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정보저장에서 중요한 것은 담기는 정보의 양뿐만이 아니다. 얼마나 정확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가, 얼마나 빨리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는 가도 저장매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LP 디스크, 테이프, CD의 등장은 현대의 정보혁명을 이끌었다.


앨빈 토플러가 “인류는 곧 정보화시대로 접어들게 된다”고 힘주어 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30여년에 걸쳐 만든 8만대장경을 CD 한장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하루 동안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정보의 양은 우리가 책이라는 형태로 물려받은 문화유산의 총량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달리 문명을 공유하며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굴이나 무덤의 벽화에 저장하던 원시적인 정보 저장법의 혁명적인 진전은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이었다. 이를 통해 작은 부피에 실로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고, 대량 제작에 의해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졌다.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다면 가수의 노래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추억의 순간들은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재현될 뿐이다. 정보의 교환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면 현대 사회의 대량 정보교환(매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 저장법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문자, 그림, 소리를 기록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총동원해 정보를 인식한다. 그 중에서 대량으로 저장되고 유통되는 정보들은 크게 시각과 청각의 정보들이다. 이들은 문자(text), 그림(image), 소리(sound)정보로 구성돼 있다. 문자정보는 종이와 펜으로 쉽게 저장하고 우리의 눈을 통해 쉽게 재생할 수 있어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의 문자정보에 대한 욕구는 인쇄술을 발전시켰고 수많은 문자정보가 책의 형태로 저장되고 복제돼 대량으로 유통됐다.

그림정보 또한 고대의 동굴벽화로까지 저장의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것은 매우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이었다. 정확한 그림정보의 저장과 대량화를 이룩한 것은 19세기말 사진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한 장의 필름으로 무수히 많은 그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사진술은 그림정보 저장의 새시대를 열었다. 그후 사진술은 연속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재생할 수 있는 영사기술로 발전했고, 현대의 영상기술은 엄청난 양의 그림정보를 정확하게 저장하고 빠르게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소리 정보는 쉽게 사라지는 성질이 있어서 정보 저장 기술 중 가장 늦게 발달했다. 1930년대 축음기가 발명되기까지 소리는 한순간 존재했다 사라져버리는 가장 취약한 정보였다. 소리 정보를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축음기의 발명은 소리정보 저장의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였다. 플라스틱 판에 홈을 내 음성정보를 저장하고 전기적인 장치를 통해 재생했던 축음기는 인류의 정보욕구를 한 단계 높게 충족시켰다.

자기의 시대, 빛의 시대

자기기록 매체의 발명은 정보저장의 역사에서 새로운 혁명이었다. 책과 사진에 저장되던 정보는 조그마한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에 저장됐고, 플로피디스크와 하드디스크에 담김으로써 20세기 정보화 시대를 연 것이다. 자기기록 매체의 발전은 소리(카세트테이프 리코더, 1963년), 영상(비디오카세트 리코더, 1969년), 컴퓨터 분야(PC용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1981년; PC용 10M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1983년)에서 발전을 거듭하면서 고도로 집적화된 정보화시대를 이끌었다. 생활 주변의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 전화카드, 전철표가 모두 자기기록의 원리를 채용한 것임을 생각해보면 자기기록 기술의 위력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1970년대 들어 인류의 정보저장 기술은 또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그것은 빛을 이용한 정보저장과 재생 기술이다. 1970년대 초반 처음으로 등장한 레이저디스크(LD, 1972년)는 광기록의 원리를 채용한 것으로 자기기록 방식과 경쟁하게 됐다. 또한 이어서 나온 콤팩트디스크(CD, 1980년)는 선명한 음질로 레코드판과 자기테이프와 경쟁하며 저장매체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이후 DVD(Digital Versatile Disc, 1996년)를 비롯한 광기록방식의 정보저장 매체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정보저장의 새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인오 전임연구원
  • 민경익 선임연구원

🎓️ 진로 추천

  • 문헌정보학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