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를 이루는 1천억 개가 넘는 별들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이웃하는 태양, 빛과 열을 주어 지구에 생물이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태양은 과연 어떠한 천체일까. 또 그것 의 모습은 어떠할까. 태양은 왜 계속 빛과 열을 내며, 밝게 빛나는 것일까.
날마다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태양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안정돼 있다. 이 안정성 덕분에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 표면은 결코 고요 하지 않다. 태양 표면은 고온의 기체가 펄펄 끓고 있으며, 더욱이 태양 흑점 부근에 존재하는 활 동 영역에서는 격렬한 동역학적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레어와 같은 국부 적인 표면 폭발이 일어나면, 수분 내지 수십분 사이에 ${10}^{31}$-${10}^{32}$erg에 이르는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기도 한다. 이 때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X-선과 자외선, 그리고 코로나로부터 유출되는 막대한 물질이 지구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별우리의 별, 태양은 G형의 주계열성으로 우리 은하계에 포함된 천억 개의 별 중에서 매우 흔한 천체에 속한다. 태양은 여러 면에서 평범한 별이다. 태양의 온도나 나이, 질량 크기 등 여러 가지 물리적 특성은 다른 별들과 비교해 평균적인 값을 갖는다.
태양을 중심으로 15광년 안의 공간에는 50여개의 별이 존재하는데, 태양은 절대등급이 +4.6등급으로 비교적 밝은 별에 속한다. 그러나 거성이나 초거성 중에는 절대등급이 -5등급보다 밝은 것도 허다하므로, 태양이 특별히 눈에 띌 정도로 밝은 별은 아니다. 별의 밝기는 질량의 크고 작음에 따라 결정되는데, 태양의 질량 2x${10}^{33}$g 은 역시 다른 별들의 평균값에 해당한다.
지구에서 약 1억5천만km 떨어진 태양은 모든 별들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거대한 고온의 기체 덩어리이다. 표면 온도는 6천도, 중심부위 온도는 1천5백만도나 된다. 반지름은 약 70만km로 지 구의 1백9배,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8배나 된다. 태양은 지구 크기의 천체를 1백30만개나 품을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의 소유자다. 그러나 태양은 그 대부분이 가려져 있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은 오직 태양의 대기층뿐이다.
지구 질량의 33만배로 태양계 총 질량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은 막강한 인력으로 태 양계 안의 모든 천체들의 운동을 통솔하면서, 매초 4 x ${10}^{26}$J이라는 엄청난 빛에너지를 우주 공간에 내보내고 있다. 이 값은 시간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데, 이는 태양이 대단히 안정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태양의 질량과 부피로부터 평균 밀도를 구해보면 1.41g/㎤이라는 작은 값이 나오는데, 이는 태 양이 주로 가벼운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음을 뜻한다. 태양은 전 질량의 73%가 수소, 25%가 헬륨으로 돼 있다. 탄소, 산소, 질소를 비롯한 다른 원소들은 오직 2%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태양의 내부는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때문에 학자들은 내부 구조를 태양의 관 측적 특성을 잘 기술하는 이론 모형을 통해 알아낸다.
태양의 이론모형에 따르면 태양 중심에는 중심부가 있고, 그 둘레에 복사층과 대류층이 차례로 둘러싸고 있다.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98% 이상이 태양 중심으로부터 10만km까지의 중심부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중심부의 온도는 약 1천5백만도, 압력은 약 3천4백억 기압이나 된다. 중심부에서는 매초마다 무려 4 x ${10}^{26}$J이라는 막대한 에너지가 계속 생산되고, 생산된 에너지는 태양 반지름의 70%까지는 복사의 형태로, 그로부터 높이 20만km 까지는 대류의 형태로 전달되며, 에너지는 태양의 대기층으로 전달돼 열과 빛에너지로 방출된다.
단단한 표면이 없다
태양에는 지구와 같은 단단한 표면이 없고 폭 넓은 대기층이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태양은 대기층뿐이다. 태양물리학자들은 태양 대기를, 높이에 따른 온도 분포의 특성에 따라 광구, 채층, 코로나의 3개의 대기층으로 나누고 있다.
