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개운치 않은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몇주간 계속되는 불면의 밤 - 10명 중 1명 중증
잠자리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간밤에 잠을 설친 일을 생각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도 정신이 말짱하다. 새벽녘까지 뒤척거리다 막상 잠이 들어도 자꾸 잠이 깬다. 그런 탓에 하루 종일 몸이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불면증의 전형적인 사례다.
불면증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수험생이나 싸움을 한 부부처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며칠 동안(길게는 1-2주) 잠을 설치는 '일시적 불면증'이다. 이 증세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해소될 경우 자연스레 해결된다.
문제는 최소한 3주 이상 잠자리가 불편해져 정신과의 치료가 필요한 '만성 불면증'이다. 심한 경우 몇년씩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당사자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제수면협회에 따르면 1년간 일시적 불면증에 걸리는 사람은 27%,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9%에 달 한다. 10명 중 1명이 중증의 잠병에 걸려 있는 셈이다.
만성 불면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일시적 불면증에 걸린 사람이 "오늘 잠이 안올 것 같다"는 걱정을 반복한 탓에 만성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학습된 불면증). 잠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면 누구나 만성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평소의 음식 습관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커피나 콜라와 같이 신경을 각성시키는 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는 '카페인 중독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루에 카페인을 6백mg 가까이 섭취하면 중독에 이르는데, 카페인은 커피 한잔에 60-1백mg, 콜라 한병에 60mg 정도 함유 돼 있다. 카페인에 중독되면 중추신경계가 항상 흥분돼 있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룬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 이유로 불면을 재촉한다.
잠자다 벌떡벌떡 깨는 경우도 허다하다. 숨이 갑자기 멈추거나(수면무호흡증) 다리가 떨려(하 지움직임증) 잠을 깨거나,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꾼 탓에 잠을 설친다.
물론 몸이 아픈 경우 잠을 못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특히 정신과적 질환, 즉 우울증, 조울증, 불안증, 정신분열증에 걸린 환자가 심한 불면증을 호소하는데, 한 예로 우울증 환자의 90%가 불면증에 시달린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진단 역시 복합적으로 이뤄진다. 정신과에서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중 호흡상태,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 심전도, 전신의 움직임 등을 측정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다.
수면제는 불면제 -깊은 잠 못자고 금단현상 생겨
'불면증 치료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면제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수면제도 불면 증 치료에 근본적인 효과가 없다. 또 수면제 복용은 건강한 사람을 오히려 불면증 환자로 만 들 수 있다.
우선 수면제를 먹은 경우 깊은 잠을 못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각성 상태를 나타내는 뇌파 가 빈번히 관찰된 것이다.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또 습관적으로 수면제를 먹다 보면 몸에서 약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결국 복용량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이때 수면제 복용을 멈추면 금단현상마저 발생해 불면증은 더욱 심해진다.
수면제는 환자에 따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잠자다 숨이 자주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 증세가 더욱 심해질 위험이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 에서는 불면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수면제를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좋은 치료책은 스스로 좋은 수면 습관을 익히는 것이다(표1). 하지만 잘 안될 경우 전 문의를 찾아 행동치료를 받는게 좋다. 물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양의 약물 투여가 병행된다(표2).
주의할 점 한가지. 취침 전 한두잔의 술이 숙면에 좋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알코올은 몸의 긴장상태를 이완시키고,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잠이 빨리 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렘수면 을 억제하고 비렘수면의 깊은 수면상태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수면의 초기, 즉 알코올이 몸에 남아있을 때의 얘기다. 만일 알코올이 체 내에서 분해돼 혈중농도가 떨어지면 반대 작용이 일어난다. 그 결과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 하기 곤란해지며, 렘수면이 활성화돼 뒤숭숭한 꿈을 꾸게 된다.
과음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심지어 임신중 과음한 여성의 경우 신생아의 수면패턴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이 발견됐다.
(표1) 좋은 수면을 위한 8가지 권고
1. 불필요하게 침대에 있는 시간을 줄인다.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짧을수록 효과적으로 잘 수 있다.
2.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24시간에 맞춰진 생체 리듬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시키는 일부터 시작한다.
3. 침실의 시계를 치운다.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불충분한 수면을 야기한다. 더욱이 시계를 보기 위해 눈을 뜨거나 머리를 들어올리면 잠을 더 잘 깬다.
4. 커피, 술, 담배와 같은 자극성 음식을 피한다.
