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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의료기기 개발은 반도체 기술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는 오랜 역사를 두고 꾸준히 발전해 왔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우선 신체내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의공학적인 발전이 새로운 진단방법 및 의료기기의 개발을 통해서 이루어져왔다.

병원에 한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사의 청진기만으로는 진료가 끝나지 않고, 피검사 X선촬영 초음파촬영 심전도검사등을 위해 여러가지 형태의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러한 의료기기의 발전은 최근에 급속히 이루어진 것으로 불과 10여년전에는 관찰이 불가능했던 신체내부의 모습을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최근들어 개발된 의료기기들은 첨단의료기기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이러한 의료기기 개발에 바탕이된 기술이 바로 반도체기술, 컴퓨터기술 등의 첨단기술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최근의 의료기기개발은 이에 관련된 여러가지 기술, 특히 컴퓨터기술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 개발의 관점에서는 다음의 두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첫째 새로운 진단방법 또는 의료기기는 지금까지 관찰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하거나, 관찰이 가능했던 현상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병에 따라서 특이하게 변화하는 신체내의 현상을 객관화하여 나타냄으로써 진단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로 새로운 진단방법 및 의료기기는 되도록이면 인체에 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진단방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위험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아픔과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고,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하며, 또 가능하면 환자의 심리적인 거부감도 줄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 이러한 첨단의 의료기기 중에서 대표적인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 자기공명 영상장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인체 피해 적고 동작파악기능

초음파라함은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듣는 음파의 범위인 20~20,000Hz의 범위를 벗어나 주파수가 이보다 높은 음파를 나타낸다. 즉 초음파는 우리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모든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학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 초음파는 이러한 주파수 범위 중에서도 1MHz(1,000,000Hz)~20MHz 범위의 매우 높은 부분이다. 초음파영상 진단장치는 초음파를 신체에 쏘아서 이 초음파가 신체 조직의 각 경계면 상에서 반사되어오는 것을 순차적으로 검출하여 영상화하는 것이다.

초음파의 발생 및 검출은 압전(壓電)소자를 이용한 변환기를 사용한다. 이 압전소자는 전압이 걸리면 쌍극자(雙極子)형태의 분자 배열의 구조가 변화해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고, 걸린 압력에 의해서 분자의 배열구조가 변화하여 전계(電界)의 변화를 발생시킨다. 즉 전압을 압력으로 변환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를 발생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압력을 전기신호로 변환시켜주기 때문에 반사되는 초음파를 검출하는 신호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초음파는 신체의 각 조직을 진행하다가 조직의 경계면상에서 각 조직의 초음파 전달특성의 차이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반사되고 부분적으로는 투과된다.

초음파는 소리와 마찬가지로 공기중에서 주파수에 상관없이 약 3백40m/초의 속도로 진행하고 물속에서는 약1천5백40m/초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신체내에서의 초음파의 진행 속도는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뼈를 제외한 연조직에서는 물속에서의 속도와 비슷한 1천5백40m/초 내외의 속도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며, 뼈속에서는 전달속도가 4천80m/초 정도로 빠르다.

초음파의 반사 및 투과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각 조직부위의 초음파전달 속도와 밀도이다. 속도와 밀도의 곱을 청각 임피던스라고 하는데, 소리의 반사는 이 청각 임피던스(acoustic impedance)의 차이가 클수록 크며, 투과도는 반대로 임피던스의 차이가 적을수록 크게 되어 많은 부분이 투과해 진행하게 된다. 이 임피던스의 차이는 뼈와 연(軟)조직, 연조직과 공기 사이에서 커서 반사가 크게 일어나며, 연조직 사이에서는 비교적 작게 나타나, 반사되는 성분과 투과되는 성분이 적당하기 때문에 신체의 깊숙한 부분까지 초음파가 전달돼 영상진단을 가능하도록 한다.

반사되는 초음파 신호들은 깊이에 따른 전달 거리의 차이에 의해 거리에 비례하는 시간 지연을 갖고 검출된다. 초음파 펄스를 일정한 간격으로 발사시켜 주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초음파가 지나가게 되는 단면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사되어 다시 검출기로 검출된 신호는 신호를 처리하는 후속의 전자회로들을 통과해서 CRT화면에 영상의 형태로 표시된다.

초음파 촬영장치의 특징은 신체에 해를 주지 않고 내부의 형태를 영상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X선은 진단의 범위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축적되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으나 초음파의 경우에는 진단의 범위에서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으므로 특히 산부인과 영역 등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실시간(real time)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TV의 영상과 같이 1초에 30화면씩 표시하여 줄 수 있으므로 신체내의 움직이는 부분의 특성에 대해서도 화면으로 파악할 수 있어, 심장의 운동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분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는 이와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그 종류가 사용목적, 용도 등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개발돼 이용되고 있으며, 그 응용범위가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태아의 건강을 살펴보기 위해 초음파진단 중인 임산부