광구는 눈으로 태양을 볼 때 둥글게 보이는 태양의 표면층을 말하며, 그 두께는 5백k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광구 하부 온도는 약 8천도 정도지만, 바깥쪽으로 갈수록 감소돼 결국 광구의 상 단에서는 4천5백도에 이른다. 망원경을 통해 광구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쌀알 모양의 미세 구조가 관측되는데, 쌀알조직은 광구 아래의 대류층이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쌀알조직은 뜨거운 물질이 대류층의 상단을 뚫고 광구 밑바닥에 떠올라 밝게 보이는 것이다.
쌀알조직 각각의 크기는 약 1천km 정도인데, 이들의 운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부에서 뜨거운 물질이 솟아 올라왔다가 조금 식은 다음, 가장자리의 어두운 부분으로 다시 하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올라오는 물질과 내려가는 물질에는 약 1백도의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쌀알조직은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지만, 약 8분 동안은 그 형태가 유지된다.
보이지 않는 곳이 더 뜨겁다
광구 바로 밖으로 이어지는 채층은 광구가 방출하는 가시광선 복사강도에 비해 그 강도가 훨씬 약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달이 태양의 광구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수초 동안이지만 채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때 채층은 엷은 붉은 색의 고리모양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채층에서 강하게 방출되는 수소의 알파선(H 선, 6563Å)이 붉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채층의 온도가 광구 상단의 4천5백도에서 채층 하부에서 갑자기 1만도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태양의 온도는 중심에서 밖으로 갈수록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온도의 증가는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채층에서 끝나지 않는다.
태양 대기에는 채 층의 온도를 대표하는 1만도에서 코로나의 온도를 대표하는 1백만도로 급변하는 얇은 전이층이 존재한다. 비록 그 두께는 수천km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은 태양빛 중 강한 자외선 영역의 방출 선들이 형성되는 곳이다. 왜 이러한 온도의 역전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적절한 답이 제시되지 않고 있었으나 최근 소호위성의 관측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가장 외각에 속하는 태양 대기층은 바로 코로나다. 코로나도 채층처럼 개기일식 때만 관측할 수 있다. 채층 밖으로 보이는 코로나는 수백만km까지 확장돼 있으며, 밝기는 보름 달 밝기의 절반 가량 된다. 적도 근방에서 뻗어 나온 코로나의 부채꼴 모양은 태양 반지름의 2-3배에 이른다.
코로나는 1백만도 이상의 희박한 고온 기체로 돼 있다. 코로나에서는 전자를 19개나 잃어버린 철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 선이 관측되는데, 철 원자가 이처럼 고도로 전리되려면 수백만도가 요구된다. 이처럼 고온의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스펙트럼 선들은 X선과 극자외선 파장 영역에 속하며, 이 파장 영역에서 촬영한 코로나는 밝게 보인다.
수소를 태워 빛을 낸다
태양이 1초 동안에 생산해내는 빛 에너지는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인구가 1백만년 이상 쓰고도 남을 정도의 막대한 에너지에 해당된다. 이렇게 엄청난 빛에너지가 태양에서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19세기의 과학자들은 태양의 에너지원으로 2가지 가능성, 즉 열 에너지와 중력 에너지를 생각했다. 그들은 먼저 태양이 연탄이나 목재와 같이 연소 가능한 물질로 됐다고 가정하고 이들이 연소할 때 방출하는 열 에너지를 추정해보았으나, 이러한 연료만으로는 태양 에너지를 수천년 이상 공급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후 독일의 헬름홀츠와 영국의 켈빈은 그 대안으로, 태양이 거대한 기체 구름으로부터 그의 생애를 시작했다고 가정하고 태양이 현재의 크기까지 수축하는 동안 방출한 중력 에너지를 계산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태양 에너지의 근원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태양 에너지에 관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원자핵의 구조가 알려지고 "질량과 에너지는 동등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가 발표되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이끌어낸 중요한 결론 중의 하나는 질량도 에너지의 한 형태이며,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는 가장 유명한 공식 E=m${C}^{2}$로 표시되며,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두 물리량을 연결해 주는 상수로서 빛의 속도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 식에 따라 질량은 에너지로 간단하게 환산되지만, 질량이 어떻게 에너지로 전환되는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에너지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질량으로부터 얻게되는 에너지 양만 알려줄 뿐이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처음 이 식을 유도했을 때, 실제로 질량이 어떻게 에너지로 전환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1912년 영국의 에딩턴은 태양 내부의 고온 고압 하에서 수소 원자핵은 격렬 한 충돌로 그보다 무거운 헬륨 원자핵을 만들며, 이때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1939년 미국의 베테에 의해서 입증됐다.
