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사랑은 기껏해야 30개월
최근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은 남녀간의 애정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2년에 걸쳐 다양한 문화집단에 속하는 남녀 5천명을 인터뷰하는 방법으로 ‘애정의 지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녀간에 가슴 뛰는 사랑은 기껏해야 18-30개월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잔 교수는 남녀가 만난지 2년이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화학물질?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정서적 감정 속에 화학물질이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그 화학물질은 호감을 갖고, 열정을 갖게 되는 사랑의 각 단계마다 다른 물질을 분비한다. 신경생물학자들이 ‘사랑은 두뇌의 화학적 작용’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사랑의 단계에 따른 화학물질들의 작용을 살펴보자.
1. 상대방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 도파민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 대뇌의 변연계에서 화학적인 작용이 시작되면서 사랑의 전령자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만들어진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만일 이때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면 강박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 피사대학 정신과 의사인 도나텔라 마라치티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열애에 빠진 청소년과 강박증인 환자는 모두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농도가 낮았고, 걱정이 많고, 계속 손을 씻는 것과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 사랑에 빠진다 - 페닐에틸아민과 옥시토신
변연계에서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면서 감정은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페닐에틸아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구실을 한다. 이때는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진다. 이때쯤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껴앉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서 시상하부의 뇌하수체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상대방의 자극에 예민해지면서 육체적인 사랑을 원한다. 서로에 대해 만족해하지만 열정은 수그러든다. 하잔교수가 설명한 가슴 뛰는 사랑이라고 말한 시기다.
3. 상대방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 엔도르핀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단계에 이르면 안정을 되찾아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엔도르핀은 일종의 마약과 같은 물질로 통증을 없애주고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준다. 사랑의 기쁨이 몸과 마음에 충만한 상태를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