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멈추지 않는 세상, 체험하며

부산 LG 청소년 과학관

"자, 이제부터 기압을 떨어뜨려 보도록 하죠."

"물이 끓기 시작한다."

"어, 이상해, 50℃밖에 안됐는데 물이 끓어!"

"와, 굉장히 신기하다."

"기압이 이렇게 0.12기압 정도로 낮아지면 50℃에서도 물을 끓게 할 수 있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시카고의 과학기술박물관의 한 워크숍 코너에서 시범보이는 교사와 학생들간의 대화다. 외국의 과학관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학교에서 견학 온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의문점을 일상대화 하듯이 주고 받는다. 그들이 과학관을 가는 모습은 마치 동네에 있는 공원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과학관은 친숙한 장소다.
 

전자관의 인터넷 코너. 여러 대의 컴퓨터로 인터넷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V화면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TV도 있다.


과학관은 문화시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과학관이라는 이름조차 무척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과학관은 방학숙제를 하기 위한 곳이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가는 곳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과학관에 대해 갖는 거리감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쉽게 가볼 수 있는 과학관이 적다는 것이 첫번째다.문화로서 과학을 향유할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 당하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국민수 77만명당 과학관이 1개이지만 미국은 16만명, 일본 15만명, 영국 13만명, 독일 7만명, 프랑스 12만명당 1개의 과학관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여러 과학관들도 시설이 낙후돼 있고 유지보수가 잘 안돼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관은 대체로 국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으나 외국의 경우는 개인, 지역 주민, 기업체, 재단, 정부가 과학관 운영에 함께 참여한다. 즉 과학관은 국민 모두의 것인 만큼 구성원 다수가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돼 있는 것이다.

최근 민간 기업체인 LG그룹이 서울에 이어 부산에 청소년 과학관을 개관해 과학대중화의 한몫을 맡는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1947년 화장용크림(일명 동동구리모)을 생산한 럭키화학공업사가 출발한 그 자리에 투자액 3백억원 규모로 세워진 청소년 과학관은 지역 주민은 물론 창업주에게도 뜻깊은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과학관은 부산지역 주민이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학생과 시민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제안함으로써 1996년 기획돼 이번 5월 13일에 개관 예정이다. 지상 6층, 지하 3층으로 설계된 이 건물은 지하 1층의 사이언스홀을 중심으로 1층에는 화학관, 2층에는 전자관, 3층에는 행사 및 기획 전시실이 운영된다. 사이언스 홀은 물론 각층의 관람과 행사장 사용 모두 무료다.

미국 MIT의 미디어 랩, 시카고의 과학기술박물관, 프랑스 비엔지방의 첨단 영상공원, 파리의 라비에테 과학관, 독일의 뮌헨 과학관을 연구한 결과 사이언스 홀은 '멈추지 않는 세상' 이라는 독특한 테마로 꾸며졌다. 서울 LG사이언스홀에 있는 내용도 담고 있으나 모두 버전업된 것들이다. 교육적인 요소와 흥미로운 요소가 어우러져 주로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사이언스 홀에 있는 과학 시설은 외국의 과학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사용했더라도 거의 모두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점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과학관에서 감당해낼 몫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LG청소년과학관 단면도


첨단 기술의 사회 환원

과학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에는 그야말로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시물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고, 운영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하는 모든 것이 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과학관을 기획한 LG는 시설물 개발과 운영에 계열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점을 십분 활용한듯 하다.

다른 과학관과의 차이점은 모든 시설물을 직접 동작시켜 느낄 수 있도록 한 점과 미래 지향적인 상황 연출이 주를 이룬다는 점.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다채로운 경험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없고,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과학관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첨단 기술을 이용해 창출한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시키게 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민간 과학관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통감한다는 초대 회장인 박영진 관장은 "과학관을 찾는 학생들이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길 바란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생활 속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백번 보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직접 한 번 만져보며 해보는 것. 과학관은 이런 것이다. 널려 있는 많은 과학적 현상들을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지식으로 의미있게 꿰어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또 미래의 꿈을 잉태하고 키워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즉 과학관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비롭게 간직한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교육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