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어감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에는 수억년에서 수십억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므로 1백년에 못 미치는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과 며칠 또는 몇백일 사이에 밝기가 변하는 별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하늘의 등대인 ‘변광성’이다.
고래자리의 이상한 별
1596년 8월 독일의 목사인 파브리치우스는 고래자리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별이 3등급의 밝기로 빛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몇달 후 이 별은 다시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1609년 2월이 돼서야 이 별을 다시 관측할 수 있었다. 한편 1638년 네덜란드의 홀왈더는 이 별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상한 별’이라는 뜻의 ‘미라’(Mira)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별이 바로 고래자리의 오미크론(ο)별이며 처음으로 변광성임이 밝혀진 별이다.
미라의 평균 변광주기는 약 3백32일로 가장 밝을 때가 약 2등급, 가장 어두워졌을 때가 약 10등급으로 그 밝기차이가 무려 1천5백30배에 달한다. 가장 밝을 때는 북극성 정도로 빛을 발하다가 가장 어두워지면 맨눈으로는 볼 수 없고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통해서만 겨우 관측할 수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은 지금까지 약 2만개 이상 발견됐다.
우주의 거리 측정자
미라는 별 자체가 부풀었다 수축했다 하면서 밝기가 변한다. 실제로 미라는 그 크기가 10배 이상 변화하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이렇듯 별의 크기가 변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별을 ‘맥동 변광성’이라고 한다. 맥동 변광성 중에는 천문학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별이 있다. 바로 세페우스자리에 있는 델타(δ)별이다.
1784년에 구드릭은 세페우스자리의 델타별이 약 37시간 동안 가장 밝고, 32시간만에 어두워져, 36시간 동안 가장 어두워져 있다가, 다시 13시간만에 밝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와 비슷하게 밝기 변화를 하는 별이 그 후에도 많이 발견됐으므로 이들을 통틀어 ‘세페이드 변광성’이라 부른다. 세페우스자리 델타별의 변광주기는 약 5일 8시간 47분으로 4등급과 5등급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빨리 밝아지고 느리게 어두워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래자리의 미라는 크기가 커질수록 밝아지고 작아질수록 어두워지는 데 반해 세페우스자리 델타별은 반대로 크기가 커질수록 어두워진다.
세페이드 변광성이 현대 천문학에 큰 공헌을 하게 된 것은 그 맥동이 매우 규칙적일 뿐 아니라 맥동주기와 별의 실제 밝기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주기-광도 관계’라 한다. 이러한 주기와 절대등급 사이의 관계를 이용하면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주기만을 측정하면 절대등급을 알 수 있고, 이를 겉보기등급과 절대등급의 관계를 이용해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세페이드 변광성’은 우리 은하의 크기나 외부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우주의 측정자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극성도 3.97일 주기의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그 맥동주기를 통해 북극성의 실제 밝기는 태양의 6백배이며, 그 거리는 약 1천광년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만일 태양이 맥동 변광성이라면 지구의 기온은 수백도씩 오르내리며 날씨의 변화도 매우 극심할 것이다. 다행히도 태양은 아직까지는 매우 안정된 빛을 내는 별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태양도 아주 작은 양이지만 변광하고 있다. 태양처럼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만약 태양이 이처럼 안정된 별이 아니었다면 지구상에는 생물이 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악마의 별 알골