5. 취침 6시간 전 간단한 운동을 한다. 체온이 떨어질 때 졸음이 오는데,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오르고 6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6. 배가 고파 잠이 안올 경우, 그대로 잠자리에 들지 말자. 이때 음식 특히 잠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물질(트립토판)이 든 우유나, 바나나, 생선을 가볍게 섭취하는게 좋다.
7. 편안하고 쾌적한 수면환경을 만든다. 필요하다면 귀마개나 눈가리개를 사용한다.
8. 잠자리에 들기 직전 걱정을 피한다. 학교 성적이나 밀린 회사일은 저녁 일찍이나 아침에 생각한다.
(표2) 불면증 쫓는 행동치료
1. 행동치료의 첫단계는 긴장된 상태를 푸는 훈련이다. 명상이나 심호흡, 숫자 세기 등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킨다.
2. 다음 단계는 "침대에 있어도 잠을 못잔다"는 부정적인 연상을 깨는 훈련이다. 졸릴때만 잠자리에 드는게 목표다. 만일 15분 정도 이내에 잠이 안오면 잠자리에서 나오도록 훈련하는데, 몇분 이내에 잠잘 수 있을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3. 마지막 단계는 잠자는 시간을 제한하는 훈련이다. 늘 잠자는 시간에 약간(15분 정도) 더한 시간만 침대에 머물도록 한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수면을 취할 때까지 이 방법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잠버릇 - 다리떨림증에서 나이트테러까지
사람은 잠을 잘 때 몇번이나 자세를 바꿀까. 자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성인의 경우 무려 40-70회나 몸을 뒤척인다. 옆에서 보면 무척 불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이 가장 편한 상태 를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꾸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잠이 깰 정도로 심하게 몸을 움직인다면 문제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커다란 해를 입히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잠자는 사이 병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증세들을 살펴보자.
먼저 수면의 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지움직임증이 있다. 잠에 들기만 하면 발이나 장단지가 가볍게 경련해 어느 순간 잠에서 깨는 증상이다. 깨어있을 때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은 자주 깨는 이유를 모른다. 옆에서 관찰하면 한쪽 다리가 수십초에 한번씩 가볍게 경련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특정 수면 단계에서 일어나는 행동도 있다. 렘수면기에 일어나는 행동장애는 나쁜 꿈을 꿀 때 일어나는 험악한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다가 옆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데, 깨고 나면 전혀 기억을 못한다. 이 수면 장애는 주로 노인층에서 발생한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렘수면기에는 몸의 근육은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렘수면이 불완전해져 몸의 마비 현상이 불완전해지거나 없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깊은 잠에 빠졌을 때는 어떨까. 몸의 움직임이 전혀 없이 잠에만 몰두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악몽을 꾸지 않고 깊은 잠(3-4단계)에 빠졌는데도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몽유병과 야경증이다.
몽유병 증상은 자다가 눈을 뜨고 방안이나 집안팎을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이다. 가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어떤 목적이 있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깨고 나면 자신의 행위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한편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는 증상이 야경증이다. 이때 당사자는 무엇 인가에 크게 놀란 증세를 보여, 동공이 커지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땀을 흘린다. 역시 깨어 난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잠자다 아내를 살해한 이유
몽유병과 야경증은 꿈을 꾸지 않았는데도 움직인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특별한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발육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증세로 여긴다. 주로 어린이의 1-6%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그러나 성인이 돼도 이런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별한 묘약은 없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적절한 약물을 투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편 렘수면기의 장애와 비렘수면의 장애가 동시에 발생해 정신과 의사들을 골치아프게 만 는 경우가 있다. 1985년 8월 런던의 재판정에서 이상한 판결이 내려졌다. 잠자다 아내를 죽인 사나이(33세)가 무죄로 석방된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밝히 남편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잠자기 시작한지 두어시간 지났을 무렵 정글을 혼자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일본군이 나타나 그를 쫓기 시작했다. 한명이 칼을 막 내려치는 순간 그는 덤벼들어 온 힘을 짜내 적의 목을 졸랐다. 그런데 잠을 깨보니 아내가 죽어있었다. 자신이 아내의 목을 조른 것이다. 재판정에서 심리학자는 그가 살인 의도는 물론 살인하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었다고 증언함으로써 무죄 판정이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나이트테러(night terror)라 부르고 몽유병 증세의 한 종류라 분류했다. 즉 비렘수면기에 접어든 단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남편은 분명히 "악몽을 꾸었다"고 말했다. 렘시기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비렘시기에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일까. 아니면 현재로서는 밝혀지지 않은 잠의 또다른 메커니즘이 있는 것일까.
