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출산, 악성종양, 변형된 식물…. 원자로에서 누출된 방사능은 생명체계에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체르노빌과 드리마일원자력 발전소 사고로인한 방사성 물질 확산은 지구상의 곳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동물의 이상출산과 사산 폐사, 식물의 이상변형, 인간의 폐암 간암 백혈병 악성 종양 신생아 이상출산 등등…. 파멸의 징후는 모든 생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방사능때문이란 것은 한결같이 지적되면서도 방사능 피해를 막을 대책은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속수무책인지도 모른다. 체르노빌사고가 발생한 소련도, 드리마일 사고가 발생한 미국도 방사능의 위험은 지적하면서 피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방사능을 피해 갈곳은 이 지구상에 아무데도 없는 것인가.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던 두곳 부근의 여러가지 이상을 살펴 본다.
이변의 실상
드리마일(Threemile)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해리스버그 골즈보로'는 '서스케한나'강(인디언말로 흙탕물 강이란 뜻)을 끼고 펼쳐진 완만한 구릉지대에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1681년 영국 국왕 '찰즈'2세가 퀘이커 교도 '윌리엄 펜'에 내어준 식민지로 '펜의 숲'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그 이름대로 주 전역에는 숲이 많다. 그리고 소나무 삼나무 떡갈나무 등이 풍부하다. 땅이 비옥하여 낙농가와 옥수수 채소 사과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다. 가을이라지만 녹색이 짙은 방목장에서는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나무들 사이로는 들새가 날고 있으며 다람쥐나 토끼가 놀고 있는 모양을 보면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영향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주민들은 새나 작은 동물들을 볼수 있게 된것은 3년전 쯤 부터이고 그것도 그 수가 적다고 한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영향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드리마일 원자력발전소는 지난 1979년 3월 28일 새벽 4시경 원자로 2호기에서 미국 원자력발전사상 최대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자로는 가압수형 경수로로 전기출력 95만5천kw이며 운전책임은 메트로 폴리탄에디슨사가 맡고 있었다. 거의 전출력으로 운전중 증기발생시 2차계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주 급수 펌프계통이 고장나 터빈발전기가 정지했다. 보조급수 펌프는 3대 모두 밸브가 닫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었고 원자로는 정지했으나 가압기의 압력배출판이 개방된채여서 원자로 안의 물이 많이 흘러 나왔다. 원자로 안을 식히기 위한 긴급로심냉각장치(ECCS)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원이 계량을 잘못 하여 어느 기간동안 ECCS를 멈추는 등 잘못이 겹쳐 대량의 방사능이 외부로 흘러 주변 8km 이내의 주민중 임신부와 미취학어린이가 한때 피난했다. 방출된 방사능은 요드(Jod) 131이 약 10퀴리, 크세논(Xenon) 133이 약 1천만퀴리였다. 흉부 뢴트겐 간접촬영 2회분 이상의 피폭자는 없었다. 주민의 피폭총량은 약 3천5백렘(rem·인체의 조직중에 1뢴트겐의 X선이 닿은것과 같은 생리적 효과를 낳는 방사선의 강도)이었다. 우유의 오염은 거의 제로에 가까왔다. 그러나 원자력위원회가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사고일 경우를 추정한 것보다 훨씬 웃도는 방사능이 방출되었다. 그 방사능은 사고가 난지 이틀뒤 아침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량의 방사능이었으므로 주 지사는 30일 낮 12시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반경 8km 이내에 사는 어린이와 임부를 피난하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이 사고는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사고 뒤에 주변 주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1년뒤에 갑상선 이상, 3년뒤에 유방암, 8년뒤에 악성종양
원자력발전소에서 서남쪽으로 약 6km되는 거리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매리 호로커' 부인(74)은 당시 축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새벽 4시경부터 소의 젖을 짜고 있었어요. 느닷없이 번개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땅이 지진이 났을때 처럼 흔들렸어요. 밖에 나와보니 푸른 안개같은 구름이 꽉 끼어있어 3m 앞도 볼 수 없었어요. 그때 구리냄새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피부는 콕콕 찌르는것 같았고 목구멍이나 코 안이 뜨거워지는것 같이 기분이 나빴으며 침실이 있는 몸채까지 가는 30m를 달리면서 세번이나 쓰러졌읍니다"
그녀는 80년에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았고 82년에는 유방암이 생겼으며 현재는 심장 가까이에 악성종양이 생겨도 수술을 받을수 없는 상태라 한다.
전에 트럭운전사였던 발전소에서 서남쪽으로 8km 거리에 사는 '샘 더너'씨(48)는 "그날 언제나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읍니다. 새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뜰에 자주 오는 다람쥐도 볼수가 없었읍니다. 이상하게 조용하고 세상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읍니다" 사고후에 피란을 가지않고 일을 계속한 '더너'씨는 5년전부터 근육암이 나타났다. 또 자녀들중 장녀는 난소암이 나타났고 3녀는 백혈구 수치가 높아갔다.
