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 수돗물이 나오지 않을 때 겪는 불편은 대단하다. 우리는 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느낀다. 공기에 이어서 물과 바다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정리해보자.
수성(水星)에는 물이 없다. 태양계를 이루는 천체 중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에서만 풍성하게 쌓여있는 물을 볼 수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를 공처럼 매끄럽게 만들면 이 세계는 약 2천4백40m 깊이의 물로 뒤덮힐 것이다. 물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가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또한 물의 독특한 성질이 이 행성을 생명체로 충만하게 했다. 한편 바다는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지구의 어느 한 곳이 심하게 뜨거워지거나 식는 것을 막아준다.
위대한 조각가
물은 나이애가라 폭포나 그랜드 캐니언과 같은 웅대한 지형을 만들었다. 산과 계곡, 저지대의 평원 등은 바람의 영향도 받았으나 대부분이 물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졌다. 지구의 모습은 물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모두 작용해 바뀌어진다. 물의 고체 상태인 빙하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의 일부를 평원으로 만들고 여기저기에 호수를 이루었으며 특징 있는 산악 지대를 만들었다. 바위 틈새나 잔구멍으로 들어간 물은 얼 때 생기는 팽창력으로 바위를 자갈로 부순다. 또 단단한 대지를 녹여 기묘한 동굴과 골짜기를 만들기도 한다. 물은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물이 많은 지형의 흙은 중력의 작용으로 무너져 산의 정상이 낮아져 간다. 바닷물은 파도가 돼 해안선과 해변의 지형을 바꾸며 모래와 자갈을 만든다. 그러나 지구를 조각하는 최고의 미술가는 강물이다. 강물은 주로 풍화된 고체를 운반해 다른 장소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또 흐르면서 지질의 특성에 따라 좁아지거나 넓어진다. 강물은 직진하기도 하지만 꾸불꾸불 굽이치는 계곡을 만들기도 한다.
물의 독특한 특성
지구 표면은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다. 이 사실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이 많다는 ``얘기다. 바다는 커다란 태양열의 저장소이자 공급원이다. 이 같은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물이 지구 상에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열이 크기 때문이다. 물은 같은 질량의 다른 물질에 비해 온도를 1℃ 높이거나 내리는데 큰 열량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연중 많은 햇빛이 쏟아지는 적도의 바다라도 수온은 25℃ 에 지나지 않는다. 바닷물은 전 세계의 바다를 돌면서 열을 배분해 주고 있다. 적도 바로 남쪽과 북쪽의 바다에는 언제나 바닷물이 거대한 규모로 계속 돌아가고 있다. 적도를 향해 찬물과 빙산까지 끌고 내려오는 한류가 있고 극지방까지 물을 운반하는 난류가 있다.
난류가 10℃의 온도차가 있는 한대 지방으로 흘러가면 1㎦의 물은 석탄 약 1백50만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열량을 운반한다. 멕시코 만류가 멕시코만을 떠날 때 폭 80km, 깊이 0.6km, 유속이 8km/시로서 시간당 거의 4백㎦의 바닷물을 이동시킨다. 이 4백㎦의 물이 운반하는 열량은 6억t의 석탄 열량과 같다. 세계의 연간 석탄 생산량을 20억 t으로 추정하면 1년 석탄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의 열을 멕시코 만류는 단 한 시간에 운반한다는 계산이다. 이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북위 60도선에 위치한 영국 헤브리디이즈 군도에서도 그 수온이 7월에 평균 13℃나 된다. 아시아에서 북위 60도는 혹한으로 유명한 시베리아 지역이다. 그러나 멕시코 만류 덕택으로 고위도의 영국, 프랑스 등이 온대 기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남극으로부터 올라오는 페루 해류는 차가운 바닷물을 남아메리카 대륙 서해안을 따라 밀고 올라온다. 그 한랭 효과는 매우 커 적도에서 1천km 떨어진 리마의 기온를 30℃ 이하로 유지시켜준다.
