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겨울밤이 깊어 가면 찬란하던 겨울 별자리들도 서서히 봄철 별자리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려고 서쪽으로 기운다. 동쪽 하늘에는 사자자리를 앞세운 봄철 별자리들이 성큼 다가와 있지만 천정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의 쌍둥이자리와 게자리가 늦겨울의 마지막 자취를 아쉬워하듯 중천에 버티고 있다.
쌍둥이자리 Gemini
●중심위치: 적경 7시 1분, 적위 +24도(2000년 기준) ●자정 남중: 1월 15일 ●별 수: 47개(5등성까지)
쌍둥이자리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정을 통한 뒤 낳은 알 속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의 모습이다. 신화에서 형 카스토르는 권투선수로, 동생 폴룩스는 승마의 명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쌍둥이 형제 가운데 카스토르가 결투에서 죽게 되자, 불사신의 몸을 가졌던 폴룩스는 제우스에게 형 카스토르도 영원히 죽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제우스는 두 형제의 우애에 감동해 함께 하늘에 올려주어 이들의 형제애를 기렸다고 전한다.
두 형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이아손이 이끄는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선 원정 도중 배를 위험에서 구해내 항해자들의 수호신으로 받들어진다. 이들이 항해자의 수호신이기 때문에 성서에 나오는 유일한 별자리가 되기도 했다. 사도행전 마지막 장에 바울이 로마로 호송되는 최후의 여행에서 배가 난파됐지만, 다행히 몰타섬에서 3개월을 지낸 뒤 이번에는 수호신인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배 앞머리(이물)에 장식하고 다시 로마로 출항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에서는 동생이자 쌍둥이자리 베타(β)별인 폴룩스가 더 밝다. 폴룩스는 하늘에서 17번째 밝은 오렌지색 거성으로 쌍둥이자리에서 유일한 1등성이다. 형 카스토르는 2등성으로 23번째 밝은 별인데, 6개의 별들이 다중성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이다.
한편 쌍둥이자리는 새로운 행성이 발견된 장소로도 유명하다. 황도가 폴룩스의 허리와 카스토르의 다리를 잇는 선으로 통과하고 있어 행성들이 이 별자리 속을 종종 통과한다. 맨눈으로도 보이는 5행성을 제외하고 망원경으로 발견된 3행성(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중 2개가 쌍둥이자리에서 발견됐다. 윌리엄 허셜은 1781년 3월에 에타(η)별 프로푸스 근처에서 천왕성을 발견했고, 클라이드 톰보는 1930년에 델타(δ)별 바사트 근처에서 명왕성을 발견했다.
게자리 Cancer
●중심위치: 적경 8시 40분, 적위 +20도 ●자정 남중: 2월 9일 ●별 수: 23개
발 하나가 잘려나간 게의 모습인 이 별자리는 쌍둥이자리 폴룩스와 사자자리 레굴루스 사이에 있다. 신화에서 게는 헤라클레스를 지독히 미워했던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헤라클레스와 싸우는 괴물 바다뱀 히드라를 도우려고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게가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고 밟혀 죽자 헤라는 게를 별자리로 올려주었다.
겨울철과 봄철 별자리를 잇는 다리이기도 한 게자리는 4등성보다 밝은 별이 없어 얼른 찾기 어렵지만, 황도12궁의 하나라는 것과 프레세페 성단으로 유명하다. 태양은 7월 20일부터 8월 10일 사이에 게자리를 통과한다.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에는 태양이 하지 때 게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태양이 가장 북쪽에서 비추는 북위 23.5도 북회귀선(the Tropic of Cancer)에 이 별자리의 이름이 남아있다. 지금은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하지점이 서쪽으로 옮겨져 황소자리에 있다.
게자리의 한가운데 있는 프레세페 성단은 수천년간 의문의 대상이었던 밤하늘의 흐릿한 물체들이 사실은 어두운 별들이 모인 별무리(성단)라는 것을 알려준 최초의 천체이다. 갈릴레이는 희미한 성운으로만 생각되던 프레세페 성단을 구경 3cm의 작은 망원경으로 관찰해 36개의 별들이 모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성운이 별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면서 우주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월 31일-2월 1일: 반영월식(1월호 참조)
18일: 초승달 금성 목성 접근
귀갓길에 차창 밖으로 석양 속을 살펴보면 눈썹같이 가는 초승달과 금성, 목성이 삼각형을 이루며 걸려있는 매우 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승달이 밝지 않아 금성과 목성이 더욱 영롱하게 빛나 보인다. 이날 이후 금성은 고도가 높아지고 목성은 내려가면서 서로 급속히 가까워진다.
23일: 금성과 목성 대접근
저녁 7시 경 서쪽 지평선 위에서 금성과 목성이 석양 속에서 나란히 빛나는 매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아래쪽에서 훨씬 밝게 빛나는 것이 -3.9등급의 금성이고, 위쪽이 -2.1등급의 목성이다. 두 행성의 거리는 달의 지름보다 약간 작은 25분, 고도는 약 17도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금성은 아주 작은 원반으로 보이고, 목성이 금성보다 3배 이상 크게 보인다. 탁 트인 시골이라면 지평선에서 5도 위에 -1등급으로 반짝이는 수성도 볼 수 있다.
상현달과 알데바란 성식
초저녁 중천에 높이 걸려있던 반달이 어느새 서쪽으로 기운 밤 10시 경 황소자리 1등성 알데바란이 달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반대쪽에서 나타나는 성식이 일어난다. 지난달 레굴루스 성식 때보다 달이 어두워 관찰하기가 쉽다. 알데바란은 달의 어두운 부분에서 갑자기 가려졌다가 약 1시간 뒤에 달의 밝은 쪽에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