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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록 매체

작은 창고에 큰 정보를 넣는다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 전화카드, 전철표, 신용카드에는 모두 자기기록으로 저장된 정보가 있다. 자기 기록은 현대의 정보화혁명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얇은 디스켓 한장에 수십장의 서류를 담는 작고도 큰 정보창고, 자기기록 매체를 만나보자.


대표적인 자기기록 매체들,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 현금카드, 예금통장, 전화카드, 전철표 등 생활주변의 물품들은 어김없이 자기기록을 이용해 정보가 저장되고 재생된다. 그만큼 자기기록은 생활 속에서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는 정보화사회의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기록과 재생이 가능하고,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저장하면 정보가 안전하고 우수한 음질과 화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정보저장 방식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속도, 용량, 정확도의 삼박자

자기기록 기술의 발전사는 크게 세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테이프에서 시작해 자기드럼을 거쳐,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FDD)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같은 디스크 타입으로 매체의 형태가 변화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정보처리 속도가 향상되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둘째 부피는 작아지면서도 오히려 정보 저장 용량은 급속히 증가되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셋째 정보처리 속도가 급속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재생의 정확성이 꾸준히 향상돼 왔다. 이는 제품의 신뢰성이 향상되는 방향이다. 첫째와 둘째는 기록매체와 기록·재생장치(헤드) 제조기술의 발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셋째는 신호처리(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및 구동방식(헤드 구동)의 발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기기록 기술은 크게 ①정보가 저장되는 기록매체 ②정보를 저장하는 기록헤드 ③기록된 정보를 판독하는 재생헤드로 이루어진다. 기록매체로는 테이프와 디스크, 카드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자기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산화물 또는 금속 자성물질을 테이프나 디스크, 플라스틱 또는 종이에 도포해서 만든다. 기록헤드와 재생헤드는 일반적으로 고리모양을 한 자기철심에 머리카락 굵기의 가는 전선을 코일로 감아 만든 전자석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박막 형태로 전자석을 만든 박막헤드나 자기저항 헤드가 기록헤드와 재생헤드로 쓰인다.

기록은 전자석, 저장은 영구자석

자기기록이란 한마디로 영구자석으로 정보를 보존하고, 전자석으로 기록·재생하는 것이다. 철은 자석에 근접하거나 전류가 흐르는 코일 안에 놓이게 되면 자석이 된다. 철바늘에 자석을 붙였다 떼면 바늘이 약한 자석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자기기록 매체에 정보를 기록하는 것은 철바늘이 영구자석으로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전자석은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전자석(기록헤드)으로 자기장의 방향을 바꾸어주면서 기록매체에 N 또는 S극을 형성시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재생헤드는 기록헤드의 원리를 반대로 적용해 유도전류의 발생을 이용한 것이다. 코일에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 유도전류가 생기고, 이때의 전류는 자석이 움직이는 속도에 비례하는 성질이 있다. 기록매체 표면의 N 또는 S극으로부터 발생한 자기장은 재생헤드에 전달되는데 헤드에 전달되는 자기장의 시간변화율에 비례해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근래 쓰이는 자기저항 헤드는 전달되는 자기장의 세기에 비례해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자기장의 시간변화율이나 세기로부터 발생한 전기신호를 해석하면 기록된 정보가 재생되는 것이다.

테이프에서 디스크로

녹음 테이프의 경우, 중간에 녹음된 곡을 듣기 위해서는 원하는 위치까지 테이프를 감아주어야는 불편한 점이 있다. 비디오테이프도 마찬가지이다. 초기의 컴퓨터에서도 테이프를 이용해 데이터 입출력을 했는데, 처리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컴퓨터에서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이 생기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하는 데이터의 위치를 바로 찾아가서 재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 곧 디스크(FDD, HDD) 형태의 매체이다. 디스크는 표면을 트랙과 섹터로 구성된 수많은 구역으로 나누어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테이프에 비해 정보처리속도를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한편 녹음 테이프의 경우 두줄의 트랙을 형성해 좌우에 정보를 기록하는데, 이 트랙을 여러개 두고 다중으로 정보를 기록하면 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구조의 헤드가 필요하고 신호 처리 회로도 복잡해지므로 방송용을 제외한 테이프 리코더에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 대신 가정용 비디오테이프의 경우에는 소량의 테이프에 다량의 영상정보를 담기 위해 테이프에 비스듬히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정보용량을 늘렸다.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 표면의 영구자석 크기를 가능한 한 작게 만드는 것이다. 작은 영구자석을 매체 표면에 심기 위해서는 우선 자성물질 입자의 크기가 작아져야 하며 자성물질 입자들간의 간섭(상호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입자 크기가 큰 산화물 재료를 도포해 만든 테이프는 가장 흔한 것으로 일반 음악 녹음용으로 쓰이고 있다. 보다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하는 비디오테이프용으로는 입자가 작은 금속분말 도포 테이프(메탈 테이프)가 쓰인다. 보다 더 높은 기록밀도가 요구되는 하드디스크에는 입자 크기를 초미세화하고 입자들간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한 코발트-크롬계 합금박막이 널리 쓰이고 있다.

보다 작은 자석을 향하여

데스크탑 컴퓨터용 2GB HDD에는 1GB짜리 3.5인치 디스크 2장이 들어 있다. 디스크 1장당 1GB의 저장용량을 만들려면 폭이 3㎛이고 길이가 0.3㎛인 크기로 자석을 심어야 한다. 그런데 HDD 발전 추세로 보아 3년 후면 20GB HDD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기록밀도가 지금보다 10배 증가하는 셈이므로 자석의 크기가 다시 현재의 10분의 1로 작아져야 한다. 과연 폭 0.8㎛, 길이 0.1㎛의 크기로 자석을 심는 것이 3년 내에 가능할까?

이렇게 작은 자석을 디스크 표면에 심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보다도 더 어려운 기술로 기록헤드를 만들어야 하고, 작은 자석으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도록 신소재 거대자기저항 헤드(재생 전용 헤드)를 이용해야 한다.

아직까지 명확한 답이 주어져 있지 않지만, 자기기록 용량의 한계는 약 1백GB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0.25㎛의 폭과 0.04㎛의 길이를 갖는 초미세 자석을 디스크에 심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석의 크기가 이 정도로 작아지면 자기력의 세기가 약해져 온도가 약간만 올라가도 자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이 정도의 기록밀도에서 동작하는 HDD 내부 온도는 약 1백℃까지 올라가게 돼 매우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작은 크기에서도 안정성이 좋은 영구자석 재료를 개발하는 것이 자기기록의 미래에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자석의 크기에 맞추어 헤드의 크기도 작아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또한 현재의 반도체 제조기술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므로 1백GB 용량의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기기록 기술 발달 속도로 판단할 때 앞으로 10년 이내에 가능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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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민경익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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