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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기본물질 쿼크


유카와가 예언한 중간자를 발견한 세실 파월.


19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채드윅(1891-1974)에 의해 중성자가 발견됐을 때 물리학자들의 기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0여년 동안 추적해온 원자 내부의 비밀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성자의 발견으로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원자의 구성물질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모두 짝을 맞췄다. 더 중요한 사실은 데모크리토스(기원전 460-370)의 원자설 이후 2천4백여년 동안 자연계의 기본물질로 군림해온 원자(atom)의 자리에 중성자, 양성자, 전자가 들어섰다는 것.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중성자, 양성자, 전자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물리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양전자(positron). 원자 속에 들어있지 않은 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양전자는 1928년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랙(1902-1984)이 양자역학을 설명하면서 도입했던 가상의 입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중성자가 발견되던 그 해에 미국의 물리학자 칼 앤더슨(1905-1991)에 의해 발견됐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cosmic ray)을 연구하던 앤더슨은 우연히 전자와 질량이 같지만 (+)전하를 가진 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원래 양전자를 발견하려고 꾸준히 노력해온 학자는 영국의 패트릭 블래킷(1897-1974)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앤더슨보다 1년 늦게 양전자를 발견하는 바람에 노벨상을 앤더슨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앤더슨은 우주선을 발견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빅토르 헤스(1883-1964)와 함께 193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블래킷도 앤더슨이 발견한 양전자를 확인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아 194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중성자 발견 이후 또 하나의 숙제는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들이 전자기력에 의해 서로 밀쳐내지 않고 좁은 공간 내에 머물 수 있는 비결이 뭔가 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한 사람은 일본의 유카와히데키(1907 -1981)였다. 1935년 그는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있는 힘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어떤 입자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두 소년이 공을 주고 받는다고 할 때 공을 던지는 힘을 서로 밀어내는 척력, 공을 받는 힘을 서로 당기는 인력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핵 속에 들어있는 어떤 입자가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를 오가며 척력과 인력을 발생시켜 핵 속에 양성자와 중성자를 가둔다는 것. 이때 생기는 힘을 강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카와가 예언했던 입자가 1947년에 실제로 발견돼 강력의 존재가 증명됐다.

양전자를 발견한 앤더슨에게는 여전히 행운이 따랐다. 그는 1936년 우주선 속에서 전자보다 2백배나 무거운 뮤온이라는 입자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 입자가 유카와가 예언했던 입자라는 그의 주장은 실험 결과 잘못됐음이 밝혀졌다. 다만 뮤온의 발견은 전자, 양전자와 비슷한 경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발견이었다.

강력을 매개하는 입자를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세실 파월(1903-1969)이었다. 그는 안데스산맥, 피레네산맥 등 높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우주선을 연구하던 중, 우주에서 날아오는 양성자와 공기분자의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가 반응하면서 파이온이라는 입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관측했다.

이것이 바로 유카와가 예언했던 중간자였다. 유카와는 강력을 매개하는 중간자를 예언한 공로로 1949년에, 파월은 중간자를 발견한 공로로 1950년에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간자의 수명이 매우 짧아 1억분의 1초 후에는 뮤온과 뮤온뉴트리노로 변한다는 것. 앤더슨은 안타깝게도 중간자가 사라진 후의 모습을 봤던 것이다.

그런데 중간자의 발견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양성자가 중성자로,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양성자와 중성자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람다(1951년), 시그마(1953년), 반양성자(1955년), 반중성자(1956년) 등의 강입자들이 줄을 이어 발견됐다. 1960년대 초에 이러한 강입자들은 1백여종에 이르러 물리학자들은 ‘입자동물원’을 차리게 됐다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보니 과학자들은 조물주가 세상을 이처럼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으며, 뭔가 더 기본적인 입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머리 겔만(1929-)이 해결했다. 그는 1961년 ‘팔도설’(불교의 여덟가지 덕목을 가르키는 팔정도에서 따온 말)을 만들어 질서가 없어 보이는 입자동물원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1963년에는 분수전하를 가진‘쿼크’라는 기본입자를 창안해냈다. 놀랍게도 겔만이 제기한 3가지 쿼크(업쿼크, 다운쿼크, 스트레인지쿼크)는 당시까지 발견된 1백여종의 강입자들을 완벽하게 설명해냈다. 예를 들면 양성자(+1전하)는 업쿼크 2개(+$\frac{2}{3}$전하×2)와 다운쿼크 1개(-$\frac{1}{3}$전하)로, 중성자는 업쿼크 1개와 다운쿼크 2개로 이뤄졌다는 것.

겔만이 제안한 쿼크의 존재는 1969년 미국의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수소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충돌시킨 결과 확인됐다. 그 덕에 겔만은 그해 12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쿼크의 존재를 실험으로 입증한 리처드 테일러(1929-), 헨리 켄들(1926-1999), 제롬 프리드먼(1930-)은 1990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쿼크는 3개 더 있는 것이 확인됐다. 1974년 새뮤얼 팅(1936-)과 버턴 리히터(1931-)에 의해 참쿼크가, 1977년 리언 레더맨(1922-)의 의해 바틈쿼크가, 그리고 1995년 페르미연구소에 의해 톱쿼크가 발견된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자연계는 경입자, 쿼크, 그리고 힘을 전달하는 보존이란 기본물질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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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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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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