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인류가 오래 전부터 생활 주변에서 이용해 온 재료다. 요즘도 예전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많고 근래에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재료로 개발돼 첨단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탄소 단독으로 된 것만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을 고려하면 유기물 전체가 탄소로 이뤄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탄소가 주성분으로 돼 있는 탄소재료는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는 형태에 따라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다르므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석탄에서 추출
우선 우리가 사용하는 탄소재료의 원료는 매우 다양하다. 무기물 원료의 대표는 천연흑연이다. 산업에서 사용되는 탄소재료의 원료는 거의가 유기물에 고온을 가해 탄소 이외의 원소성분들을 제거해 사용한다. 가장 흔한 것이 석탄이다. 석탄은 자체만으로도 연료로 사용하지만 역청탄이라고 하는 석탄은 열을 가할 때 녹아서 석탄입자끼리 뭉쳐져 강도와 경도가 큰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제철공업에서 사용되는 코크스이다.
또한 코크스를 만들 때 탄소재료의 중요한 원료가 되는 콜타르가 생성된다. 이 콜타르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같은 유기방향족 화합물의 원료가 된다. 또 이러한 화합물을 제조한 후 남은 찌꺼기인 콜타르 피치는 현재 탄소재료 공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료다. 피치 자체는 탄소공업에서 여러 가지 탄소입자를 결합시켜주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탄소섬유, 탄소성형체, 인조흑연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이 외에 석유화학공업에서 나오는 석유피치도 콜타르 피치와 같이 탄소재료의 중요한 원료다.
오염방지용 활성탄
환경에 이용되는 탄소재료는 수질오염과 대기오염방지에 쓰이는 활성탄이 있다. 활성탄은 석탄 또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나는 야자열매의 껍질, 그리고 톱밥 등을 원료로 제조된다. 석탄이나 야자껍질을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고온으로 가열하면 탄소가 주성분이며 무기물인 재성분이 일부 포함된 차(char)라고 하는 것이 남는다. 이 챠를 약 8백-9백℃의 온도에서 수증기로 반응시키면 탄소표면이 산화되면서 매우 작은 구멍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활성탄이다. 이 구멍(미세기공)을 단위 무게당 넓이로 표현한 것을 비표면적이라고 한다. 활성탄은 보통 1천-1천5백㎡/g의 비표면적을 가지게 되는데 사용용도에 따라 이것보다 작은 비표면적을 가지는 것도 제조해 사용한다.
1차 대전에 방독면에 사용되면서 개발이 진행된 활성탄은 사용용도에 따라 각기 원료가 다르며 미세기공의 크기가 다르다. 수질오염에 사용하는 것은 제거하는 분자가 크므로 중간 크기의 기공이 발달된 유연탄을 원료로 한다. 대기오염방지에는 제거하는 분자의 크기가 작으므로 아주 작은 기공이 발달된 야자껍질을 원료로 한 것이 이용된다.
철강공업의 핵심
제철공업에서 사용되는 탄소재료는 코크스, 인조흑연 전극봉, 탄소질의 내화물과 도가니 등이 있다. 코크스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유연탄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서 이것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같이 들어가 용광로 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이 용광로법은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공정으로 화력발전과 같이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발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직접환원법과 같은 다른 제철법이 응용되고 있지만 대량생산에 있어서 용광로법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어서 제철업에서 코크스는 필수적인 재료로 이용된다.
침상코크스(피치류로 만든 것으로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코크스와는 다름)를 2천5백도 이상에서 처리하면 얻어지는 탄소재료를 인조흑연이라고 한다. 인조흑연전극봉은 전기로 고철을 녹이는 제강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켜줘 고철과 같은 물질을 용융하는데 이용된다. 탄소 또는 흑연을 전극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2천℃이상의 고온에 견디며 내열충격성이 우수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화가 일어나는 조건에서는 매우 쉽게 연소돼 이산화탄소로 변해버리는 단점이 있다. 이외에 고온에서 사용되는 내화물의 원료와 도가니로도 사용된다.
전극의 터줏대감
발전기가 출현함에 따라 탄소는 회전체에 꼭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처음에는 회전체에 구리판이 쓰였으나 마찰에 의한 치명적인 결함으로 탄소가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모터에 사용되는 카본브러시(brush). 이것은 탄소가 윤활성이 우수하고 내마모성이 있으며 전기전도성을 가지며 내열, 내식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브러시는 흑연만을 사용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구리와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그 용량이 커지게 됐다.