1. 모든 것을 녹인다
물은 대부분의 물질을 녹인다. 물만큼 많은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는 없다. 또한 물은 자신이 녹이는 물질들에 의해 그 성질이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쓰일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녹아있는 물은 석회암을 용해시켜 석회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2. 빙산이 1/10만 떠있는 이유
물은 보통의 온도와 기압에서 물질의 세 가지 상태를 다 가질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즉, 고체, 액체, 기체로 형태가 변하면서 순환하는 동안 구름, 빙하, 폭포, 바다를 만들어낸다.
물은 다른 물질과 달리 4℃일 때의 부피가 가장 작고, 그보다 낮아지면 오히려 부피가 커진다. 얼음이 되면 10분의 1쯤 부피가 더 커진다. 이것이 빙산이 바다에 10분의 1만 모습을 내보이고 떠 다니는 이유이다. 만일 얼음이 물보다 무겁다고 한다면 추운 겨울에 만들어진 얼음이 강이나 호수의 바닥에 가라앉아, 한 여름이 되어도 바닥의 얼음은 대부분 녹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결국 해가 가면 갈수록 얼음은 점점 더 많아져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점 더 줄어들고 말 것이다.
한편 물은 열 전도가 큰 데 비해 얼음은 작다. 얼음이 물처럼 열 전도가 잘 된다면 추운 겨울에는 얼음 낚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물이 얼어 버려 물 속의 생물은 얼어 죽을 것이다.
또 얼음이 녹을 때에는 열이 필요하다. 즉 0℃의 얼음 1g이 물로 바뀔 때에는 79.7cal가 필요하며 이것을 융해열이라고 한다. 기온이 올라가 눈이 녹을 때에도 눈이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눈은 서서히 녹는다. 만일 융해열이 더 작다면 쌓인 눈이 순식간에 녹아 매년 눈녹는 시기가 되면 큰 홍수가 나서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이 있었을 것이다.
3. 키가 큰 나무에서 물은 어떻게 이동할까?
물은 대단히 큰 표면장력을 가졌기 때문에 아주 가는 대롱 속의 물을 상당한 높이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이것을 ‘모세관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물의 능력 때문에 흙속에서의 물의 순환, 식물 줄기를 통한 용액의 순환, 그리고 동물의 피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자정작용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나 낙엽은 빗물에 씻기거나 바람에 날려 개울로 운반된다. 농경지에서 흘러나온 비료나 동물의 배설물, 쓰레기들은 물에 휩쓸려 개울이나 연못으로 흘러간다. 수질오염은 대부분 이러한 유기물 때문에 발생한다. 이 유기물들은 물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먹이가 돼 분해되거나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산화 작용으로 분해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된 물은 결국 깨끗해진다. 물이 깨끗해지는 것을 자정작용이라 하고, 그 능력의 크기를 자정용량이라고 한다. 자정작용은 물의 온도나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 그리고 미생물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물이 오염된다고 하더라도 자정작용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 오염물질은 분해돼 없어진다. 그러나 물의 자정능력은 한계가 있다.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또는 계속해서 많이 몰려들면 자정작용만으로는 이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없게 되어 물은 차츰 더러워진다.
물 오염 사례
2차 세계대전 말기에서 대전 후에 걸쳐 일본 호쿠리쿠 지방, 특히 도야마현의 진츠천 유역에서 발생한 골연화증의 병을 이타이이타이병이라 한다. 이 병은 주로 아이를 많이 낳은 갱년기 여성에게서 나타났는데, 손, 골반, 척추, 늑골이 변형되고 위축되는 증사을 보였다.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우리말로 '아프다 아프다'하는 일본어 표현인 '이타이이타이' 병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처음에는 요통, 하지 근육통으로 시작된다. 몇년 후에는 걸음을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병세가 급격히 진행되면 몸을 움직이거나 기침만 해도 뼈가 부서지고 밤낮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한다.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통증은 목 아랫부분의 전신에 온다. 키가 작아지고 피부는 특유의 검은 빛을 띤다. X선으로 보면 뼈가 아주 작아지며 병적인 골절상태를 볼 수 있다. 병리학적으로는 골연화증에 가깝다. 이것은 진츠천 상류의 광산폐수가 흘러들어 그 속의 카드뮴이 농작물, 어패류, 상수원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