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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피어Ⅱ대원 귀환 보고

화성진출 예비실험-인공생태계 격리생활 2년

2년전 전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바이오스피어Ⅱ에 들어간 8명(남 4, 여4)의 대원들은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연구과제를 안고 그들이 나고 자란 땅으로 돌아왔다.

미국 아리조나주 사막 위 1만2천7백㎢에 들어선 유리와 철골의 구조물 바이오스피어Ⅱ. 91년 외부와 격리된 '축소된 지구'에 들어간 8명의 구성원이 2년 간의 그곳 생활을 마치고 지난 9월26일 밖으로 나왔다.

바이오스피어 계획은 왕년의 미식 축구선수이자 생태학 관련 연구에 참여했던 존 알렌(일명 조니 돌핀)에 의해 처음 착안됐다. 80년대 초반 그는 바이오스피어Ⅱ에 1억5천만 달러를 제공한 텍사스의 억만장자 에드워드 배스를 포함한 여러 동료와 함께 '우주 바이오스피어 모험체(space biosphere adventure)'를 조직했다. 바이오스피어Ⅱ의 목적은 연구와 교육을 위한 격리된 생태계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특히 화성)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첫번째 바이오스피어인들이 지구(이들의 용어로는 바이오스피어Ⅰ)로 귀환하면서 말하는 가장 성공적인 일이란 그들이 단지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 뿐이다. 사실 이들이 안에서 생활하는 동안 외부에서는 바이오스피어Ⅱ에 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과학동아 93년 4월호참조).

"화려한 온실에 살다온 느낌"

대원의 한사람인 실버스톤은 그 동안의 몇번의 식량위기로 인해 감소됐던 체중이 조금은 회복된 상태에서 다시 일에 착수하고 있다. 실버스톤의 임무는 주로 농사일과 함께 닭이나 돼지, 그리고 우유와 고기를 위한 염소 사육 등이었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일조량 감소로 곡물 성장이 감소하고 횐개미들이 들끓는 등 여러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바이오스피어Ⅱ는 원래 의도상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연료는 언제나 부족했고 산소도 꾸준히 감소해 2회에 걸쳐 외부로부터 산소공급을 받아야 했다.
실버스톤은 이러한 환경적 장애로 인해 동료들간의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으나 폭력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녀는 이 일을 통해 분명한 목표를 가진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큰 싸움 없이도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성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대원들이 외부와 완전히 격리돼 있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가족과 친구들은 바이오스피어Ⅱ를 방문해서 비디오 화면을 통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특별 시설이 있었다. 대원들은 또한 그 안에서 영화 뉴스 전화통화를 통해 바깥 세계와 무제한으로 접촉할 수 있었다.

여기에 매년 20만명 가량 되는 관광객들의 내방은 이들 요원들에게 그들이 격리돼 있다는 기분을 몰아내주기에 충분했다. 바이오스피어Ⅱ의 수려한 경관도 긴장을 완화시켜 주었다. 실버스톤은 그곳이 마치 농장 사막 열대우림 작은 바다가 있는 화려한 온실과 같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곡물과 야채가 많고 육류가 적은 저칼로리 식사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바이오스피어Ⅱ 안의 자원으로는 많은 동물들을 사육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러한 식사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1주일에 계란 1개와 극히 제한된 육류 밖에는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 식단에 완전히 적응해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며 남들에게도 안에서의 식단을 권장하고 있다. 이미 그녀는 '바이오스피어Ⅱ의 들판과 주방에서의 식사'라는 요리책을 써서 그녀의 요리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스피어Ⅱ의 대양에서 연구중인 대원. 깊은 곳은 수심이 7.5m나 된다.
 

격리 시간 관계없이 '4분의3 현상' 보여

UCLA에서 안식년을 얻어 바이오스피어 계획의 건강담당 고문이자 컴퓨터 전문가로 참여한 로이 월포드도 저칼로리 저지방 고영양 식단으로 전환한 사람이다. 그는 이러한 식단이 바이오스피어인들에게 가져온 생리적인 영향을 연구한 끝에 이것이 혈압과 콜레스테를 수치를 급격히 낮추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vol 89, p11533). 사실 바이오스피어Ⅱ는 이러한 연구에 있어서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여덟명의 사람들에게 동일한 양의 저칼로리 식사를 제공하고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집단을 구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월포드도 바이오스피어인들이 잦은 다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업무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며 생활해 왔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름을 공개하기 거부한 한명의 요원이 들어온 지 삼개월쯤되던 때에 동료에게 찻잔을 집어던진 일이 한번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2년동안 발생한 유일한 폭력사건이었다. 그는 심각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일종의 암묵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들 앞에는 협력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기에 동료와 완전히 결연하고 싸우기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그룹의 심리적 역학 관계에 관한 진지하고 철저한 연구는 없었다. 따라서 스트레스 특정과 같은 정신측정학적 평가는 없었다. 계획의 입안자들이 요원들을 심리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인데, 월포드는 이를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연구가 격리된 요원들 상호간의 관계에 관한 좋은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에 나온 8명의 대원에 이어 바이오스피어Ⅱ에 들어갈 다음 요원들에게는 5개월 간의 훈련과정에서 정신측정학적 연구가 시도될 예정이다. 공식적인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요원들은 스스로의 정신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개개인 각자의 선택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월포드가 느낀 점은 이들이 격리된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전체 기간의 4분의3이 됐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4분의 3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스피어Ⅱ에서 비록 찻잔을 다시 집어던지는 지경에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12-18개월째 사이에 요원들간의 관계가 가장 긴장돼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남긴 연구 과제 무궁무진

