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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공연을 보러 가면 <;그림 1>;처럼 무대에 뿜어져 나오는 뿌연 연기에 신기해 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연기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드라이아이스는 고체 이산화탄소다. 모양은 얼음과 비슷하지만 적시는 성질을 갖는 얼음과는 달리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마른 얼음’이다.

그럼 무대 위를 뿌옇게 덮는 연기가 바로 기체 이산화탄소일까? 이 연기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방울이다. 드라이아이스는 상온에 두면 이산화탄소 기체로 승화한다. 승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의 온도는 낮아진다. 그 결과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응결해서 물방울이나 얼음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뿌연 연기는 물방울이나 얼음이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나 안개도 물방울, 작은 얼음이 떠있는 것이다. 그럼 드라이아이스는 왜 다른 물질들처럼 고체, 액체, 기체로 변화하지 않고 고체에서 바로 기체로 승화하는 것일까?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하는 이유
<;그림 2>;를 보면 물은 고체에서 액체, 그리고 기체로 상태 변화하지만 이산화탄소는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물의 상평형 그림을 보면 승화 곡선, 융해 곡선, 증기압 곡선이 모두 만나는 점이 있다. 이 점을 삼중점이라고 하는데,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모두 공존하는 지점이다. 압력이 삼중점보다 높으면, 온도가 상승할 때 고체→액체→기체의 상태 변화를 거치지만 압력이 삼중점보다 낮으면 고체→기체로 승화한다. 물의 삼중점은 0.006기압, 0.0098℃이다. 즉, 수증기압이 0.006기압 이하가 되면 물도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언 빨래가 마르거나 수증기가 바로 서리가 되는 승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건조한 겨울철에 수증기압이 삼중점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결건조식품도 물의 승화 현상을 이용한다. 동결건조는 물질을 얼리고, 물의 부분압력을 낮춰 얼음을 바로 증기로 승화시킨다. 동결건조는 액체상태로 건조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영양소의 파괴나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또 얼음이 직접 승화되면서 얼음결정체 사이에 빈 공간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나중에 음식을 조리할 때 수분 흡수가 쉽다.

그럼 이산화탄소는 왜 승화할까? 이제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삼중점은 5.14기압이고, 지구의 이산화탄소 부분압은 삼중점보다 낮기때문에 이산화탄소는 승화한다. 이산화탄소 기체의 압력이 삼중점보다 높아진다면, 이산화탄소 또한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체→액체→기체로 상태 변화할 것이다. 그럼 액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보자.






냉각제, 인공비, 커피 등 다양한 쓰임새
그렇다면 드라이아이스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먼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도록 드라이아이스가 냉각제로 쓰인다. 또 인공비를 만들 때 응결핵으로도 이용된다. 옛날 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산에 불을 크게 지폈는데, 여기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비는 물방울이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질에 물방울이 달라붙어 무거워져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물방울을 성장시키는 것을 빙정이라고 한다. 기우제를 지낼 때 불을 지피면 재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 속에서 빙정의 역할을 한다. 요즘은 기우제 대신에 인공비를 만든다. 1946년 미국의 빈센트 셰퍼 박사는 안개로 가득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조각을 떨어뜨리면 작은 얼음 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4000m 상공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인공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드라이아이스 외에도 요오드화은 같은 물질을 빙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고체 이산화탄소인 드라이아이스의 이용 범위도 넓지만, 요즘은 액체와 기체가 구분되지 않는 지점인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만들 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31℃, 74기압에서 초임계 상태가 된다. 초임계 상태는 기체처럼 확산이 빠르고 1nm보다 좁은 공간에 침투할 수 있다. 액체처럼 다른 물질을 잘 녹여내기도 한다. 초임계 상태 이산화탄소는 커피 원두로 들어가 크고 무거운 커피의 맛 분자와 냄새 분자는 놔둔 채 작고 가벼운 카페인 성분만 녹여낼 수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승화해 남지 않으므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 최근에는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참기름도 판매되고 있다. 기름을 잘 짜내려면 높은 온도에서 참기름을 볶아야 한다. 높은 온도에서 참깨를 볶으면 참기름의 색이 어두워지고 쓴 맛이 생긴다. 이때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면 깨의 작은 틈으로 들어가 기름과 향 성분을 녹여내기 때문에 맑고 쓴 맛이 없는 참기름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초임계 이산화탄소가 드라이클리닝 기술, 유해 물질의 정화에도 이용된다.

드라이아이스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드라이아이스는 채굴 작업 중에 처음 발견됐다. 시추기를 이용해 땅을 깊게 파내려가던 중, 파진 구멍을 통해 땅 속에 있던 기체가 순식간에 빠져 나왔다. 얼마 후 시추 구멍에는 흰 눈꽃같은 얼음이 쌓였다. 이산화탄소가 작은 구멍을 통해 나오면서 부피가 순식간에 증가하고, 그 결과 온도가 낮아지면서 고체로 변한 것이다.

실험실에서 본격적으로 드라이아이스를 처음 제조한 사람은 프랑스 화학자인 티롤리에이다. 그는 기체 액화를 연구하기 위해 매우 튼튼한 금속통을 만들었다. 유리통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고압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압을 했다가 기체가 액화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뚜껑을 열어보곤 했다. 1835년 대규모의 이산화탄소 액화실험을 했고, 액화가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살짝 실린더를 열었을 때, 순식간에 엄청난 증발이 일어났다. 증발이 일어나면서 온도가 낮아져 금속통 내부의 액체가 얼어붙어 고체가 됐다. 이것이 실험실에서 만든 최초의 드라이아이스이다.

요즘의 드라이아이스 제조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63기압 정도로 기체를 압축한 뒤 작은 노즐로 이산화탄소를 분사시키면 눈꽃 같은 고체 이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기계로 압착해 덩어리로 만들면 드라이아이스가 된다.

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지재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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