변광성 중 지명도로 선두를 다투는 유명한 별이 ‘알골’(Algol)이다. 알골은 가을철에 잘 볼 수 있는 페르세우스자리의 베타(β)별이다. 알골이란 아랍어로 ‘악마의 머리’란 뜻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영웅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라는 머리가 아홉 달린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동굴을 찾아간다. 메두사는 그의 흉측한 머리를 보는 자는 모두 돌로 변하게 하는데, 재치있는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방패 앞면을 거울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아서 싸움에 임한다. 메두사는 싸움 도중 페르세우스의 방패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자 돌로 굳어져 버린다. 싸움에 승리한 페르세우스는 한 손에 메두사의 머리를 쥔 채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날아간다. 실제로 알골은 페르세우스자리의 팔 끝에서 빛나므로 신화 속의 메두사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설과 더불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밝기가 변하므로 예전부터 ‘악마의 별’로 불리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점성가들은 이 별을 재앙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알골이 변광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기록한 사람은 17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제미니아노 몬토나리였다. 그 후 1783년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구드릭은 알골이 2일 20시간 49분마다 2.3등급에서 3.4등급까지 변광한다는 것을 밝혔다. 당시 구드릭은 불과 17살의 귀머거리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또 알골 둘레를 도는 또 하나의 별이 있어 알골의 빛을 가리는 식현상이 발생함으로써 이 별이 변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변광성을 식변광성이라고 한다. 구드릭은 후에 알골에 외에도 2개의 새로운 변광성을 추가로 발견했다
폭발하는 별
별 자체의 밝기가 변하는 별에는 맥동 변관성 이외에 '신성' (Nova)도 있다. 신성은 별의 일생 중 마지막 단계에서 별의 표면 전체가 폭발해 밝게 빛나는 별인데, 자신의 원래 밝기보다 수만배나 밝아진다. 별 전체가 폭발하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별도 있는데, 이러한 별을 특히 '초신성' (Supernova)이라고 한다. 신성이나 초신성의 경우,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수십일에서 수백일에 걸쳐 밝게 빛나다가 서서히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특히 우리 은하 내에 있는 별이 신성이나 초신성으로 폭발할 경우, 그 밝기는 대단해 낮에도 보일 정도이다. 실제로 1054년 게자리에서 폭발했던 초신성은 낮에도 볼 수 있었다고 기록될만큼 장대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밝은 별은 보이지 않고 망원경으로만 관측되는 별들의 히미한 잔해인 게성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실험 - 변광성으로 거리 측정하기
●준비물
꼬마전구 4개, 전구 소켓 4개, 건전지 2개, 건전지 박스 2개, 전선 약간, 셀로판지 빨강색, 마분지 검정색, 줄자
●실험방법
①마분지를 잘라 상자 네 개를 만들고 같은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②꼬마전구를 소켓에 끼워 전선을 연결한 다음 꼬마전구는 상자 안에 넣고 전선은 밖으로 빼낸다.
③구멍의 크기보다 조금 크게 셀로판지를 잘라 2개의 상자에는 1장씩 붙이고 나머지 두 상자에는 각각 2장, 4장씩 겹쳐 붙인다.
④셀로판지 1장을 붙인 상자를 4m 거리에 둔다.
⑤나머지 세 상자는 2m 거리에 나란히 둔다.
⑥그림과 같이 건전지와 전선을 연결해 꼬마전구에 모두 불이 들어오도록 한다.
⑦방안을 어둡게 하고 2m떨어진 세 상자 중에서 4m떨어진 곳의 불빛과 같은 세기의 불빛을 내는 것을 골라내어 보자. 친구가 있다면 여러 명이서 돌아가며 골라 보자.
●확인하기
불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어두워진다. 따라서 4m떨어진 곳에서는 2m떨어진 곳의 전구보다 (4m/2m)²=4배로 어두워진다. 우주 공간에 있는 무수한 별들도 각각의 밝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거리에 따른 밝기 관계를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별까지의 거리를 알려고 한다면 별의 실제 밝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세페이드형 변광성은 훌륭한 잣대가 된다. 그 변광주기를 관찰하게 되면 그에 따른 밝기를 알 수 있으므로 변광성까지의 거리나, 그 변광성이 포함돼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는 변광 주기와 광도 관계를 이용하면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미국의 여류 천문학자인 리비트가 1912년 마젤란은하 내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주기를 조사해 밝혀냈다. 결국 어느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려고 한다면, 그 은하 안에 있는 세페이드형 변광성을 찾아내 주기를 구하고, 겉보기 등급을 측정함으로써 그 별이 속해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변광성은 우주의 깊이를 알려주는 거리측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