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과학탐구는 무엇을 측정하는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대수능)중에서 수리 탐구영역Ⅱ(이하 과학 탐구)는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탐구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이다. 따라서 단순한 지식 이해나 반복적인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통합교과적이고 다양한 상황속에 전개되는 고차원적인 과학탐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제시한 출제의 기본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과학적 탐구사고력의 요소(문제 인식, 가설 설정, 탐구 설계, 자료 해석, 결론 도출)들이 고르게 분포하도록 출제한다.
②과학 내용 영역은 4개의 과학 교과 내용이 균형있게 포함되고 통합 교과적인 문항이 되도록 한다.
③제한된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세트 문항을 많이 내고 문항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④문항의 배점은 기본적으로 15점이나 단순한 탐구사고력을 요구하는 경우 1점을, 복합적으로 탐구사고력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2점을 부여한다.
이러한 기본 방향에 맞추어 출제될 대수능의 과학탐구 계역별 문항수, 배점 등을 살펴보면 (표1)과 같다.
②어떻게 출제되었나?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고 백문이 불여 일견이다. '96년도 대수능에서 출제됐던 문제를 예로 하여 출제의 기본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번째 문제는 생물 분야의 실험 장치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물리적인 개념을 묻는 문항으로 평가원이 말하는 통합 교과적인 문항이다.
①기본 개념의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합 교과 문항은 체감 난이도는 높은 것 같으나 교과의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학습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림1)의 문제는 겉보기에 실험 장치, 실험 결과 등이 제시되고 물리 개념을 묻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묻는 것은 일률이다. 물리적으로 일률은 한 일을 걸린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그러므로 한 일과 그 일을 하는데 걸린시간이 자료에서 반드시 제시될 것이다. 이처럼 기본개념의 철저한 이해가 문제의 알맹이다.
(그림1)근육의 일률을 묻는 문제
다음 그림은 전기 자극을 줄 때 근육이 어떻게 수축되고 이완되는가를 측정하는 실험 장치를 나타낸 것이다. 근육에 매단 추의 질량은 m이고, 소리굽쇠의 주기는 T이다.
위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연축 곡선을 얻었다. 추가 올라간 높이는 h이고, 중력 가속도의 크기는 g이다(단, 추의 질량 이외의 다른 질량은 무시한다).
이 실험에서 '수축기' 동안의 평균 일률은?
①$\frac{mg}{h}$×$\frac{1}{NT}$
②$\frac{mg}{h}$×NT
③$\frac{h}{mg}$×$\frac{1}{NT}$
④mgh×NT
⑤mgh×$\frac{1}{NT}$
②탐구 사고력을 요구한다
이 문제는 어떤 탐구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할까?
일률을 알려면 일과 걸린 시간을 알아야 한다. 한 일을 자료에서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일은 힘과 이동 거리의 곱이다. 물체를 들어 올리려면 물체의 무게mg와 같은 힘을 주어야 한다. 근육이 수축한 거리h가 물체의 이동 거리이다. 따라서 자료로부터 한 일은mg×h라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걸린 시간은 얼마인가? 한번 진동하는데 걸린 시간을 T라고 하였으므로 N번 진동하면, 걸린 시간은 NT일 것이다. 이와 같이 주어진 자료로부터 필요한 물리량을 해석해낼 수 있는 자료 해석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실험 장치의 원리도 해석된다. 실험 장치에서 질량m인 추가 달려 있는 이유는 근육이 한 일을 측정하기 위함이고 주기T인 소리 굽쇠가 달려 있는 것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이다. 이 문제의 답은 ⑤이다.
두번째 문제는 겨울철 난방이라는 실생활 상황에 물리적 개념을 적용하여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으로 평가원이 말하는 세트 문항이다. 이 문항의 기본 개념은 모든 과학 교과에서 기본이 되는 평형 개념이다. 그 중에서도 물리의 열평형과 지구 과학의 복사평형이다. 평형이란 무엇인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열평형과 복사평형은 다르다.
(그림2)복사 평형을 묻는 세트형 문제
오른쪽 그래프는 영희의 집과 철수의 집에서 방출하는 단위 시간당 열 손실량H를 집안과 바깥의 온도차이 ΔT에 따라 그린 것이다.
바깥 기온이 0℃인 날, 오랫동안 비워놓았던 두 집에 단위 시간당 발열량이 ${P}_{0}$인 보일러를 각각 계속 가동하였다.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A. 시간에 따른 두 집의 내부 온도 변화를 바르게 나타낸 그래프는?
B. 각 집에서 단위 시간당 집 밖으로 빠져 나가는 열량P를 시간에 따라 바르게 나타낸 그래프는?
(그림3)과 같이 열평형은 온도가 다른 두 계가 접촉하여 고온에서 저온으로 열이 이동하여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다. 이 때 저온부가 얻는 열량과 고온부가 잃는 열량이 같다. 복사평형은 한 계가 얻는 열량과 잃는 열량이 같아 그 계의 온도가 일정해지는 것을 말한다. 집이 얻는 것은 보일러로부터의 열량이고 잃는 것은 온도차로 집안에서 밖으로 방출되는 열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과목의 기본 개념이 필요하다.
