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2/12/156402336550dbfd3163d66.jpg)
드라마 ‘마의(馬醫)’가 한창 인기다. 그런데 진짜 ‘마의’가 한국에 왔다. 지난해(2012년) 9월부터 서울대 수의과대에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자넷 한(33·Janet Han) 교수다. 인터뷰를 도와준 성제경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정식으로 말 전문의 과정을 마친 수의사는 자넷 한 교수가 국내 대학 중 최초”라고 소개했다. 한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인 ‘마학’은 말의 역사와 품종은 물론 말의 특성과 관리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폭설의 흔적이 여전한 12월 중순 서울대 교정에서 한 교수를 만났다.
“한국도 이제 말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어요. 고국에 말 의학도 알리고, 함께 개척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말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잘 키우고 싶고요.”
애마 ‘그레이시’ 타고 점프 즐겨요
부친이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했으니 부녀가 같은 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셈이다. 한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좋아했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말도 많이 탔다”며 “수의대에서 공부하면서 말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말 전문의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야기 도중 그녀는 “키가 크고, 옅
은 갈색(chessnut)의 말을 좋아한다”며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애마인 ‘그레이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겉으론 조용해 보이는 그녀는 의외로 “말을 타고 점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코넬대 수의대에 진학해 2004년 졸업했다. 그리고 2008년 버지니아공대 수의대에서 말 내과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한 교수에게 드라마 ‘마의’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주 받는 질문”이라며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조선시대의 옛날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줘 흥미로왔다”고 말했다. 주인공(조승우)이 말을 치료하는 모습은 어땠을까.
“말에 침을 놓는 장면에 눈이 많이 갔어요. 요즘 미국에서도 말에 침을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의사가 보기에 다른 동물과 말은 얼마나 다를까. 한 교수는 “개나 고양이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가 쉽지만 말은 덩치도 크고 처음에는 의사소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 말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게 되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수의대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말을 치료한 적이 기억나요. 복부, 그러니까 소화기 쪽에 문제가 있어서 수술을 했는데 회복하고 나서 점프도 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어요. 치료하다 보면 아무래도 어린 말에 가장 정이 갑니다. 사람처럼 말도 어렸을 때 많이 아프거든요. 정성껏 치료해서 나은 뒤에 건강한 말로 자라면 정말 기분이 좋죠.”
한 교수는 한국말을 하는 건 아직 서툴러서 영어로 말하지만 웬만한 말은 잘 이해한다. 기자도 영어로 묻다가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몇 번 했는데 자연스럽게 대꾸해 깜짝 놀랐다. “학생들도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제가 그걸 영어로 되물어보니까 당황한 적이 몇 번 있어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2/12/196534627050dbfd3a1b432.jpg)
말 의학은 까다로운 스포츠 의학
한 교수는 말의 치료가 다른 애완동물과 다른 점에 대해 “말은 달리기, 점프, 장거리 경주 등 운동량이 많은 ‘퍼포먼스 동물(performance animal)’인데다 스포츠 의학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말은 오랫동안 치료해야 하고 치료한 뒤에도 상당히 많은 운동량을 감당해야 한다. 말 전문의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며 말과 교감을 나눠야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경주마는 앞발의 발목 인대를 다치기가 쉬워요. 올림픽 경기에서 장애물을 넘는 말처럼 점프를 많이 하면 관절염에 걸리기 쉽죠. 이처럼 근골격계를 다치게 되면 치료가 길어지고 재활도 끈기있게 해야 합니다. 마의가 되려면 이런 점을 배워야 하죠.”
한 교수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것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마사회 소속 수의사들과 함께 경주마들을 진료하고 있다. “다른 수의사들과 말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일하는 게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라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서울과 가까운 경마장을 찾는 것은 물론 때로는 제주에 가서 말을 타기도 한다.
“말 전문의가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처음에는 무척 힘들죠. 그러나 경험을 자꾸 쌓아나가면 자연스럽게 말과 교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성장하는 분야라 해야 될 것도 많고요. 말을 좋아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라면 도전해 보세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2/12/65629877550dbfd425b2e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