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밤하늘이 많은 10월 밤 은하수는 북쪽 하늘에서 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를 지나며 큰 원호를 그린다. 깊은 밤 머리 위에는 가을의 상징인 페가수스 대사각형이 자리잡고 동쪽에는 황도 별자리인 물고기자리와 양자리가 밝게 빛나는 목성과 토성을 안고 있다.
1. 물고기자리 Pisces
대략위치: 적경= 0시 38분 적위= +12도
자정남중: 10월 8일
크기: 889.42도, 14위(2.156%)
보이는 별 수: 50개
탄생 별자리 생일기간: 2월 19일 - 3월 20일
물고기자리는 황도 12궁 중 마지막 별자리로 페가수스 사각형과 고래자리 사이에서 두 마리의 물고기가 줄에 묶여 헤엄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아들 에로스가 괴물 티폰에 놀라 물 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로 변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두 모자는 물 속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꼬리를 줄로 이었다고 한다.
물고기자리에는 5등급 이상의 별이 50개나 있지만, 가장 밝은 알파(α)별도 4등급에 지나지 않아 달빛이 없는 시골에서 찾아야 겨우 보인다. 다행히 올 가을에는 목성 남쪽에 알파별이 있어 별자리를 그려보기가 조금 쉬울 것 같다.
알파별에서 페가수스자리 사각형 바로 아래를 따라가 보면 오각형의 별무리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두 마리의 물고기 가운데 서쪽 물고기이다. 다시 알파별에서 목성이 있는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북쪽 물고기에 이른다. 알파별 알리샤(alrisha)는 ‘매듭’을 의미하는데, 두 물고기를 잇는 끈을 묶고 있다. 3.9등성이며 98광년 떨어져 있다. 안드로메다자리의 감마(γ)별과 양자리의 알파(α)별을 이어 같은 거리만큼 아래로 연장하면 알파별을 찾을 수 있다.
기원 전 27년 경 이래 춘분점은 지금의 물고기자리 부근으로 옮겨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물고기자리가 황도 제1궁이다. 태양은 3월 12일-4월 18일까지 37일간 이 별자리를 통과한다. 현재 춘분점은 오각형 모양의 서쪽 물고기 꼬리에 해당하는 오메가(ω)별 아래에 있다. 춘분점은 황도와 적도가 교차하는 천구좌표의 기준점으로 적경 0시, 적위 0도가 되는 점이다. 태양은 매년 3월 21일 춘분날 이 점을 통과한다.
춘분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고 이후 태양은 하늘의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올라와 낮이 길어진다. 춘분점이 변한다는 사실은 히파르쿠스가 처음으로 알아냈다. 원전 150년 경 히파르쿠스는 별의 위치를 과거와 비교하던 중 춘분점이 황소자리에서 양자리로 이동한 사실을 알아냈다. 계산 결과 춘분점은 1년에 약 48초 움직였다. 이는 기울어져 있는 지구의 회전축이 팽이처럼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세차운동 때문이다
춘분점은 현재도 약 50초씩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이것은 2천년마다 평균 30도씩 한 개의 황도 별자리를 통과하고 2만6천년이 되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꼴이다. 6백년 뒤인 서기 2천6백20년에는 태양이 춘분날 물병자리에 들어가 ‘물병자리 시대’가 시작된다. 또 1만2천년 뒤에 춘분점은 다시 황소자리로 옮겨진다. 이때에는 직녀성이 북극성이 되며, 오리온자리가 여름 별자리, 전갈자리는 겨울 별자리로 지금과 정반대가 된다.
2. 양자리 Aries
대략위치: 적경= 2시 38분 적위= +20.3도
자정남중: 11월 7일
크기: 441.39도, 39위(1.07 %)
보이는 별 수: 28개
3월 21일 - 4월 20일에 태어난 사람들의 별자리
양자리는 물고기, 삼각형, 페르세우스, 황소자리에 둘러싸인 별자리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황금 양가죽’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양자리는 무엇보다도 황도 12궁의 첫째 별자리로 유명하다. 약 3천년 전 황도대 별자리가 만들어질 때 양자리에 춘분점이 있어 양자리는 황도 제1궁이 됐다. 그래서 ‘춘분점’이라는 단어는 ‘양자리의 원점’이라는 뜻으로 표기되고 있다. 점성가들은 아직도 이 별자리를 12궁의 첫번째 별자리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태양이 4월 18일-5월 14일까지 26일간 양자리에 머무르기 때문에 사실 황도의 마지막 제12궁이다.
