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룡 연구는 1972년 경남 하동군 금남면 수문동에서 경북대 양승영교수가 알화석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전에는 한반도에 어떠한 공룡의 흔적도 알려지지 않아, 양교수는 독일 본대학의 에르벤교수에게 알화석의 감정을 의뢰해 공룡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 공룡알화석 역시 양교수가 찾아냈다. 양교수는 1996년 같은 장소에서 6개 이상의 공룡알 파편이 회색 이암(泥岩) 속에 박혀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전남 보성과 경기 시화호에서 공룡알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돼 공룡알 연구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다음은 두곳에서 발굴에 참가했던 학자들의 보고를 담았다.
전남 보성 - 태아골격화석까지도 발견 가능
전남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선소 해안에서 공룡알화석과 공룡알둥지를 무더기로 발견한 것은 1998년 9월. 당시 필자와 광주교육대 김혜경박사는 전남 남서해안과 도서지역의 지질환경을 조사하다가 뜻밖의 공룡산란지를 만난 것이다. 공룡알들은 약 3km 해안에 걸쳐 넓게 분포돼 있었으며 대부분 알둥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후 지금까지 확인된 공룡알둥지는 10개. 둥지마다 6-30개의 공룡알들이 들어 있어 모두 1백10개의 공룡알이 발견됐다. 근처에 흩어져있는 알파편은 수백개에 이르렀다. 물론 이같은 숫자는 야외에 노출된 것과 부분적으로 수습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들 지층을 발굴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보성 공룡알화석이 산출된 퇴적층은 붉은색을 띠는 응회질의 사질 이암이다. 공룡산란지에 대한 고환경은 추가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지만, 알화석층의 발달특성으로 볼 때 지형적으로는 충적선상지의 하단부로 여겨진다. 당시의 기후조건은 우리 나라의 다른 공룡화석층들과 마찬가지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아건조기후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보성 공룡알둥지는 집중되어 있는 경우 둥지와 둥지 사이가 평균 약 30m 간격으로 발달돼 있었다. 현재까지 노출된 알둥지의 크기는 지름이 50cm-1.5m로 다양하다. 발견된 알들은 대부분 부화된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퇴적층 위를 향해 부화된 흔적을 보인다. 현재까지 공룡배아나 태아골격구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알화석 주변퇴적층에서 골편화석이 산출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부화된 공룡알들의 주변에 알파편들과 함께 약 2-3겹 정도의 알껍질 파편들이 중첩된다. 그런데 보성에서 발견된 공룡알 가운데 하나는 알껍질이 8겹이나 중첩되는 독특한 산출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알화석은 알둥지 내의 다른 화석들과 같이 이동된 흔적이 거의 없고, 주변 퇴적층의 속성작용이나 물에 의한 유동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볼 때 공룡의 모성애나 어미의 부화습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알의 크기는 지름이 9-16cm로 다양하며 모양은 원반형과 구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공룡알껍질의 두께는 1.5-2.5mm 정도. 알의 표면은 울퉁불퉁한 돌기와 부분적으로 심한 굴곡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편 알껍질의 기공시스템과 표면장식, 알의 형태나 크기의 특성으로 판단할 때, 보성 공룡알화석들은 대부분 초식공룡인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보성 공룡알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이 진행되면 공룡알둥지와 공룡알들이 추가적으로 산출되고, 그 규모는 대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궁금하게 생각하는 공룡알의 종류, 공룡의 부화습성, 산란지 환경 등도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보성의 공룡알화석 연구는 우리나라의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공룡화석들과 함께, 백악기 당시 동아시아지역 공룡의 생태환경을 복원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시화호 30개의 둥지와 3백개의 알
1999년 봄 경기도 화성군 시화호에서 해양연구소의 정갑식박사와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시민연대’의 최종인회장은 이상한 구형의 화석을 발견해냈다. 시화호 남쪽 약 2백만평의 간석지 지층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시화호 내에는 최소한 3종류의 공룡알 화석이 3-12개(지름 11-15cm)씩 모여 수많은 둥지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룡알들은 간석지 내 8개 섬에서 발견됐는데, 현재까지 30개 이상의 공룡알둥지와 3백개 이상의 공룡알 위치가 파악됐다. 공룡알들은 갯벌로 덮이지 않은 시화호 바닥 지층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공룡알 분포지역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넓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알을 포함한 지층은 적색 사암층으로 경상누층군에서 흔히 발견되는 암석이다. 대부분의 공룡알들은 시화호 방조제가 완성되기 전 바닷물에 의해 침식받은 지층 속에서 동그란 단면을 보이면서 산출된다. 특이하게도 공룡알은 사암뿐 아니라 역암층 내에서 발견돼 공룡알의 화석화과정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믿어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화호의 지형적 특성이다. 공룡알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섬들에서 산출되기 때문에 지층의 한 단면이 아닌 3차원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룡알둥지의 복원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들 공룡알과 둥지는 여러 층에서 산출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이곳은 공룡들이 오랜 기간 집단산란지로 사용했음이 분명하다. 또한 공룡알과 함께 규화된 나무화석, 다양한 흔적화석이 산출됨에 따라 공룡산란지의 정확한 복원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이렇듯 공룡알 둥지가 대규모로 발견된 것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현재 해양연구소는 경기도와 화성군의 지원을 받아 시화호 일대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구결과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