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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동물

스핑크스에서 드래곤까지

신화의 세계에는 어김없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엄격한 재판관의 형태로, 때로는 술이 취해 실수를 저지르는 망나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왜 불가사의한 동물들을 상상해냈을까.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탄생해왔을까.

초인적인 힘 갖춘 반인반수
아누비스ㆍ라마수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동물만큼 형식이 ‘파괴’된 경우는 드물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개를 단 몸집 큰 사자의 엄숙한 모습이라든지 다섯개의 머리를 달고 구부정하게 서있는 돼지의 모습 등 고대인의 상상 속에 등장한 동물의 종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현대인이 볼 때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동물의 모습이 당시에는 꽤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고대인은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가 신의 노여움이나 자비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이 위대한 신의 초인적인 힘은 종종 사납고 강한 맹수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고대인은 동물이 사람에게는 없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동물은 크게 두가지, 즉 인간과 동물이 결합한 반인반수(半人半獸)와 서로 다른 동물끼리 합쳐진 변종이 있다. 반인반수의 대표적인 예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형상이다.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을 보여주는 그림 ‘심판도’를 살펴보자. 사자(死者)는 재칼의 머리를 가진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손에 이끌려 재판정에 들어선다. 42명의 신들로 구성된 재판관들은 사자가 생전에 했던 행위가 정의로운 것인지 심판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자는 물론 자신이 죄가 없다고 증언한다.

사자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사자의 심장을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다른 한쪽에 진리의 깃털을 올림으로써 판명된다. 저울이 평형을 이루지 않으면 증언은 거짓이다. 이때 평형 여부를 측정하는 신은 따오기 얼굴을 한 토트다.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면 저울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괴물이 사자를 잡아먹는다. 사자로서는 두번째 죽음을 맞는 셈이다.

저울이 평형을 이루면 매의 머리를 가진 하늘의 신 호루스가 신들의 대표격인 오시리스에게 사자를 안내한다. 오시리스의 판단에 따라 사자가 안주할 곳의 문이 열린다.

이집트에 버금가던 문명을 이룬 메소포타미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한 예로 고대 아시리아왕 사르곤 궁전 성문에 서있는 수호 동물 라마수를 들 수 있다. 독수리 날개와 사람 머리, 그리고 황소 몸을 갖춘 4m 크기의 무시무시한 형상이다. 머리의 관은 오직 신만이 쓸 수 있는 상징물이다. 라마수는 성문 앞에서 사악한 무리를 쫓아내는 수호자이고, 왕의 권력을 상징한다.
 

라마수^기원전 8세기 아시리와 왕 사르곤 2세의 왕궁 앞에 세워진 라마수 석상. 1843년 프랑스 탐험가 보타가 발견했다. 라마수의 다리가 다섯개인 점이 흥미롭다.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다리가 네개인 짐승처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불멸과 고결함의 상징 불사조
피닉스ㆍ봉황


고대인들은 실제 동물의 모습을 변형시키거나 서로 다른 동물끼리 결합시켜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냈다. 모습이 신비할수록, 그리고 각 동물의 장점들을 많이 갖출수록 동물의 권위는 높아진다. 이집트의 피닉스와 동양의 봉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봉황은 영어로 피닉스(phoenix)로 표현된다.

아라비아 사막에 산다고 알려진 피닉스는 평소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 태어난지 5백년이 될 즈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향내 나는 나무장작으로 둥지를 만든다. 작열하는 태양빛이 둥지를 발화시키면 피닉스는 장작에 몸을 던진다. 이때 젊고 아름다운 피닉스가 재 속에서 다시 솟구쳐 오른다.

젊은 피닉스는 어미새의 잔해를 이집트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로 가져가서 태양신의 제단에 바친다. 이때 피닉스는 자신이 겨우 운반할 수 있는 무게의 알을 낳고 내용물을 꺼낸 후 그 곳에 어미새의 잔해를 담아 옮긴다고 한다. 신들은 화려한 의식을 거친 후 어미 피닉스의 잔해를 한 곳에 매장한다. 이로써 새로운 피닉스의 시대가 열린다.

피닉스의 모습은 종종 독수리, 왜가리, 그리고 공작과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정확치 않다. 깃털은 황금색이나 진홍색이다. 등이 길게 뻗었고, 머리 뒤로는 곧게 세워진 두 개의 깃털이 나 있다.

피닉스는 불멸성과 함께 우아함과 고결함을 상징한다. 어디에 내려앉든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다른 생물을 잡아먹지 않고 이슬만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가 죽음의 심판을 받을 때 사자는 “나는 태양신 라의 영혼인 피닉스” 또는 “나의 순결함은 피닉스의 순결함”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한다.