황도 별자리인 만큼 양자리 속에서 종종 행성이나 혜성을 관찰 할 수 있다. 올 가을과 겨울 내내 양자리 속에서 토성을 관찰할 수 있고 목성도 10월 중순까지 양자리에 머물다 물고기자리로 옮겨간다. 알파별 하말(Hamal)은 ‘새끼 양’을 뜻하는데, 2.0등급의 오렌지색 거성으로 78광년 떨어져 있다. 2천4백년 전에는 춘분점이 이 별 아래에 있었다. 감마별은 1664년 로버트 후크가 혜성을 관찰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중성으로, 망원경으로 발견된 첫번째 이중성이다.
3. 화로자리 Fornax
대략위치: 적경= 2시 49분 적위= -32.3도
자정남중: 11월 10일
크기: 397.5도, 41위(0.964%)
보이는 별 수: 12개
고래자리와 에리다누스자리 사이에 있는 희미한 별들로 남쪽에 낮게 떠 있다. 화로자리는 1751년에서 1753년까지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에서 프랑스 천문학자 니콜라스 루이스 데 라카유가 남반구 하늘을 관측하면서 만든 별자리이다. 화학실험용 화로를 발명한 화학자 라브와지에의 업적을 기념해 만들었다. 처음 이름은 화학실험로자리(Fornax Chemica)였다. 화학실험로는 화로 위에 그릇을 설치하고 불을 피워 가열을 하는 실험기구였다.
이 별자리는 지평선 약 20도 근처에 위치하고 4등급 이하의 별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알파별은 3.9등성으로 46광년 거리에 있고, 베타별은 4.5등성으로 2백광년 떨어져 있다. 밝은 별은 없지만 화로자리와 에리다누스자리 경계지역에는 화로자리 은하단으로 불리는 은하들이 많다. 12인치 정도의 큰 망원경이면 9등급의 NGC1316을 비롯한 크고 작은 9개의 은하를 볼 수 있다. 별자리 중앙 아래에는 우리 국부은하군의 구성원인 작은 은하 하나와 몇 개의 구상성단으로 이루어진 공 모양의 화로은하계가 있다.
10월의 천문현상
이달은 찬란히 빛나는 행성들로 가을 밤하늘이 밝아질 것 같다.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목성과 토성이다. 목성은 이달 24일에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반대에 놓이게 되는 위치인 충이 되고, 토성도 다음달 8일이 충이라 두 행성 모두 가장 밝게 빛나는 시기다. 그리고 금성도 새벽 동쪽 하늘에서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다.
■24일: 목성 충
행성의 왕 목성이 24일 양자리와 물고기자리의 경계지역에서 충이 된다. 이날 목성의 시직경은 46.5초, 광도 -2.9등급으로 가장 크고 밝아서 소형망원경으로도 목성의 표면 줄무늬와 4대 위성을 관찰할 수 있다. 게다가 11월 7일 충을 맞이하는 토성도 동쪽 15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밝게 빛나고 있어 망원경으로 두 행성의 밝기와 모습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8일-9일: 용자리 감마유성군
9일 새벽 북쪽하늘 용자리에서 주기 6.61년인 자코비니-지너 혜성에 의해 생기는 별똥별을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지난 1985년에 이어 모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13년 주기여서 유성의 대출현이 기대됐지만 그리 많은 유성을 볼 수 없었다. 올해는 그믐이라 관측여건도 좋아 다시 한번 주목해 볼 만하다.
■31일: 금성 서방최대이각
지난 9월 26일 최대광도로 빛나던 금성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이 달 31일 새벽 동쪽 하늘에서 서방최대이각에 이른다. 이날 금성은 태양의 서쪽 46도 39분 떨어져 있어 일출 30분 전에 동쪽 하늘 40도 정도 위에 떠 있다. 광도도 -4.4등급으로 여전히 아주 밝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이들은 샛별을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수성도 저녁 서쪽하늘에서 동방최대이각이 되지만 일몰 때 고도가 9도에 불과해 어두워지기 전에 가라앉아 전혀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