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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 후 한국인 체형

키 5cm이상 커지고 체력은 떨어져

조선시대 한국인의 평균 키는 1백50cm였다. 2020년에는 이보다 20cm 정도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체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체력은 현재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1백여년 전 구한말 시대의 한국인은 키가 현재보다 10cm 정도 작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TV를 보면 ‘지오레인저’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몸통은 없고 머리만 있는 조단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뇌만 있는 가상의 인물은 21세기 SF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화된 인간 형태의 하나다. 과연 인간은 이런 방향으로 진화할까.

가까운 과거를 살펴보면 인간이 미래에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조금이나마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예로 1960년대 미스코리아와 1990년대 후반 미스코리아의 키를 비교해보면 누구라도 미인의 몸이 늘씬한 서양형으로 변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체격도 서양인처럼 변해갈까.

하체 길어져 ‘서구화’추세

미래 한국인의 체형을 추측하려면 우선 과거로부터 키나 몸무게와 같은 체격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 한국인의 체격에 대한 자료는 해방을 전후로 한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자료는 몇몇 문헌에 가끔씩 등장하는 용어를 통해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한 문헌에는 사척단구(四尺短軀)와 육척장신(六尺長身)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4척이면 작은 키이고 6척이면 큰 키라는 의미다. 척(尺)은 약 30cm 정도의 길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4척(1백20cm)과 6척(1백80cm) 중간인 5척(1백50cm)이 조선시대 보통 사람의 키임을 추측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키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10년대에 이르면 남성의 키는 1백61cm, 여성의 키는 1백48cm에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각각 10cm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최근의 자료는 대부분 20대를 중심으로 구한 값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양상이 나타날까. 물론 현재까지의 자료만으로 몇십년 후 또는 몇백년 후의 체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무리다. 사람의 키와 몸무게가 결정되는 데는 경제적인 여건, 음식문화, 그리고 운동의 정도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성장률에 대한 자료와 함께 현재 청소년의 체격에 대한 자료를 통해 최소한 20년 후 한국 성인의 체격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20년 후는 현재 청소년이 자라나 성인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표 참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즉 키는 10년 전인 88년보다 남학생이 평균 3.87cm, 여학생은 2.63cm가 더 커졌다.

그러나 앉은키의 성장은 소폭에 그쳐 상대적으로 하반신이 길어졌다. 또 가슴둘레가 0.87-3.19cm 가량 커졌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청소년들의 체격은 점차 ‘서구형’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의미다. 이 자료와 현재의 성장속도를 토대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추정한 2020년 한국 성인의 평균키는 남자 1백75cm, 여자 1백65cm다. 현재(남자 1백70cm, 여자 1백58cm)에 비해 약 5-7cm 성장한 값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


‘속 빈 강정’ 아닐까

한편 몸무게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남자와 여자의 증가율이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청소년의 경우 몸무게가 10년 전보다 남학생이 4.47kg, 여학생이 2.79kg 늘어나 남자의 몸무게가 훨씬 많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남자의 경우 65kg 정도까지 성장하지만(현재 63.6kg) 여자는 성장이 둔화되거나 과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53kg에 그칠 것이다(현재 52.5kg). 따라서 키가 서구형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몸무게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체격은 서양인과 다른 형태로 성장될 것이다.

그런데 키와 몸무게는 사람의 외형적인 조건을 알려주는 값일 뿐 건강한 정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를 주지 못한다. 키가 크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2020년대 한국인의 키가 성장한다는 말이 곧 ‘국민건강’이 향상됐음을 알려주는 지표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청소년들의 건강 상태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다. 교육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녀 학생 모두 1백m 달리기, 제자리 멀리뛰기, 턱걸이(여자는 팔굽혀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던지기, 오래달리기 등 6종목의 기록이 매년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외형적인 체격은 성장했지만 몸을 작동시키는 힘인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TV, 비디오,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탓에 안경을 끼는 학생이 1백명중 20명이 넘고, 과다섭취와 운동부족에 따른 고도비만 학생(표준 체중의 1백50%를 넘는 학생)이 1천명 당 87명 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체격이 향상되고 있는 추세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2020년에 이르르면 겉으로는 멀쩡한데 조금만 운동해도 금새 지쳐버리는 ‘속 빈 강정같은’ 성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체력이 해마다 약해지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이웃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 비해 TV게임에 훨씬 많이 몰입하고 있는 일본 청소년의 경우도 체격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반해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94년도 체력·운동능력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신체 유연성이 크게 저하된데다 쥐는 힘(악력)이나 지구력과 같은 전반적인 체력조건이 지난 10년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방과후 학원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과, 방에서 노는 TV게임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밖에서 몸을 활발히 움직이는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덩치가 커지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균형 있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국민체력증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뛰놀 수 있는 장소와 놀이 기구가 많아진다면 현재의 부정적인 추세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1

척(尺)은 손가락으로 길이 재는 형상 - 손·발·주먹 이용해 사물의 크기 표현

원시시대의 고대인 역시 신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손의 크기, 엄지와 네 손가락을 움켜쥔 주먹의 둘레, 팔의 길이와 같은 신체의 일부를 사용해 사물의 크기를 측정하고 각종 도구와 생활용품을 제작했다.

예를 들어 고대의 치수 단위로 스타디온(stadion)이라는 척도가 있다. 경기장을 의미하는 스타디움(stadium)에서 유래된 말인데, 성인의 보통 걸음으로 약 1백80m 정도의 거리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배는 길이가 3백큐빗, 폭이 50큐빗, 높이가 30큐빗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집트 상형문자에 따르면 큐빗은 팔꿈치라는 의미다. 1큐빗은 팔꿈치에서 중간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인데, 대략 50cm 정도의 길이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인간척도’도 있다. 동양의 척(尺)과 서양의 피트(feet)다. 척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펴서 거리를 재는 형상을 문자로 만든 것이며, 피트는 발의 길이를 의미한다. 이들 모두 30cm 정도의 길이를 의미한다. 신체를 이용한 용어들이기 때문에 다른 단위보다 아무래도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한국인의 경우 전통적으로 높이나 크기를 표현할 때 자신의 신체구조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눈을 수평기준으로 잡고, 위쪽에 있으면 ‘높다’ 아래 있으면 ‘낮다’고 말한다. 또 어깨넓이를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넓다’ 작으면 ‘좁다’ 그리고 같으면 ‘알맞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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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수찬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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