이런 증상들에 비한다면 잠꼬대나 이빨갈기는 '양반' 에 속한다. 본인이나 타인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잠꼬대는 수면의 모든 단계에서, 그리고 이빨갈기는 비렘수면 2 단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단 이빨을 심하게 가는 경우 치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 마개(mouth gag)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왜 코를 고는 걸까? - 자다가 숨이 멈출 수도
코골이에도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미미한 소리를 내다가 점차 소리가 커지고, 마침내 소리가 극에 달하면 눈을 번쩍 뜨고 숨을 '푸' 내쉰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일반 성인의 10-30%가 코를 고는데, 수면중 기도가 좁아져 억지로 숨을 쉴 때 나는 소리가 코골이다. 코골이는 지구의 생물 중 거의 유일하게 사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코를 고는 것은 등을 바닥에 대고 자기 때문에 일어난다. 반듯하게 누우면 입안의 혀와 입천장, 목젖 등이 뒤로 처진 다. 이때 목젖 주위의 점막이 코에서 폐로 들어가는 강한 공기의 압력을 받아 떨려 소리가 난다. 즉 코고는 소리는 코에서 나는게 아니다.
코고는 사람이 자다가 깨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코고는 소리에 자신이 놀라 잠이 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다가 호흡이 멈춰 괴로워서 깨는 것일 뿐이다.
미국 언어병리학 박사인 불웨어는 평생 코골이에 대해 연구에 몰두했는데, 그 계기는 자신의 코골이 때문에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당한 일이었다. 불웨어 박사는 역대 미국 대통령 32명(1대-32대) 가운데 심하게 코를 곤 사람이 20명이라는 재미있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코고는 소리가 가장 요란했던 사람은 시어도 루즈벨트(26대) 대통령이었다. 한번은 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찌나 큰 소리로 코를 골았던지 옆병실의 모든 환자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코를 곤다는 것은 기도가 좁아져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심한 경우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혀 10초 이상 숨을 못쉬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코고는 사람의 70-80%가 이런 증상을 보이는데, 수면무호흡이 한시간 안에 20회 이상 발생하면 고혈압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계통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특히 뇌졸중 환자의 60% 이상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이 경우 혈액의 산소량이 줄어 뇌에 산소공급이 떨어져 뇌졸중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뇌졸중 치료에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치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평소 약 40배 이상 졸음이 오는 것으로 알 려졌다. 따라서 밤에 충분히 잤어도 낮에 심하게 졸리면 이 증상을 의심해볼만 하다. 스스로 이 증상을 확인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확실히 알 수 있다.
하루종일 쏟아지는 잠 - 스트레스에서 월경까지 원인 다양
수험생 중에는 잠이 안와 걱정인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자도 하루종일 졸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이 항상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전반적인 긴장도가 높아져 평소에 비해 피로도가 훨씬 높아진다. 흔히 이 긴장도는 시험이 끝나면서 해소되는데, 이때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 잠이 늘어난다. 이처럼 일반인에게서 나타나는 과수면증의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성이다.
한편 괴로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심정이 강해진 탓에 잠을 많이 자는 경우도 있다.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 심장이 아프다고 호소한 환자가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승진의 기회를 후 배에게 뺏겨 몸시 속이 상해 있었다. 자기보다 실력이나 인품이 보잘 것 없는 후배가 무슨 수를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갔다. 문제는 그가 승진 실패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승진 발표 전날 밤 하늘을 보며 꼭 승진하게 해달라고 빌고 있을 때 별똥별을 본 것 에서 원인을 찾은 것이다. 그는 "하늘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크게 낙담했다. 그 후부터 환자는 삶의 의욕을 잃고 매일 틈만 나면 잠자는 일을 반복했다. 잠이 갈등과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 것이다. 수험생에게는 시험이 과수면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 할 수 있다.