사고후 주변지역에서는 기르던 개나 고양이가 죽고 새의 사체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가을도 아닌데 나무잎이 말라 떨어졌으며 목장에서는 소가 변사하고 무뇌증이나 사지의 길이가 다른 송아지가 나는등 이상이 잇따라 일어났다. 가축의 이변 폐사 사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고 2개월후부터 나타난 식물의 이상
원자력발전소의 북서쪽 약 10km되는곳의 언덕 위에 사는 주부 '메어리 오즈번'부인(43)은 사고후 또다른 한가지 이변을 발견했다.
식물의 이상이다. 그것은 사고 2개월 후 아이들이 꺾어온 야생의 데이지(daisy·이탈리아 국화) 꽃다발 속에서 변형된 꽃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해 가을엔 아이들이 집안의 뜰에서 꺾어온 단풍나무잎이 크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이상식물 채집을 시작했다. 꽃잎이 꼬여 달린 데이지, 두개의 꽃이 달라붙은 해바라기나 민들레, 정상보다 훨씬 크게 변형된 단풍나무잎, 길이가 70cm나 되는 민들레잎 등등…, 드라이플라워를 만들어 보존하고 있는 이상식물이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84년, 그녀는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채집한 몇가지의 이상식물을 식물학자이고 방사선 조사(照射)에 의한 식물의 변형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제임즈 군클'박사에게 보냈다. 군클박사는 편지로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내왔다.
"나의 경험으로는 보통 높은 레벨의 엑스선과 감마선을 2, 3개월 계속하여 조사하면 줄기에 이상이 생깁니다. 또 드물게는 인(燐·Phosphorus)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로부터의 베타선을 불과 24시간 조사해도 같은 현상이 생깁니다. 즉 관찰한 식물의 이상은 79년 3월의 죽음의 재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읍니다"라고.
"방사능의 영향은 처음에는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에 미쳤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볼수있는 식물의 이상은 우리를 향한 경고라고 생각되어요"
메어리부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은 낮은 레벨의 것이며 더우기 그양이 적다고 하여 미국에너지성과 주정부의 건강조사나 환경조사는 아직도 없는채이다.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사고의 그늘에 감춰져 드리마일원자력발전소사고는 잊혀지려하고 있다.
전지구상에 퍼진 공포의 방사능
소련의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사고(86년4월26일)발생으로부터 벌써 21개월이 지났다.
소련의 대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백20km떨어진 곳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는 지난 83년에 가동하기 시작한 흑연감속비등형 (BWR)원자로다. 물(경수)을 감속재로 쓰는 서방세계의 가압수형경수로와는 달리 흑연을 감속재로 쓰는것이다.
이 발전소에서 1987년4월26일 새벽 32년의 세계원자력발전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자로4호기(발전용량 1백만kw)의 우라늄막대를 식혀주던 냉각수가 돌기를 멈춘 것이다. 원자로는 1천7백개의 흑연블럭으로 둘러싸인 1천6백61개의 우라늄연료봉으로 구성되어있다. 노심을 식혀주는 냉각수가 없어지자 연료봉은 재빨리 과열되어 섭씨 1천9백27도까지 올라갔다. 이 고열로 연료봉장치를 둘러싼 지르코늄합금과 압력관이 녹아내리고 주변의 흑연을 과열시켰다. 온도는 계속 치솟아 섭씨 2천8백16도까지 올라가 우라늄연료까지 녹기 시작했다.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남아있던 물이 초고온수증기로 바뀌어 가압관의 벽을 타고 밖으로 새어나가 흑연과 우라늄연료와 지르코늄이 반응하여 폭발성이 매우높은 가스가 되었다. 이 가스가 몇시간동안 축적되어있다가 압력관에서 방출된 산소와 합쳐져 마침내 폭발되었다.
이 폭발로 원자로가 있던 건물은 박살나고 노심은 쩍 벌어져 강력한 방사능이 방출되었다. 부서진 흑연벽돌더미는 거대한 석탄더미에 불이 붙은것 같이 타기 시작했다.
이 불은 물로 끄려하면 물이 흑연과 반응하여 일산화탄소를 내기때문에 불길을 부채질하는셈이된다. 그래서 소련당국은 헬리콥터로 대량의 모래와 납과 중성자흡수붕소를 뿌렸다. 그리고 발전소를 중심으로 직경29km둘레안으로 접근하는것을 금지했으며 약5만명의 체르노빌시민은 모두 철수 시켰다. 1백20km나 떨어진 키예프시민들도 철수한다는 설에 한때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원자로 노심이 녹으면 많은 방사능 물질이 땅속으로 스며드는데 이경우는 흑연이 타면서 산소를 빨아들인뒤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중으로 마구 뿜어댔다. 그중의 일부는 이웃 키예프의 수원지로 흘러들어가는 프리피야트강을 오염시켰다.
