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오후 나뭇가지에서 졸고 있는 원숭이를 사냥꾼이 발견했다. 사냥꾼은 재빨리 원숭이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빵'하는 총소리에 놀린 원숭이가 그만 나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원숭이는 어떻게 됐을까.
답부터 말하면 이 원숭이는 총알에 맞을 운명을 타고났다. 총구를 떠나 날아가는 총알이나 원숭이는 모두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체의 운동에 작용하는 중력의 정도는 물체의 크기나 질량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그래서 돌맹이나 바윗돌을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같다.
원숭이가 중력을 받아 떨어지는 동안 날아가는 총알도 역시 중력을 받아 아래쪽으로 휘어진다. 매순간 총알이 휘어지는 정도, 즉 원숭이를 겨냥한 직선에서 아래쪽으로 벗어난 거리는 원숭이가 낙하한 거리와 같다. 따라서 총알이 원숭이가 있던 나무 바로 아래에 오면 바로 그 위치에 원숭이가 오게 되므로 총알이 원숭이를 맞추게 된다.
이 말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직접 해볼 수도 있다. 직접 원숭이를 이용하면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쇠공 두개를 써서 같은 실험을 해 본다.
공 하나는 전자석으로 천정에 매달고 또 하나의 공을 아래쪽의 발사장치에 장전해 매달린 공을 향해 발사한다. 아래쪽 쇠공이 발사대를 떠나는 순간, 위쪽 공이 매달린 전자석의 전원을 끊어 공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한다. 그 결과는(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공중에서 정확히 만나 충돌한다.
만일 총알이 빠른 속력으로 발사됐다면 더 위쪽에서 만날 것이고, 느린 속력으로 발사된 경우에는 더 아래쪽에서 만날 것이다. 물론 총알이 원숭이가 떨어지는 곳에 미치지 못한다면 원숭이는 총알에 맞지 않을 것이다. 일단 원숭이가 떨어지는 곳을 넘어설 정도로 발사되기만 하면 총알의 속력에 관계없이 원숭이는 필연적으로 총알에 맞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