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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만든 바람개비 우리은하


은하수의 형성^태양계는 우리은하의 가장자리 오리온 팔에 위치하지만 안쪽의 궁수자리 팔과 바깥쪽의 페르세우스자리 팔이 천구상에 투영돼 은하수를 형성한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사람들의 눈은 자연스레 밤하늘을 향했고, 깨알같이 박혀있는 별들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전설과 신화 속에 묻혀있던 은하수가 베일을 벗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세기까지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도 많은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두기를 고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새롭게 발전한 천문학은 태양마저 우리은하의 변두리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제 지구와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1천억개가 넘는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의 가장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여신이 흘린 젖

하늘이 맑은 시골이라면 달빛이 숨은 날에는 은하수의 여린 별빛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맨눈으로는 희뿌옇게 보여 언뜻 구름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고 있으면 구름처럼 빨리 움직이지 않으므로 금새 은하수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이 곳에 쌍안경이라도 살짝 들이대면 정말 많은 별들이 뿌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름의 은하수는 북쪽의 카시오페이아자리를 거쳐 천정의 백조자리를 지나면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그 중 한쪽은 방패자리와 궁수자리로 흐르고, 다른 한쪽은 뱀주인자리와 전갈자리를 거친 다음 이 둘이 다시 합쳐지면서 지평선 아래로 흘러간다. 특히 궁수자리 근처의 은하수는 밝고 두터워지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시작한 은하수가 페르세우스자리, 마차부자리, 그리고 오리온자리의 왼편을 지나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이렇게 은하수는 지평선 아래까지 이어져 있어 전체를 보면 온 하늘을 둥글게 테를 두른 모습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은하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설이 내려온다. 이집트인들은 은하수를 소의 머리를 가진 달의 신 하토르의 젖에서 흘러나온 천상의 나일강이라고 생각했고, 중국에서는 무릉도원으로 이어지는 강이라 여겼다. 또한 매년 칠월 칠석이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된다는 전설도 유명하다.

그리스의 신화에서는 은하수를 여신 헤라가 ‘흘린 젖’ 같다고 해 ‘Milky Way’라 불렀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그의 연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였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이었지만 어머니가 인간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꾀를 내어 헤라클레스를 헤라 주위에 데려다 놓았다. 여신의 젖을 먹으면 죽지 않는 운명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몰랐던 헤라는 동정심으로 버려진 아기에게 젖을 물렸는데, 이 아이는 너무 강한 힘으로 젖을 빨았고, 헤라는 아픈 나머지 헤라클레스를 밀쳐내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헤라로부터 뿜어져 나온 젖이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어 은하수를 만들게 됐다. 은하수를 의미하는 영어인 ‘Galaxy’의 어원도 젖을 의미하는 ‘gala’에서 찾을 수 있다.

은하수를 뜻하는 우리말 ‘미리내’는 용을 뜻하는 ‘미르’와 흐르는 물을 뜻하는 ‘내’가 합쳐진 말이다.

태양은 은하의 중심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은하수가 맨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별들의 모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하수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그 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610년 갈릴레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관찰한 후 새롭게 인식됐다. 은하수가 별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1755년에 이르러 독일의 철학자인 칸트는 우리은하 외에 성운과 같은 희미한 빛 덩어리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무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칸트는 이들을 ‘섬우주’라 불렀고 외부은하의 존재를 예견했지만, 그의 생각은 당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18세기 후반 천왕성 발견으로 유명한 윌리엄 허셜에 의해 우리은하의 구조와 태양계의 위치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허셜은 하늘을 68개 구역으로 나누고 별들의 분포를 조사해 우리은하의 모형을 생각해 냈다. 그는 대부분의 별들이 하늘을 빙 둘러싼 은하수의 좁은 띠에 놓여있으며 이 띠의 어느 방향에서나 별들의 개수가 거의 같음을 알아냈다. 이런 관찰을 통해 하늘의 별들은 커다란 원반 모양의 항성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심 부근에 태양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셜의 관찰 방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모여 있는 운동장을 상상해 보자. 운동장의 가장자리에 있는 학생이 사방을 둘러보면서 그 시선 방향에 있는 학생들의 수를 세어보면 운동장 중심방향의 학생수가 많게 된다. 하지만 운동장의 가운데에 있는 학생은 모든 방향에서 대략 비슷한 값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허셜의 이러한 생각에는 결정적 오류가 있었다. 허셜이 관찰했던 별들은 태양에서 6천 광년 이내에 있는 것들이었는데, 이것은 지름이 약 10만 광년인 우리은하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안개 낀 날 대도시의 변두리에서는 도시의 작은 부분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공기 중의 티끌과 공해 물질들이 더 먼 곳에서 오는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허셜은 가시광선만 사용해 관측했으므로 별들 사이의 티끌에 가려져 있는 우리은하의 다른 부분을 보지 못했고, 결국 태양이 우리은하의 외곽에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은하의 크기와 태양의 실제 위치는 할로 새플리(Harlow Shapley)에 의해 수정됐다. 그는 미국의 윌슨산 천문대 60인치 망원경을 활용해 구상성단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1917년 93개의 구상성단에 대한 거리와 방향을 측정해 공간상에 그들의 위치를 표시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구상성단들은 구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심은 태양이 아니라 궁수자리 근처라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구상성단의 중심이 우리은하의 중심이라는 가정을 했고, 이에 따라 우리 은하의 지름을 대략 30만 광년으로 예측했다. 현재 알려진 사실과 비교하면 우리은하의 크기에서는 오차가 있었지만, 태양이 우리 은하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허셜의 주장을 뒤집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전파로 보는 은하의 모습

태양이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태양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들의 움직임을 조사함으로써 알게 됐다. 실제로 태양은 초속 약 2백20km의 속도로 은하 중심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 태양의 공전속도를 알면 은하의 자전주기도 구할 수가 있는데 대략 2억2천5백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양의 나이가 50억살인 점으로 볼 때 태양은 이미 은하계 주위를 약 25번 회전한 셈이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우리은하 실제 모습은 어떨까? 태양은 이미 은하의 강에 깊숙이 빠져 있으므로 이곳에서 은하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숲 속에 있으면 숲 전체의 모습을 알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암흑성운이라는 방해자가 훼방을 놓고 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는 기껏해야 1만광년 이내로 제한되므로 은하계 전체의 모습을 살피기가 더욱 어렵다. 은하 중심부는 약 3만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므로 이곳은 안개처럼 가려져 볼 수 없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해준 천리안이 바로 전파이다. 그 중에서 우주의 가장 풍부한 원소인 수소가 방출하는 21cm 전파가 우리은하의 세부구조를 밝혀주는 등대가 됐다. 이 전파를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해 밝혀낸 우리은하의 모습은 많은 외부 은하에서 볼 수 있었던 소용돌이 나선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전파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이 작성한 은하수의 정밀한 지도를 살펴보면 우리은하는 4개의 큰 나선팔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궁수자리 팔, 오리온자리 팔, 센타우르스자리 팔, 페르세우스자리 팔이라 이름 붙여졌다. 태양은 오리온자리 팔에 위치하는데 오리온자리 팔 안쪽에 궁수자리 팔이, 바깥쪽에는 페르세우스자리 팔이 휘감고 있다. 우리가 보는 길쭉한 은하수는 이 팔들인 셈인데, 여름철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팔이 바로 궁수자리 팔에 해당하며 겨울에는 그 반대쪽에 있는 페르세우스자리 팔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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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훈 아마추어 전문가
  • 김지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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