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왜 누구는 금방 취하고 누구는 취하지 않는 걸까. 혹은 누구는 술을 즐기고 누구는 싫어하는 걸까. 이는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뉴로펩티드 Y (NPY)의 농도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워싱턴대의 연구자들은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차이가 알코올 소비량과 분해능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유전공학적인 조작을 통해 한 집단의 쥐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뉴로펩티드 Y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했고, 또다른 집단의 쥐에는 이 신경전달물질을 정상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도록 했다. 이들에게 맥주에서 소주의 알코올 농도에 해당하는 에탄올 용액을 제공한 뒤 알코올 소비량을 모니터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NPY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변형시킨 쥐가 알코올을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높은 농도의 NPY를 생산하도록 조작된 쥐는 적은 양의 알코올을 소비했다.
또 알코올로 인한 진정작용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NPY를 가지고 있지 않은 쥐는 보통의 쥐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잠에서 일찍 깨어났다. 그러나 NPY가 많은 쥐는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이들은 술을 매우 적게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쥐보다 더 늦게 깨어났다. 이는 NPY가 많을수록 술을 분해하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얘기다. 이번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뇌에서 NPY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음주량과 분해능력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개인의 음주량과 숙취를 조절할 수 있는 약도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