피닉스처럼 동양의 봉황도 불멸의 존재로, 커다란 길조를 나타낸다. 봉황이 출현하면 성왕(聖王)이 나타나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린다고 생각했다.

‘봉황’에서 봉은 수컷으로 태양을 상징하고, 황은 암컷으로 달을 상징한다. 봉황 한마리가 우주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머리는 태양, 등은 초승달, 두날개는 바람, 꼬리는 나무와 꽃, 다리는 대지에 해당한다.

피닉스에 비해 봉황은 비교적 상세한 모습이 알려져 있다. 봉황의 앞모습은 기러기, 뒷모습은 사슴 또는 뱀 목에 물고기모양의 고리, 황새 이마에 원앙새 뺨, 제비 턱에 닭 부리, 올빼미 귀, 용 무늬에 거북 몸통을 갖췄다고 한다. 깃털빛은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의 5색이다.

봉황의 몸이 다른 동물의 일부분들로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 설명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 이래로 동물을 숭배하던 여러 부족들이 연합해온 과정에서 봉황이 생겼다고 한다. 원시 부족들은 제각기 고유의 동물을 숭배하고 그것을 깃발과 같은 표지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여러 부족들이 하나의 부족으로 뭉칠 경우 각 동물의 모습은 혼합형으로 바뀌어간다. 그 결과 봉황처럼 ‘복합 동물’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화려하게 수놓아진 봉황 1쌍.


저속한 동물의 본능
켄타우로스ㆍ스핑크스


기원전 4세기를 전후해 그리스에서는 초자연적인 힘보다 인간의 이성을 존중하는 휴머니즘이 싹튼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사고가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동물은 본능적이고 무지한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지위가 떨어졌다. 이전에 비해 동물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그리스 신화에서 반인반수나 변종된 동물은 대부분 사람보다 수준이 낮은 존재로 등장한다. 대신 신의 형상은 아름답고 근엄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말의 몸에 사람 상체를 지닌 켄타우로스는 사람이 동물의 본능을 가지면 사람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표현된 사례다. 신화에 따르면 켄타우로스가 외눈박이 거인들로부터 결혼식에 초대됐을 때 결혼식장에서 포도주에 취해 싸움을 벌인다. 신부에게 모욕스런 말을 하고 탁자를 뒤엎어버린 것이다. 싸움은 켄타우로스의 패배로 끝난다. 야만성과 동물적인 분노감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형상이다.

켄타우로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전차를 끌거나 사랑의 신 에로스에게 꽁꽁 묶여 시달림을 당하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이는 주색을 즐기는 켄타우로스의 버릇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모든 상상 속의 동물들이 그렇듯 켄타우로스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말은 3년이 지나면 성체로 자란다. 그렇다면 생후 3년된 켄타우로스는 겨우 입을 떼기 시작한 갓난아이와 다 자란 말이 결합된 형태일 것이다. 상체(사람)가 성년에 이를 때 하체(말)는노쇠한다. 신체구조상 생활에 부적합한 형태라는 의미다.

반인반수 중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가 여럿 있다. 스핑크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파라오의 머리장식을 한 사람의 얼굴과 사자의 몸통으로 이루어졌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왕권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스핑크스는 사람을 골탕먹이는 괴물의 형상이다. 여자의 머리와 가슴, 새의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통을 가진 모습이다. 스핑크스는 해변 언덕의 길을 지키면서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 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하루는 그리스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의 아들 오이디푸스에게 “네개의 다리와 두개의 다리, 그리고 세개의 다리를 가진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오이디푸스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은 젖먹이일 때 네다리로, 조금 자라면 두다리로, 그리고 노인이 되면 지팡이를 짚은 탓에 세다리로 걷기 때문이다. 수수께끼가 풀리자 스핑크스는 높은 산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집트 스핑크스^사람 얼굴과 사자 몸통을 가졋으며, 왕권을 상징한다.


선과 악의 이중성
드래곤ㆍ용


중세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에서 상상 속의 동물은 새롭게 해석된다. 이전에 자연의 초월적인 힘이나 저속함을 표현하던 동물들이 기독교의 관점에서 선과 악으로 재조명된다.

독수리 날개, 사자 몸통을 가진 그리핀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금광이나 숨겨진 보물을 지키는 불침번의 역할을 하며 태양과 부(富)를 상징했다.

그러나 중세에 그리핀은 예수를 상징한다. 중세 ‘어원학’이란 책에는 “예수는 사자이시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독수리이시다. 부활해 하늘로 오르셨기 때문이다”라고 적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가 가장 크게 바뀐 동물은 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 용은 신비스럽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독교 문명이 들어서면서 용은 악의 상징으로 변한다.