베테는 태양의 중심온도가 1천만도 이상 되면 수소의 원자핵 4개가 융합해 1개의 헬륨 핵을 만드는 과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수소 원자핵 4개가 융합해 하나의 헬륨 원자핵을 만들 때, 헬륨 원자핵 1개의 질량은 수소 핵 4개의 질량보다 0.7% 모자란다는 것이다. 즉 1g의 수소가 헬륨 핵으로 전환될 때 0.007g의 질량결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 생긴 질량결손은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러한 과정을 '수소 핵융합반응'이라고 부르는데, 태양 중심부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7억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로 전환되는 질량만 해도 매초 4백만t에 이른다.
태양 중심부에서 생성된 빛 에너지가 태양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1천만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태양 내부가 높은 밀도의 기체로 꽉 차 있기 때문에 생성된 에너지가 태양 밖으로 빠져 나가는 데 그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태양은 총 질량의 73%가 수소로 돼있다.
수소 핵융합 반응은 태양 총질량의 약 10%가 중심에 자리잡은 헬륨 핵으로 전환될 때까지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태양이 수소 핵 융합반응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총 에너지는 무려 1.3×${10}^{44}$J이나 된다. 비교적 순수한 수소로 구성돼 있던 태양 중심부는 45억년을 지나는 동안, 약 절반이 헬륨으로 바 뀌었지만, 태양은 앞으로도 약 50억년간 수소 핵융합반응을 더 지속하면서 우리에게 계속 빛과 열을 공급해 줄 수 있다.
태양은 영원하지 않다
수소 핵융합반응으로 태양 중심에 헬륨이 누적됨에 따라, 중심부는 천천히 수축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온도와 밀도가 증가돼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에너지 발생의 균형은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수소가 모두 소모돼 공급할 에너지가 더 없는 상황에 이르면 중심부는 빠른 중력 수축을 시작할 것이다. 중력 수축으로 얻은 에너지는 다시 열로 전환되면서 중심부의 온도를 더욱 증가 시킨다. 한편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는 급격히 팽창하면서 태양은 붉은 거성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태양 모형을 계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65억년 후, 태양은 거성이 되기 위한 팽창을 시작하며, 78억년에 이르면 수성을 삼킬 정도로 커진다. 이 때 지구의 온도는 7 백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중력 수축으로 태양 중심부의 온도가 1억도에 이르면, 태양은 헬륨 핵융합반응을 일으킨다. 헬륨 반응이 시작되면서 태양은 (헬륨 섬광을 겪으며) 크기가 잠시 동안 약간 줄어들지만, 그후 다시 거성이 될 때 지구 궤도 크기인 1AU까지 팽창한다. 이 때 태양은 강한 항성풍을 내 자신이 지니고 있던 질량의 약 40% 이상을 잃어버린다.
그 결과 태양의 중력이 약해지고 지구는 공전 궤도를 약 1.7AU로 옮겨 화성의 궤도 근처까지 밀려난다. 비록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멀어졌 지만, 태양은 현재보다 약 5천배나 밝아진다. 이때는 지구의 온도가 1천3백도 이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지구는 생물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시간이 좀더 흐르면 태양 중심부의 헬륨이 소진됨에 따라, 중심부는 다시 수축하기 시작하며, 궁 극적으로 현재 밀도의 1백만배나 되는 엄청난 상태에 이른다. 그러나 이때 태양 질량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이제는 중심온도가 또 한 판의 핵융합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워지지 못한다. 태양은 중심부가 주로 탄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백색왜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