컴퓨터단층 촬영장치-3차원 영상파악 길 열려

컴퓨터단층 촬영장치는 그야말로 첨단 의료기기의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Computerized Tomography:CT)는 첨단의료기기 분야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은 물론이고 의료기기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그 영역을 확대시키게 된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종래의 X선 촬영에서는 X선을 신체에 투과시키고 그 반대편에 필름등의 검출장치를 위치시켜 신체내부의 구조를 영상화했다. 그러나 신체의 각 조직들은 3차원적인 공간상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필름등에 촬영하는 것은 3차원 입체의 투영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실제로 X선 촬영상은 2차원 X선에 대한 인체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림자만으로 원래의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듯이, 3차원 인체를 투영한 한장의 2차원 영상에서는 원칙적으로 3차원의 정보를 복원해 낼 수가 없다. 즉 X선 진행경로상의 모든 점들이 필름에는 같은점으로 기록이 되기 때문에, 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고, 점광원인 X선 초점에서의 거리에 따라 기록되는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를 분석하기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신체 단면의 영상을 정확하게 표시하여 준 것이 바로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다. 우리가 어떤 물체의 그림자 하나만 가지고 그 물체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려우나, 한 방향에서의 그림자 뿐만 아니라 여러방향에서의 그림자를 갖고 있다면, 실제의 물체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여러 각도에서 본 그림자의 개수가 증가 함께 따라 실제의 물체에 가깝게 예측하여 낼 수 있을 것이다.

가시광선이 인체를 투과해 나타낸 영상이 그림자라면, X선 영상은 (실제로 X선도 가시광선과 같이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X선이 신체를 투과하여 나타내는 X선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가시광선의 그림자는 가시광선이 신체를 거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검게 나타나지만, X선의 그림자는 X선의 신체 투과 특성이 좋기 때문에 신체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명암을 나타내게 된다. 그림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X선의 영상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얻으면 원래의 모양을 보다 정확하게 추정해 낼 수 있고, 각도에 따른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욱 실제의 모습에 가깝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수학적으로도 투영된 영상들로부터 원래의 영상을 복원해 내는 것이 증명이 되어 있다. 단지 실제의 경우에 이 과정에서는 수십만개의 영상단위 세포의 값을 역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컴퓨터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가 최근의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그 빛을 보게 된 것이다.

2차원 영상에서 한개의선에 해당되는 1차원 데이터들로부터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게 한 2차원의 단면 영상을 복원해 내는 것이다. 이 2차원 단면은 척추의 방향과 수직인 방향의 매우 얇은 두께의 단면 영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를 단층촬영이라고 한다. 이 단면의 위치를 변화시켜 가면서 촬영하면 신체단면 영상을 차곡차곡 얻게 되어 궁극적으로 3차원 정보를 정확하게 얻는 셈이 된다. 이렇게 얻은 영상은 마치 신체를 절단하여 관찰한 것과 같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X선을 이용한 진단 범위를 크게 확장시켜 놓았으며, 종래에는 두개골에 싸여 촬영이 어려웠던 뇌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보통 한개 단면을 촬영하기 위해 1,2백개의 방향에서 X선을 투과시켜 촬영하기 때문에 진단받는 사람의 X선 피폭량이 증가되는 것이 가장 커다란 단점이나, X선 검출에 필름 대신 고감도의 검출방법을 사용하여 X선 사용량을 줄여가고 있다.
 

CT촬영사진은 신체부위를 마치 칼로 잘라놓은 듯한 단면도를 보여준다. 사진은 뇌종양환자의 뇌이다.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다양한 각도로 관찰 가능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agnetic Resonance Device)는 최근에 출현해서 활용되고 있는 첨단 의료 장비다. 이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의 경우에는 사용하는 에너지가, X선을 이용하는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와는 달리 자기에너지와 전파에너지다. 이 진단장치는 신체를 0.5~2.0Tesla(1테슬라는 1만가우스(gauss)로 가우스는 자장의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다)가 되는 강력한 자장내에 위치시킨다. 이 자장에 공명되어 있다가 자장을 제거하였을 때 원래의 상태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검출하여, 신체내의 수소원자 분포를 분석해 내는 것이다. 환원되는 과정에서 검출되는 전파의 주파수는 몸에 걸렸던 자장에 비례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자장 세기를 위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일정한 경사를 주어서 걸면 측정되는 전파의 주파수를 분석하여 그 발생위치를 알 수 있으며 그 주파수 성분 크기로 그 위치에서의 수소원자 농도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컴퓨터 단층 촬영 장치에서 사용했던 컴퓨터를 이용한 수학적 영상복원 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컴퓨터 단층 촬영 장치에서의 기술축적이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의 개발에 많이 이용되어, 임상적으로 활용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특히 X선 단층촬영 장치의 경우에는 척추와 수직인 단면의 영상만 촬영가능한데 비해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의 경우 신체내의 단면을 임의의 각도에서 절단하여 관찰할 수 있다. 즉 횡단면 이외에 종단면 등 임의의 각도에서 관찰이 가능하여 진단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또한 X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에 주는 해가 없고 X선과는 달리 수소원자의 분포로 나타나는 새로운 해부 학적 구조를 표현하여 주기 때문에 그 임상적 활용 가치가 높아 그 활용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현재 일반 병원에서는 앞에 설명한 것들 이외에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 디지털 X선 촬영장치, 전자내시경 등 여러 종류의 장비들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기기들은 그 시대 최고의 기술수준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기술이 당대의 기술수준을 그대로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들 앞에는 많은 질병 진단 및 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놓여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새로운 첨단 의료기기를 통한 진단방법 및 치료방법을 통해 하나씩 해결되리라고 기대한다.
 

NMR-CT촬영에 들어가는 환자. 자기파가 이용되므로 인체에 해가 없어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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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광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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