소련당국의 엄중한 통제로 사고과정의 실상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서방세계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촬영 사진등의 자료로 사건발생후 몇시간 안에 치명적인 아이오다인(iodine·옥소)과 세슘(caesium·알칼리금속의 하나)이 대기에 방출되었으며 이것은 고도의 위험성을 가진 다른 방사능물질을 수반한 구름형태로 널리 퍼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이 죽음의 재를 실은 구름은 처음엔 우크라이나 상공을 떠돌다가 북쪽 스칸디나비아로 이동했다. 1주일뒤에는 이불길한 방사능장막이 동부유럽을 지나 지중해연안에까지 번졌다(그림참조).
지금까지의 모든 핵실험에 의한 것보다 많은 양의 죽음의 재
체르노빌 사고로 지구상에 뿌려진 방사성 물질의 양은 수억퀴리(curie·방사능의 단위. 라듐1g이 1퀴리)에서 10억퀴리에 이른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양과 그강도는 지금까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가 실시한 모든 핵실험에 의한 죽음의 재의 양을 훨씬 웃도는 정도이다. 이것이 한순간에 넓은 지역의 공중에 뿌려졌고 일부는 8천km나 떨어진 극동에까지 날아와 떨어졌다.
죽음의재 때문이라고 보이는 여러가지 이상은 오늘도 세계 각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87년2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발견된 네발 달린 독수리(아래)와 87년8월에 헝가리북부의 농장에서 난 머리가 두개 달린 돼지(위)이다.
일부외신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로부터 9개월이 지난 87년1월이후 서베를린에서 신생아의 이상출산이 급증하고 있어 관계자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서독에서는 동물의 이상출산이나 사산(死産)도 이시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빗물→±식물→동물→인간으로 이어지는 연쇄.사고이래 이 '먹이사슬'(食物連鎖·food chain)이 온세계의 사람들에게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체르노빌 사고 1주년인 87년4월26일에 발표된 한 보고에는 미국 콜롬비아강에서 실제로 일어난 방사능 농축과정이 상세히 나타나있다. 이 보고에 의하면 상류의 '험퍼드' 재처리공장에서 흘러나온 방사성물질은 물속의 플랑크톤에서 2천배, 그 플랑크톤을 먹은 물고기에서 1만5천배, 물고기를 잡아먹은 오리에서 4만배, 냇물벌레를 먹은 새끼제비에서는 50만배, 물새알에서는 1백만배로 농도가 진해갔다. 이런것 중의 어느것을 먹은 인간, 특히 어린이에서는 대체 몇배나 될것일까. 흙 속의 방사능을 뿌리에서 흡수하여 여문 곡물은 또 얼마나 방사성물질이 축적되어 있는 것일까.
가장 위험한 것은 어린생명
흩날려 내려쌓인 방사능은 장기간에 걸쳐 어떤 위험을 전세계에 미치는가. '돌이킬수 없는 실험'이 체르노빌사고로 이미 시작되었다. 그 실험으로 지금 한가지 확실해진것은 가장 위험을 안고 있는것이 '어린 생명'과 '지금부터 태어날 생명'이라는 것이다.
87년9월15일 남미의 베네주엘라는 EC에서 수입한 가공용쇠고기 6천t을 검사한 결과 방사능에 오염되었다하여 되돌려보냈다. '햄버거나 핫도그가 될 이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것은 어린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영국에서는 27만두의 양이 오염되었음이 드러나 식용처리가 금지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통조림으로된 베이비푸드가 경이적인 매상기록을 올렸다. "어린이에게 오염된것을 먹이고 싶지 않다"는 부모의 마음이 통조림 구입 쪽으로 몰리게 한것이다. 그러나 통조림의 재고는 곧 바닥이 나고 작년과 금년에 생산된것이 시장에 나올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될것인가.
소련당국은 '앞으로 70년동안에 2백~6백명이 체르노빌사고의 영향으로 사망할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게일'박사는 이보다 훨씬 많은 7만5천명 정도가 사망할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혈병(leukemia·혈액속에 백혈구가 많아지는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것은 방사능피폭(被曝)후 7~12년 사이이고 폐암이나 간암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것은 피폭후 30년 가까이 되어서이다. 소련의 추정수치는 직접피폭자에 대한것이며 잔류방사능이 자손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것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시한폭탄'은 이미 초읽기를 시작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이 폭탄이 파열할 것인가. 도망갈곳은 이 지구상의 아무곳에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