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저장장치의 총아로 등장한 CD와 LD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순서다.
인간의 문명은 어떻게 하면 한 개인의 경험과 감정,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인간의 역사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소식'을 통신공학에서는 신호(signal)로, 신호중에서 유용한 것을 정보(information)라 부른다. 특정의 소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신호를 담는 그릇, 즉 매개체를 흔히 미디어라 부른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미디어로는 종이(책) 전파(무전) 자기테이프 레코드 영화필름 광디스크 전선(전화) 등이 있다.
이들 미디어는 각각의 신호가 담기는 형태가 달라 특정 미디어에 담긴 신호를 우리의 감각 기관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해독(decoding)하는 장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책은 특별한 해독기는 필요 없지만 언어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시일이 오래 걸린다. 전파는 무전기가, 필름은 영사기가 있어야 해독이 가능하다.
사람은 다섯가지의 감각을 통해 신체 외부 세계와 교신한다.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중에서 그나마 어느정도 발달된 미디어가 있는 것은 청각과 시각뿐이다. 청각 또는 시각만으로도 지식을 전달할 수는 있으나 감정의 완벽한 공유에는 한계가 있다. 본질적으로 오감은 항상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오감에 관한 신호를 동시에 담은 미디어가 나와야 한다.
현재 전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인 멀티미디어란 결국 하나의 해독기로 여러가지 미디어를 동시에 해독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멀티미디어의 첫 출발은 CD(compact disc)와 LD(laser disc)였다.
미디어에서 요구되는 조건은 작은 크기에 가급적 많은 정보를 에러 없이 기록할 수 있을 것, 기록된 내용이 지워지지 않을 것, 기록과 재생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 등이다.
CD와 LD는 모두 디스크에 레이저 광선을 쏘아 반사되는 레이저 광선의 유무에 따라 신호를 판별한다. 레이저라 Light Ampl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으로 아주 가는 빔을 만들 수 있고 지향성이 좋아서 작은 디스크에 많은 정보를 기록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디스크에서 반사되는 레이저 광선의 유무, 즉 디지털적인 정보밖에는 해독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음악은 원래 그 소리의 크기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아날로그 신호로 돼 있는데 레이저 광선으로 해독이 가능하려면 CD에는 디지털 신호(반사된 레이저 광선의 있고 없음은 디지털신호의 1과 0에 대응될 수 있다)로 변환돼 기록돼야 한다. 다시 말해 녹음 스튜디오에서 아날로그인 악기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기록한 테이프를 CD공장으로 보내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그 CD를 CD플레이어에 넣으면 레이저 픽업이 CD에서 디지털 신호를 읽어내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직경 12cm의 소형 디스크의 한쪽면에만 74분의 음악을 기록할 수 있다.
어떤 신호를 내용은 그대로 두고 형태만 변화시키는 것을 변조(modulation)라 하고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는 것을 복조(demodulation)라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복조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CD에서는 갖아 대표적 방법인 PCM(Pulse Code Modulation)방식을 이용한다.
CD는 원래 16비트(2진수 16개)의 디지털 신호로 표시되지만 편의성 3비트 신호로 그 원리를 설명하자. (그림 1) (a)의 아날로그 신호를 샘플링(표본화)해 0 t1 t2 t3 t4 때의 값만 표본으로 취하면 그 순간의 펄스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 다음 표본까지 값을 유지하므로 (b)처럼 된다. 3비트의 디지털 신호로는 구별가능한 전압치가 8개(0-7)이므로 샘플된 전압치를 반올림해 8개중 하나에 대응시키는 양자화(quantizing) 과정을 거치면 (c)가 된다.
그리고 (c)를 2진수로 바꾸어 표시하면 (d)의 디지털 신호가 된다. 이 (d)의 신호의 0과 1을 CD에서는 피트(pit)라는 아주 작은 홈의 유무로 기옥하는데 이에 따라 레이저 광선이 반사되기도 하고 흐트러지기도 하는 것이다. CD플레이어에서는 레이저 픽업에서 얻은 (d)형태의 디지털 신호가 D/A 컨버터에서 (d)-(c)-(b)-(a)의 역순서를 밟아 아날로그 신호로 복원된다.
한편 LD는 필립스와 MCA가 공동으로 개발한 비디오 디스크의 일종으로 1981년 파이오니어가 판매를 시작했다. LD는 CD와 달리 음향신호뿐만 아니라 영상신호도 담아야 하는데, 영상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면 그 정보량이 워낙 많고 주파수가 높아져 기록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영상신호를 주파수 변조(FM, Frequency Modulation) 시키고 음성신호 역시 FM시켜서 합친 신호는 주파수에 따라 신호의 변동이 표시될 뿐 그 전압치와는 무관해져 아날로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식의 표현이 가능하다.
아날로그 음성신호는 그대로 전파로 바꾸면 멀리 도달하지 못하므로 주파수가 높은 반송파에 실어 송수신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진폭변조(AM) 주파수변조 위상변조(PM)가 있는데, 각각 고주파의 진폭 주파수 위상에 저주파인 음성 신호의 전압변동이 기록된다.
이렇게 무선통신에 쓰기 위해서 고안된 FM을 교묘히 이용해 (그림 2)처럼 정형화를 행하면 펄스열이 된다. 결국 주파수의 변동이 펄스열의 간격, 즉 펄스의 개수로 표현되는 것이며 (b)신호의 펄스의 있고 없음은 곧 0과 1로 표시할 수 있으므로 LD 디스크에는 피트의 유무로 기록되기는 하되, CD와 같은 비트 단위의 구분은 없다. 초기의 LD에서는 영상과 음성 모두가 아날로그였으나 요즘은 음성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가지 모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