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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의 정의는 ‘이것’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아 무심히 지나치지만 웬만한 예술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식물플랑크톤, 특히 규조류 얘기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육상 생태계를 부양하듯,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수중생태계를 부양하는 중요한 1차 생산자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식물플랑크톤의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포착한 황홀한 미시세계를 함께 감상해보자.

 

공기놀이 x1500

 

어떤 돌부터 집어 들어야 할까. 우리나라 연안을 포함해 전 세계 바다에 보편적으로 분포하는 규조류 ‘탈라씨오시라 엑센트리카(Thalassiosira eccentrica)’가 마치 공깃돌처럼 놓여 있다. 주사전자현미경은 시료 표면의 미세구조를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급으로 상세하게 보여줘, 해양생물을 분류하고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원반모양 세포 윗면에 작은 구멍들이 몇 개인지, 어떤 모양으로 배열돼 있는지 등을 보고 정확한 종을 파악할 수 있다.

 

 

 


팽이 x1800

 

영화 ‘인셉션’에서 영원히 돌아가는 팽이가 떠오른다. 와편모조류의 일종인 프로로센트럼 미니멈(Prorocentrum minimum)이다. 프로로센트럼 미니멈은 연안에서 적조를 유발하고, 베네루핀이라는 독성물질을 생산한다. 베네루핀은 바지락이나 굴 같은 패류에도 들어있다. 물속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의 분포는 육상의 식물 분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형태와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줄다리기 x20000

 

투명한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우리나라 강, 호수, 연못 등 담수에서 봄과 가을철에 주로 출현하는 규조류(Aulacoseira granulata) 세포 여러 개가 서로 연결된 모습이다. 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에 비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대신 이미지가 흑백이라는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색을 입혔다.

 

 

 

 

에일리언의 침공 x800

 

에일리언이 탄 듯한 접시모양 비행체가 사막에 불시착했다. 비행접시의 정체는 열대부터 한대까지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 규조류 ‘코시노디스쿠스 아스테롬파루스(Coscinodiscus asteromphalus)다. 접시의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구멍들이 일정하게 배열된 형태가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선인장 x9000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온 선인장을 연상시키지만, 적조현상을 일으키는 와편모조류 ‘프로로센트럼 미칸스(Prorocentrum micans)’를 9000배 확대한 사진이다. 식물플랑크톤의 구성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겨울철에는 규조류가 가장 번성해 99%가 규조류 생물이다. 와편모조류는 주로 여름철에 급격히 증식해 적조 등 환경이나 생태적 문제를 일으킨다. 와편모조류는 편모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와편모조류의 유입과 확산을 감시하기 위해 와편모조류를 쉽게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줄줄이 소시지 x2500

 

알록달록한 줄줄이 소시지에 군침이 흐른다. 규조류의 일종인 ‘스테파노파이시스 투리스(Stephanopyxis turris)’ 세포들이 줄줄이 연결된 모습이다. 스테파노파이시스 투리스의 크기는 수십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하다. 입자가 작을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커, 빛 조건이 좋은 표층에서 가라앉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며 광합성을 할 수 있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사진

    정승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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