많은 과학자들과 대중 매체들은 이러한 공식적인 연구가 결여됐다는 데 많은 비판을 가해 왔다. 그러나 바이오스피어인들은 이 계획의 진가가 자신들이 얼마 안있어 펴낼 보고서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다. 보고서에는 그들의 몸이 산소가 부족한 공기와 저혈압에 어떻게 적응했는가에 관한 것이 포함된다. 이 보고서들의 질과 함께 얼마나 저명한 학회지에 실릴 것인지의 여부가 과학자들이 바이오스피어Ⅱ의 진가에 대해 내리는 평가의 척도로 작용할 것이다.

이 계획의 과학부문 감독관인 잭 콜리스는 바이오스피어Ⅱ에서의 작업에 관련된 논문들이 곧 홍수를 이룰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왜 산소가 급격히 줄어들었는지, 식물들이 정상치보다 10배 가량 높은 바이오스피어Ⅱ의 이산화탄소 함량에 어떻게 적응해나갔는지 등등, 다룰 만한 주제는 실로 다양하다.

콜리스는 이 계획의 과학위원들에 의해 임용되기 전까지는 나사(NASA)에서 지구생명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콜리스는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불신하고 더 나아가 비웃기까지 하는 이 계획에 과학적 신빙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의 개인적 관심사는 영양분과 기체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동물과 식물, 물과 공기 사이를 어떻게 순환하는가에 대한 수학적 모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모형이 수립되면 이 순환계들이 지구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또한 바이오스피어Ⅱ 자체가 민간자본에 의한 상업적 모험사업이기 때문에 농업기술이라든가 폐기물 재생공정, 그리고 토양 미생물을 이용한 실내 공기 청정기 개발 등에도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측면 외에도 달, 또는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시설물에 관한 연구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서의 고래연구에 싫증을 느끼고 바이오스피어Ⅱ에 해양 및 습지 담당관으로 참여한 애비게일 앨링은 바이오스피어Ⅱ가 실패할 것이며 특히 그녀가 심혈을 기울인 산호초가 죽을 것이라고 평하던 비평가들을 무색하게 한 것이 무척 기분좋다고 말한다. 비평가들의 예견과는 반대로 산호초는 번성할 뿐만 아니라 42가지 어류와 35종의 산호, 그리고 15㎝ 높이의 인공파도로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흥미를 끌만한 연구로는 어떻게 산호들이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와 그에 수반한 수질의 산성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일반 대기중에도 이산회탄소 함량이 더욱 높아질 것에 대비하는 좋은 연구가 되는 것이다.
 

경작지역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대원들
 

궁극의 목적은 화성 기지 건설

이러한 연구들을 수행해 나갈 사람들은 앨링도, 실버스톤이나 월포드도 아니다. 그들은 다시 바깥 세상으로 돌아갔다. 월포드는 UCLA로 돌아가 자신의 연구를 하면서 바이오스피어Ⅱ의 고문으로 일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바이오스피어Ⅱ에서의 생활을 그리워 하겠지만, 그것이 내가 안식년을 보냈던 인도나 파리에 비해 특별히 더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에게 맞는 것은 큰 도시에서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실버스톤은 바이오스피어를 떠나면서 두가지 상반된 느낌을 받고 있다. 하나는 친구와 가족을 다시 볼 수 있고 산책이나 쇼핑도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고, 또 하나는 이 아름다운 구조물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러나 그녀의 다음 임무가 다음 바이오스피어Ⅱ요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기에 그녀가 곧 이 일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요원들은 5개월 쯤 후에 바이오스피어Ⅱ에 들어가 10개월 가량 머물 계획이다. 외부 과학자들은 이 요원들이 보다 더 세심한 과학적 결과물을 얻어내고, 더 나아가 격리생활에 따른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도 수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앨링의 목표는 화성이다. 그녀는 화성기지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앞으로 해양 포유류에 대한 연구를 포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정착기지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와 비슷한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반드시 바이오스피어Ⅱ가 다른 행성에 지어질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와 같은 환경에서 인간생활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공기와 물 음식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의 단초를 이곳 바이오스피어Ⅱ에서 얻을 수 있었다."

앨링은 그녀 생전에 정부와 민간합작으로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또한 거기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사육한 돼지와 닭
 

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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