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식물은 우산이끼. 네이처지 8월 13일자에 따르면 깊은 산속에 사는 작고 뿌리가 없는 우산이끼가 처음으로 육지에 정착했다. 우산이끼는 오래 전부터 육지를 푸르게 한 개척자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정확하게는 화석 발견이 어려워)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인디애나 대학의 제프리 팰머 교수팀이 유전공학을 이용해 오늘날의 우산이끼가 4억7천만년 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번성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해낸 것이다.
팰머 교수팀은 3백52종의 현대식물의 DNA를 조사한 결과 공동적으로 3가지 고대 유전물질(인 트론이라고 함)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하지만 우산이끼는 물속에 사는 녹색조류처럼 이 3가 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육상식물 중에서 우산이끼가 조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 결국 그동안 최초의 식물로 물망에 올랐던 이끼와 붕어마름을 따돌릴 수 있었다.
물론 팰머 교수팀의 연구로 우산이끼가 최초의 식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산이끼가 녹색조류와 같이 인트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진화학자에게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현재 까지 팰머 교수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양치식물, 개화식물, 나무 등 고등식물들은 3개의 인트론 중 적어도 2개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원시 이끼도 2개의 인트론을 가지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고생물학자이자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의 관장인 피터 크레인은 이번 발견에 대해 누구보다 흥분하고 있다. "만약 우산이끼가 육지로 넘어오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랬다면 지금까지 육지에는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들도 없었을 것이다. 우산이끼가 육지 에 정착한 것은 생물세계의 '빅딜'(big deal)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