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2017년 구글 등이 주최한 미디어해커톤 대회에 우연히 나가게 됐습니다. 기자와 개발자, 디자이너가 3인 1조로 새로운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였죠. 우리 팀은 ‘공약쇼핑몰’이라는 서비스를 기획했고, 운 좋게 수상을 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서밋’에서 전 세계 언론인을 상대로 발표도 했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재미있구나. 쓸모도 있겠구나. 그때부터 혼자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큰 벽을 만나게 됐죠.
첫째,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걸 배워서 어디다 써먹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명확한 동기부여가 안 되니 공부는 지지부진했습니다.
둘째, 자주 쓰지 않으니 금방 까먹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문법처럼요. 도입부만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셋째,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파이썬을 공부해도 실제 데이터분석을 하려면 ‘도메인(대상 분야)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별도로 공부할 게 많았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저만 느끼는 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공부하다 중도 포기하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좀 재밌게 코딩을 공부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러다 이번에 과학동아에서 신수빈 부편집장과 함께 ‘취미코딩’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독자들의 관심 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독자들과 함께 분석하면서 기초적인 코딩을 같이 공부해보자는 아이디어죠. 코딩을 배우자마자 바로 써먹을 수 있어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배운 내용을 자꾸 사용해 까먹지 않게 되고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루므로 도메인 지식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롤(LOL)이라는 게임에서 시작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반응이 좋다면 이후 음악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취미 분야로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5년 전 코딩에서 재미를 느낀 덕분에, 삶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데이터분석을 기사에 접목시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죠. 2018년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보도로 한국신문협회에서 주는 ‘한국신문상’을 받았고, 2020년 ‘임대아파트 옆 과소학교’라는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취미코딩’을 통해 대단한 기술을 알려드리지는 못하지만, 데이터분석이 실제 쓸모도 있고 재미도 있다는 걸 독자 여러분이 경험하게끔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코딩, 같이 해보실래요? (취미코딩 초대장 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