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옥수수를 먹고나서 남은 속대를 부러뜨려 맛있게 빨아먹었다. 달콤한 맛이 느껴지지 때문이었다. 설탕이 없던 시절 용케도 찾아낸 자연의 단맛, 옥수수 속대의 단맛이 현대에 가장 획기적인 당분으로 재탄생했다. 이름하여 자일리톨. 당도는 설탕과 같지만 충치균이 얼씬 못해 껌이나 사탕에 제격인 감미료다. 입안에 넣는 순간 ‘쏴 -’ 하는 청량감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인슐린에 의존하지 않아 당뇨병 환자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당분이다.
원래 자일리톨은 유럽 다국적 회사인 쿨터사가 화학적인 방법으로 생산해 전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금싸라기 감미료였다. 그런데 자일리톨을 화학적으로 생산하자면 설비비가 많이 들고, 위험한 생산공정에서 다양한 폐기물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들어가는 것은 많지만 나오는 것이 많지 않은,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만들 엄두를 못내는 감미료였다.
이제 우리에게도 자일리톨을 아무런 공해도 없이, 완전히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공법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KAIST의 생물공학과 김정회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이들이다.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
아니 설탕을 만드는 학문은 화학일텐데 생물공학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의문 속에 김교수와 연구팀의 자리가 있다.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각종 공해물질과 폐기물로 인류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아무리 싼 제품이라 할지라도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해물질을 배출하고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이라면 물건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팔아먹을 수 없는 것이다.
환경친화적 청정기술, 이것이 바로 생물공학이 추구하는 것이다. 생물공학이란 생물체를 이용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물질이니 생명체에 위험할 일이 없다. 문제는 대량 생산이다. 자일리톨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만들뿐이다. 인간을 위해서 더 많은 양을 만들도록 그들을 조절해야 한다. 김교수의 연구팀은 1998년 효모를 돌연변이 시켜 자일리톨을 대량생산하는 길을 열었다. 지금까지 생물공학적인 방법을 학술적으로 발표한 것은 많았지만, 실제로 생산물을 만드는 공장으로 세워진 것은 세계 최초다. 이는 김교수의 말대로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성과’였다.
김교수의 연구실에서는 현재 박사과정 4명, 석사과정 4명, 방문연구원 2-3명이 새로운 물질의 개발을 위해 밤을 밝히고 있다. 졸업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잡지에 논문을 실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들은 자일리톨을 만들어내고 나서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