전지의 전극으로서 흑연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다. 건전지에서의 탄소재료는 양극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에도 이용된다. 이는 탄소의 독특한 층상구조에서 리튬이온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탄소는 에너지와 관련된 곳에 사용돼 왔지만 새로운 형태의 탄소재료가 개발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첨단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주선에 처음 사용됐던 연료전지의 전극과 격리판(separator, 전해질 용액을 분리시켜 놓은 판)으로 사용된 것이 그것. 이 연료전지는 현재 무공해발전의 에너지원으로서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미세기공이 많이 있는 다공질 탄소재료가 활성탄소섬유와 함께 전극으로 이용되고 있다.
복합재료의 선두주자 탄소섬유
합재료란 두가지 이상의 재료를 결합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는 재료로서 근래에 와서 다양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탄소, 흑연분말을 피치와 같은 결합재로 성형해 만든 탄소전극봉과 흑연전극봉도 복합재료의 일부분이다. 복합재료는 탄소섬유가 개발됨에 따라 크게 발전했다. 탄소섬유는 판(PAN)계탄소섬유, 피치계탄소섬유, 페놀계탄소섬유 등 원료에 따라 명칭이 다르며 성질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복합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판계 탄소섬유인데 폴리아크릴니트릴이라는 고분자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강도가 높아 항공기의 부품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석유 정제시 발생하는 물질인 피치를 가열해 섬유모양으로 늘여서 아르곤 기체 속에서 8백-1천2백도로 열처리하면 탄소만이 남아 탄소섬유가 된다. 이것은 인장강도가 작은 것이 결점. 후에 피치 속에 유황이나 인등의 불순물을 없앰으로써 고강도의 탄소섬유를 만들었다. 피치계탄소섬유는 일반적으로 단열재, 활성탄소섬유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페놀계는 다른 두 종류보다 사용량이 더 적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복합재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테니스 라켓, 낚싯대, 골프채와 같은 스포츠 용품에서부터 방탄복, 항공기 날개, 우주정거장에 사용되는 구조물 등에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우주 왕복선의 앞부분과 주날개의 전면부에 붙어있는 C-C 콤포지트가 항공분야에 쓰이는 예. C-C 콤포지트는 탄소섬유를 탄소로 굳힌 복합재료로 고온이 되어도 강도가 거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제조 방법은 탄소섬유로 만든 직물에 페놀수지 혹은 피치를 섬유의 구멍에 침투시켜 고압으로 열처리하여 탄화한다. 이러한 함침 과 탄화조작은 목표로 하는 밀도에 따라서 수회 반복해 마무리한다.
이외에도 C-C 콤포지트는 브레이크 판의 패드에도 쓰이고 있다. 패드란 디스크 브레이크의 원반을 눌러 마찰에 의해 브레이크를 거는 부속품을 말한다. 또 로켓 노즐의 내열재에도 쓰인다. 탄소섬유는 기계적 특성이 우수하고 무게가 매우 가벼워 지금까지 사용돼 오던 다른 재료들을 내몰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또한 탄소섬유 복합재료의 일부는 생체공학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인공치아, 히프조인트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탄소가 생체조직과 친화성이 좋은 특성을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는 항상 검지 않다
탄소는 다이아몬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색깔이 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청색의 흑연도 있고 황금색 또는 흰색을 띈 흑연도 제조할 수 있다. 이것은 흑연의 각 단위 층간에 다른 종류의 원소를 삽입하면 흑연의 층간 간격이 변화하면서 검은색을 나타내는 원인이 되는 흑연의 전자가 삽입된 원자와 결합함으로써 그 특성이 변화된 결과다. 이것을 흑연층간화합물(graphite intercalation compound)이라고 한다. 탄소층 사이에 삽입되는 원자들은 할로겐계열과 알칼리계열의 원자들인데 일부 금속원자들도 층간화합물을 형성한다.
층간화합물은 흑연의 기존 특성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특성의 변화가 전도성의 증가. 금속 층간화합물은 금속보다 우수한 전도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특성을 다방면으로 응용하기 위해 층간화합물을 만드는 흑연재료를 흑연섬유로 하는 경우 더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근래 발견된 풀러렌과 나노튜브에 여러 가지 원자를 삽입해 초전도체나 반도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재료는 여러 분야에서 오랜세월동안 우리가 이용해 온 재료이면서 미래 첨단 사회에서도 끝없이 변신을 거듭하며 그 쓰임을 확대해 가는 재료계의 팔방미인이다. 이는 탄소가 가진 천부적 특성. 즉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노테크놀러지, 반도체, 에너지, 우주 산업에서도 탄소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