용의 영어 명칭인 드래곤(dragon)은 용과 뱀을 동시에 나타내는 라틴어(draco)에서 유래했다. 기독교에서 뱀은 사악한 동물로 여겨진다. 이유가 정확치는 않지만 용이 뱀과 같은 취급을 당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에덴의 동산에서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뱀이 간혹 용의 모습을 띠고 있다. 또 종교화에서 용은 성모 마리아의 발밑에 깔려있거나, 여러 성인들의 전설에서 시커멓고 흉악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코에서 불과 연기를 뿜어내는 형상이다. 중세의 기사가 용을 굴복시키는 일은 영웅담의 중요한 소재였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 용은 현재까지 상서로운 동물로 남아있다. 용은 황제를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황제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승천’(昇天)이라고 표현했다. 용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는 말이다.

이런 상징성의 차이 말고도 중세 유럽의 용에 비해 동양의 용은 신체구조상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날개가 달린 한 종류의 용(응룡, 應龍)이 있지만, 대부분 용의 가족은 날개 없이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이에 비해 중세의 용은 항상 날개가 있다. 맨몸으로 구름과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다는 생각과, 날기 위해 기능적으로 반드시 날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대비된다.

용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사슴 뿔, 낙타 머리, 뱀의 목, 물고기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바닥, 소 귀, 고양이의 긴 수염을 갖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용은 봉황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숭배하던 여러 원시 부족들이 연합해 만들어 졌다는 설명이 있다.

또다른 해석도 있다. 한가지는 누군가 악어의 실물을 보고 묘사하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는 설이다. 또다른 설명은 구름이나 번개 같은 자연 현상을 연관시킨다. 용을 숭배하던 고대인들은 주로 현재 중국의 남방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이었다. 이곳의 날씨는 비구름이 자주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구름이나 번개를 용으로 묘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성화 속의 드래곤^백마를 탄 성 조지가 드래곤을 창으로 내려찍는 모습, 중세에 드래곤은 '악'을 상징했다.


성인의 등장 예고
유니콘ㆍ기린


중세 유럽의 종교화에 자주 등장하는 또하나의 동물은 이마에 50cm 정도의 날카로운 뿔이 달린 유니콘이다. 원래 유니콘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그림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무엇을 상징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중세의 유니콘은 여인의 순결을 상징한다. 당시 동물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면 유니콘은 처녀 이외의 사람에게는 붙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유니콘은 처녀의 무릎을 베개 삼아 잠드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중세의 종교화에서 종종 유니콘이 성처녀의 무릎에 앉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신이 예수의 몸으로 지상에 태어남을 의미한다.

유니콘의 뿔은 중요한 공격 무기다. 중세의 기록에는 유니콘이 뿔로 코끼리와 사자를 물리쳤다는 말이 나온다. 또 뿔에서 나오는 피는 기막힌 해독 능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 뿔 때문에 16세기 이후 여인이 유니콘을 감싸 안은 그림 표현은 금지됐다. 뿔이 남자 성기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어 에로틱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었다.

머리에 뿔 하나를 단 상상의 동물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서도 등장한다. 기린(麒麟)이다. 기린은 영어로 유니콘(unicorn)으로 표현된다. 여기서의 기린은 열대 아프리카의 목이 긴 포유동물인 기린(giraffe)과 다른 상상의 동물이다.

기린은 사슴의 몸과 소의 꼬리, 그리고 말의 발굽과 갈기를 가졌다고 한다. 또 뿔이 살로 돼 있어 다른 짐승을 해치는데 사용되지 않는다.

‘기린’의 기는 수컷, 린은 암컷을 의미하며, 봉황과 마찬가지로 기린이 출현하면 세상에 성왕(聖王)이 나올 길조로 여겨졌다.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를 기린아(麒麟兒)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록에 따르면 공자가 세상에 태어날 때 기린이 출현하고, 기린이 전차에 치어 다침으로써 공자의 죽음을 예고했다고 한다.
 

유니콘^이마에 날카로운 뿔을 단 말의 모습이다. 처녀의 무릎을 베고 자는 습성이 있어, 처녀만이 유니콘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현실화된 변형동물 사람 심장 달린 돼지ㆍ애꾸 개구리

상상 속의 동물은 고대 이후 현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생활문화 속에 포함돼 왔다. 중세 이후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에 등장하거나, 많은 스포츠팀의 상징물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워즈’나 ‘드래곤볼’처럼 무한한 상상력이 허용되는 영화나 만화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상상 속의 동물은 우리에게 눈앞에 보이는 실체로 나타날지 모른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종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종(種)이나 속(屬)에 속하는 동물끼리 수정란 단계에서 서로 결합시키면 새로운 개체가 태어난다. 같은 속에 속하는 양과 염소의 수정란을 결합시키면, 머리는 양이고 몸통은 염소인 ‘키마이라’라는 동물이 탄생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종에 속하는 흰쥐와 검은쥐, 그리고 붉은쥐의 수정란을 섞으면 다양한 색상의 쥐가 태어난다.

