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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후위기] 여름철 고수온 영향 남해안 멸치가 사라졌다

 

2월 9일 오후 1시경, 경남 통영 동호항에 들어서자 나란히 정박해 있는 선박 네 척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 선박 두 척은 뱃머리 위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배가 막 항구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두 선박은 그물을 잔뜩 싣고 있었고, 또 다른 파란 선박에는 네모난 판이 수백 개 쌓여 있었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하얀 선박에는 별다른 어구 없이 선원 몇 명만이 타고 있었다. 선박에 타고 있던 기관장 김양숙 씨는 “네 척 모두 멸치잡이 배”라며 “하얀 선박은 바다에 멸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파란 두 선박은 그물로 멸치를 잡고, 다른 파란 선박은 잡은 멸치를 삶고 보관한다”고 말했다.


이 멸치잡이 선박들은 이날 오전 5시 30분에 출항해 7시간여 만에 돌아왔다고 했다. “멸치가 많을 때는 해가 다 져서 돌아오는데 요즘엔 이렇게 낮에 돌아오는 날이 많아요. 오늘 300kg 정도 잡았는데 많을 때에 비하면 10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양이죠. 허탕을 치는 날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곧 금어기(4~6월)가 시작되는데 이렇게 멸치가 안 잡혀 너무 속상합니다.” 


김 씨의 말처럼 지난해부터 남해안에는 멸치가 자취를 감췄다. 김명규 멸치권현망수협 대리는 “지난해 멸치 판매 수익은 예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멸치 어획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까지 겹쳐 지난해 경남지역 52개 멸치 선단 가운데 17개 선단이 감척을 신청했다. 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다. 여파는 소비자에게까지 퍼졌다. 통영중앙시장에서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윤장우 씨는 “명절의 영향도 있지만 멸치값이 예년보다 2000~3000원 올랐다”고 말했다.
 

 

남해에서 멸치가 사라진 이유는 수온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해양수산부는 2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산란기인 7~8월 기간에 남, 서해 연안 고수온의 영향으로 어린 멸치의 성장이 정체되고 초기 생존율도 낮아져 어군이 순조롭게 형성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8~9월의 남해의 수온은 최대 25℃였는데 멸치의 적절한 성장 환경은 21~22℃다.


현재로서는 시간에 따라 뚜렷한 감소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전망은 밝지 않다. 문성용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수온 상승은 알을 낳는 시기를 앞당기고 산란 해역을 북상시키는 등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멸치는 해양환경 변화에 민감한 어종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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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통영=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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