③표나 그래프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려고 하면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말로 나타내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두 집은 모두 처음데 0℃로 집안과 바깥이 열평형을 이루고 있다. 집안의 처음 온도가 0℃이므로 온도 변화량 ΔT는 결국 올라간 집안의 온도이다. 따라서 집안에 공급하는 열량이 일정한 보일러가 작동되어 집안의 온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잃는 열량이 증가한다. 영희네 집이 철수네 집보다 더 많이 읽게 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언젠가 잃는 양이 얻는 양과 같게 되면 집안은 복사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온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영희네 집이 단열이 잘 되지 않아 시간적으로 먼저 낮은 온도에서 평형을 이루어 온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자료 해석과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가 하는 복합적인 탐구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한다. 또한 이 문제와 같이 세트 문항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답은 각각②와④가 된다.
④통합 교과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통합 교과 문제는 해가 갈수록 출제 비율이 높아진다. 여러 교과에서 어느 내용 요소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경우 그 접근 시각의 차이를 포인트로 삼아 출제된다. (그림2)의 문제는 물리의 열평형과 지구 과학의 복사 평형을 함께 다룬 문제이다. 각 과목의 기본개념을 이해한 후 타 교과와 관련이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다뤄 보는 것이 필요하다.(표2)는 물리 과목이 기출 문제 중에서 통합 교과적으로 출제된 내용들을 나타낸다.
③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학습 내용면
①원리를 찾아라
과학에서 원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나의 원리에서 많은 사례가 나온다. 대표적인 원리가 평형개념이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평형을 이루고자 한다. 깨진평형은 또다른 평형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물리에서의 열평형, 화학의 화학 평형, 지구 과학의 복사 평형, 생물의 항상성 등이 그 예이다.
②모형을 이해하라
자연계의 실제현상은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간단한 모형을 많이 이용한다. (그림3)도 열평형과 복사 평형을 나타낸 하나의 모형이다. 모형을 사용하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생물에서 팔의 구조를 지레 모형으로 나타낸다든지 물리에서 물질의 상태를 분자 모형으로 나타내는 것이 좋은 예들이다(그림4), (그림5).
③실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살펴야 한다
과학에서 실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험은 목적, 설정된 가설, 실험 설계와 과정, 결과 분석과 결론 도출 등이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실험 전체의 유기적인 체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④책에 있는 그림이나 도표를 주목하고 말로 표현해 보라
과학에서는 거의 모든 정보와 자료가 그림이나 도표 등으로 주어진다. 시험 문제를 위해 가상적인 그림이나 도표를 만들기는 대단히 어려우므로 책에 있는 것들이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그림이나 도표를 일상적인 언어로 말해보도록 연습하라. 과학의 자료는 겉보기에 복잡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생각은 아주 단순하다. 말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개념을 뚜렷하게 깨달을 수 있다(그림6).
⑤여러 교과에서 중복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통합 교과적인 문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각 교과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각 교과를 관통하고 있는 개념들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물리에서의 속도, 힘, 열, 원자 모형 등은 어느 교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기본 개념들이다.
⑥사회적, 시사적 효과를 연관지어 생각하라
과학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과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과학이 현대 문명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면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패스파인더호의 화성 탐사에서 벌어지는 화성의 중력과 물질 운동의 형태, 복제 양을 만든 유전자 조직의 메커니즘 등이 문제화될 수 있으므로 시사적인 뉴스를 관심있게 봐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 풀이면
①긴 문장의 문제를 잘 읽으면서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질문 부분을 먼저 읽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②5지 선다형이라고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기에서 옳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이라는 문항을 생가해보자. 보기 중에서 완벽하게 틀린 것을 하나만 알고 있다해도 이것이 포함된 지문을 제외시키면 정답을 찾을 확률은 거의 O,X문항 수준으로 높아진다.
③계산형의 경우는 세밀한 계산을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π는 3으로, 열의 일당량은 4J/cal로, 지구 중력 가속도g는 10m/s²로 계산해도 답을 찾는데 거의 지장이 없다. 근래에는 계산 과정 자체를 주는 경향도 있으므로 계산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없애야 한다.
④문제의 지문은 실제 상황과 부합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화성의 중력 가속도를 구하는 문제인 경우 답은 실제 화성의 중력 가속도와 맞도록 돼 있다. 이미 화성의 중력 가속도 값을 알고 있는 학생이라면 그 값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답을 알고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심리적인 면
시험장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은 누가 가져라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다시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 때 가장 강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엣 자신감을 갖는 한 방법은 새 책을 보기 보다는 여러분의 손 때가 묻고 나름대로 많은 것이 기록돼 있는 책을 다시금 복습하는 것이 좋다. 새책은 심리적인 중압간을 주는 두려운 존재이다. 그래서 시험장에는 알맹이만을 가지고 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 출제됐던 문제들을 철저하게 풀어볼 것을 권한다. 시험 때가 임박하면 시중에 예언 문제, 적중 문제 등으로 수험생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적중률이 가장 높은 문제는 기존에 출제된 문제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남아 있는 날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떤 대비책, 어떤 요령보다도 중요하며 자신감을 갖는데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