한편 드물긴 하지만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수면과다증이 있다. 클라인-레빈 증후근에 걸린 환자는 1년에 수차례에 걸쳐 1-2주 정도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한다. 주로 10-20세 사이의 남자에게 발생하는데, 밤에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낮에 졸려 한다. 또 평소보다 몇배나 많이 먹을 뿐 아니라 우울증과 기억력 장애 현상이 함께 일어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여성의 경우 월경을 시작할 때 또는 월경 직전에 수면과다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클라인-레빈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수면과다증은 몸에 특정한 병이 있을 때도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 거나 간질환, 만성 폐질환, 심한 당뇨, 뇌종양 등에 걸리면 잠이 곧잘 쏟아진다.
'잠고문'에 시달리는 직업 - 생체리듬 깨져 잠 못 이루는 밤
고문 중에서 잠을 못자게 하는 고문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다. 생체 시계는 분명 잠이 들어 야 한다고 알리고 있지만 외부의 '압력'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다. 생체 리듬이 깨진 탓에 하루종일 비몽사몽으로 헤매고, 몸에서도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자신이 택한 직업 때문에 '잠고문'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들이 잠든 시간에 일해야 하는 택시 운전사, 야간 경비원, 간호사, 비행기 승무원이 그들이다. 특히 비행기 승무 원은 외국 여행의 경우 밤에 잠을 못자는 일 외에도 시차 적응 때문에 더욱 곤욕을 치른다.
현재 가장 장시간의 해외 여행은 서울에서 뉴욕까지 오가는 경우다. 소요시간 14시간 정도. 여행객들은 피곤할 때 자면 되지만 승무원들은 깨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식사를 제공하는 메인 서비스가 끝나면 2교대로 나눠 쉬긴 하지만 그 틈을 이용해 숙면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자신의 서비스 순서가 되면 졸리움을 참아야 한다.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계속 마시거나 일어나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보다 큰 문제는 현지에 도착했을 때 벌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하면 시차 변경 때문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아니라 오전이나 대낮이다. 밤을 거의 꼬박 새운 탓에 몸은 자고 싶지만 밖이 훤하기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
승무원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넘길까.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는 사람도 있고, 현지 시간을 무시하고 한국 시간에 맞춰 자고 깨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뉴욕에서 밤이 올 때까지 꿋꿋이 버틴다. 낮에 자버리면 밤에 잠이 안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 에서 출발할 때부터 24시간 정도 잠을 안자고 버티는 셈이다. 장거리 외국 여행이 한달에 2-3회 있기 때문에 왕복으로 따지면 한달에 6일 정도를 자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서울에서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의 경우도 포함하면 '잠 못 이루는 밤'은 더욱 늘어난다. 맥주를 몇병 마시고 운동을 해도 긴장감 때문에 잠이 도통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라는게 한 승무원의 토로다.
장거리 비행은 특히 여성에게 괴로움을 안겨준다. 실내가 건조한 탓에 먼지가 많이 생기고, 밤에 화장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가 상하기 쉽다. 또 잠이 불규칙적인 탓에 소화불량 이 자주 일어난다. 두통 역시 빈번하다. 생체리듬이 불규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생리불순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들에게 괴로움을 벗어나게할 묘약은 없다. 당장 눈에 띌 만큼 병리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도 애매하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현지 시간대에 맞춰 행동할 것을 권한다. 잘 안될 경우 병원에서는 햇빛과 비슷한 강도의 강력한 빛을 쏘여 생체시계가 아침으로 맞춰지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가위에 눌리는 이유 - 렘수면과 유사한 특성
"간밤에 가위에 눌려 잠을 설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뭔가 알 수 없는(또는 달걀귀신 처럼 형체가 보이는) 존재가 목을 압박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신은 멀쩡한데 일어나려고 애 를 써도 몸이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느낄 때 잠이 깨 '위기'를 모면한다.
'가위'는 자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귀신을 말한다. 그렇다면 '가위에 눌렸다'는 말은 정말 잠 귀신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했다는 말일까.
흥미롭게도 가위에 눌린 증상은 렘수면기에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렘시기는 의식이 깨어 있지만 근육은 완전히 이완된 단계다. 또 꿈을 활발하게 꾼다. 그래서 정신이 멀짱하게 느 껴지고, 달걀귀신이 덮치는 듯한 악몽에 시달리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한편 렘수면기에는 호흡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때 목이 조여오거나 가슴에 누가 올라탄 느 낌이 들 수 있다. 더욱이 코를 골다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일이 일반인에게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 시기에 악몽이 겹치면 영락없이 가위에 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만으로는 불충분한 면이 남아있다. 모든 렘수면기에 항상 '가위눌림'이 일어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 시기에 무엇 때문에 '가위눌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