하지만 현대 의 과학기술의 수준으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두가지 동물을 결합시키지는 못한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나 그리스의 그리핀은 아직 만들 수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키마이라는 자연적으로 다음 대로 이어질 확률이 극히 적어 현대 생물학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적 추세는 유전자를 전환시켜 사람에게 유익한 동물, 즉 형질전환동물을 만드는데 초점이 모아진다. 예를 들어 젖소의 생식세포에 사람 유전자의 일부를 접합시킴으로써, 당뇨병을 치료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나 사람의 모유 성분이 포함된 젖을 내는 새로운 젖소를 만드는 일이다. 암연구를 위해 사람의 암세포를 계속 만드는 생쥐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러시아 유전공학 연구원들은 1백여종에 달하는 새로운 동물 변형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상 동물은 양과 토끼였다. 병을 치료하는 성분이 듬뿍 든 젖을 내는 양이 조만간 눈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현재 서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가지 연구는 사람의 심장을 대신할 수 있는 동물을 개발하는 일. 사람과 비슷한 형질을 가진 돼지의 생식세포에 사람의 심장유전형질을 주입하려는 시도다. 여기에 복제기술까지 성공적으로 결합한다면 사람의 심장을 단 돼지가 대량으로 생산될 것이다. 물론 심장병 환자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환경오염은 상상 속의 동물을 현실적으로 등장시키는 또다른 요인이다. 작년 미국 미네소타주 전역에서 다리가 셋이거나 한쪽 눈이 없는 개구리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충격을 던졌다. 기형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농약을 비롯한 환경오염물질이었다.

일본에서는 오염된 수입 사료를 오랫동안 먹은 결과 자손대에서 팔없는 원숭이가 탄생한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공단이나 폐기물처리장 주변처럼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기형동물이 태어났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고대 신화 속에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던 동물들이 이제 우리에게 비극적인 형체를 갖추고 현실화될지 모를 일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첨단공학을 이용해 과거 상상 속에서만 등장하던 동물의 존재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신화집 산해경(山海經) 기이한 동물 1백 50여종 등장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지리서이자 산화집. 1백50여종의 기이한 동물이 그림으로 등장하는 고서다, 기원전 1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책이 만들어진 연대가 다양하게 추정된다. 중국 곳곳의 동물, 식물, 광물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졌는데, 날짐승과 들짐승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괴물이 책에 가득히 실려 있다. 각 동물을 숭배하던 원시 부족들이 연합하는 과정에서 복합적인 동물이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산해경'은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고분벽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이상한 짐승 현상을 '산해경'의 그림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산화 속에 등장한 변종끼리의 대결 페가소스ㆍ키마이라

그리스 신화에는 반인반수 외에도 동물들끼리 합해진 모습을 갖춘 변종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사람에 비해 수준이 낮은 존재로 여겨진다.

페가소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고르곤의 하나인 메두사의 목을 벨 때 그 피에서 나온 날개달린 말. 또다른 영웅 벨레로폰은 아테네 여신 아테나의 도움으로 페가소스를 잡아 타고 키마이라와 싸워 승리한다.

고르곤, 메두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3명의 괴물을 고르곤이라고 하는데, 메두사는 그 중 한명이다. 머리카락이 뱀으로 이루어진 날개달린 여자로 묘사되며, 둥근 얼굴과 납작한 코, 축 늘어뜨린 혀, 튀어나온 큰 이빨을 갖춘 흉측한 모습이다. 고로곤 중 메두사만이 유일하게 생명이 한정된 존재이며, 누구든지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면 돌로 변해버린다.

키마이라
머리와 다리는 사자, 몸통은 숫양, 꼬리는 뱀의 모습을 갖춘 동물로, 입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상대를 위협한다.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들이 섞여 있어 이름이 '기상천외한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 생물학에서 돌연변이나 접목 등에 의해 두가지 이상의 다른 조직을 가진 생물체를 지칭할 때 키마이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전설적인 창조물' 18세기에 용어 처음 등장

서양에서는 동물의 몸이 전혀 섞이지 않는 사람 괴물을 뜻하는 용어로 '전설적인 창조물'(fabulous creature)이라는 말이 18세기에 처음 사용됐다. 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거나 얼굴이 두개이거나, 아예 얼굴이 없는 사람 괴물의 형상이 다양하게 묘사됐다. 괴물들은 정산인들이 사는 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생활한다고 알려졌다. 론 고대 동서양의 신화에는 외눈박이 거인과 같은 사람괴물이 나타난다. 특히 중국의 지리서 '산해경'에는 사람 괴물들이 형상이 대거 등장한다.
 

199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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