1천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은하계에 들어있는 별의 수라는 면에서 우리가 속한 은하계는 전형적인 은하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미시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위의 물질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졌고, 생명 현상은 원자와 원자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분자를 단위로 하여 일어난다. 그런데 원자, 분자는 아주 작기 때문에 꽃잎에 맺힌 아침 이슬 하나(부피는 0.1mL로 가정)에도 많은 수의 원자와 분자가 들어있다. 이슬 하나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와 우주전체의 별의 수를 비교하고 이 결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라. 물 1몰은 18g이고, 이 안에는 6.0 X ${10}^{23}$개의 물분자가 들어 있다.
● 아하! 그렇군요.
1천억개의 은하계와 1천억개의 별을 곱하면 우주 전체의 별의 수를 ${10}^{22}$로 얻을 수 있다.(≒${10}^{11}$ X ${10}^{11}$). 그리고 0.1mL의 물에 들어 있는 원자 수도 (3)(6.0 X ${10}^{23}$)(0.1/18) = ${10}^{22}$로 얻어진다.
(3은 물분자 하나에 수소 원자가 두개, 산소 원자가 하나 있으므로 모두 세 개의 원자가 들어 있다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계산으로부터 우주 전체의 별의 수와 아침 이슬 하나에 들어 있는 원자 수는 대충 비슷하다. 밤하늘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수천 개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우주가 얼마나 광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원자는 얼마나 작은가 하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이들 사이에 위치한 중간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③ 물이 증발할 때 매초 몇 개의 물분자 층이 기화할까?
태양 에너지는 생명의 근원이다. 한낮에 1cm²에 1분 당 8J정도의 태양 에너지가 도달하는 지구 표면에서 이 에너지가 모두 기화열로 사용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지면에 고인 물이 증발할 때 1mm의 층이 기화되는데 몇 분쯤 걸릴까? 유효숫자 하나로 답하라. 물의 기화열은 1몰 당 약 41kJ이다.
물이 물분자의 층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 위의 경우에 양지에서 물이 증발 할 때 매초 몇 개의 물분자 층이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셈인지 유효숫자 하나로 답하라. 물분자 층의 두께를 어떻게 추산할 수 있는지 보여라.
● 아하! 그렇군요.
물의 밀도를 1g/cm³라고 하면 1cm²의 지면에 고인 1mm의 두께의 물의 부피는 0.1cm³이므로 질량은 0.1g이다. 이것은 1/180몰에 해당한다. 1몰의 물을 기화시키는 데 4만1천J의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1/180몰에는 약 2백30J의 기화열이 필요하다. 1분 당 8J의 태양 에너지가 도달한다면 이 물이 다 증발하는 데는 약 30분이 걸린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0분(1천8백초)에 1mm의 물 층이 기화한다면 1초에 약 5천6백 옹스트롬(Å)의 층이 증발하는 셈이다(1Å = ${10}^{-7}$mm). 물분자 층의 대충 두께를 구하기 위해 물 1몰이 차지하는 부피 18cm³에 6.0 X ${10}^{23}$개의 정육면체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정육면체 하나으 ㅣ부피는 (18 X ${10}^{24}$ų)/(6.0 X ${10}^{23}$) = 30Å다. 한 모서리의 길이(한 층의 높이)는 부피를 세제곱하면 얻어지므로 약 3Å으로 말할 수 있다. 따라서 1초에 증발하는 물층의 개수는 5천6백Å을 3Å으로 나눠 약 2천개가 된다. 물이 이렇게 빨리 증발하므로 옷이 비에 젖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란 얘기다.
④ DNA로 구를 만든다면 반지름은?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사람의 DNA에는 30억 개의 염기 쌍이 들어 있고, 염기 쌍 사이의 거리는 3.4옹스트롬(1Å=${10}^{-10}$m)이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사람의 DNA를 한줄로 연결하면 전체 길이는 얼마 정도가 될까? DNA를 지름이 약 20Å인 긴 원통으로 가정하자. 하나의 세포에 들어있는 사람의 DNA로 DNA의 구를 만들었다면 이 DNA 구의 반지름은 얼마일까? 유효 숫자 하나로 답하라. 참고로 사람의 간세포의 지름은 약 20μm(1μm = ${10}^{-6}$)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세포핵의 지름은 약 4μm이다.
● 아하! 그렇군요.
DNA를 1줄로 연결했을 때의 길이는 염기 쌍 사이의 거리(3.4 X ${10}^{-10}$m)에 염기 쌍의 수(3 X ${10}^{9}$)를 곱한 값인 약 1m다.
DNA 원통의 부피는 π(1 X ${10}^{-9}$m)²(1m) = π X ${10}^{-18}$m³이다. 구의 반지름을 r이라 하고 구의 부피(4πr³/3)를 원통의 부피와 같게 놓으면 반지름은 1μm이다. DNA 구의 지름은 세포 지름의 10분의 1정도인데, 그 이유는 DNA전부가 하나의 구로 뭉쳐져 있지도 않을뿐더러, 산성인 DNA는 히스톤(histone)이라고 하는 염기성 단백질들을 감싸고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