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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마지막 원시부족 힘바족의 고향 나미비아

나미비아에서는 사막의 환경에 동화된 갖가지 곤충과 식물, 사자와 물소, 코끼리와 기린을 함께 볼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막에는 평형의 법칙을 거부하는 곳이 많이 있다. 허물어질 듯이 보이는 능선의 한쪽에는 바람에 의해 곤충의 시체, 작은 나뭇가지 등 여러가지 찌꺼기가 모여 있어 먹이를 찾는 곤충과 도마뱀을 꾀고 있다.

내륙 중앙부는 해발 1천5백~2천4백m 정도의 고원지대를 이루는데, 최고봉은 2천6백m인 브란트봉이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면적이 82만 4천㎢(한반도의 약 4배)로서 아프리카대륙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인구가 1백50만명에 불과해 세계에서 인구밀도(1.8명)가 가장 희박한 지역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형상으로는 서부 나미브 사막, 중앙 고원지대, 동부 칼라하리 사막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으며, 동서 양쪽에 넓고 건조한 사막이 위치하여 있는 까닭에 기후가 건조하고 강우량도 적다.

북쪽으로는 앙골라와 쿠네네 강 및 오카방고 강을 국경으로 하고 있으며, 남쪽은 오렌지 강이 서쪽으로 흘러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자연적인 국경선을 형성하고 있다.

기온이 높지 않은 지역

해안지방은 한류인 벵겔라 해류 영향으로 서늘하고 습기가 많으나, 내륙지방은 건조하고 1천~2천4백m에 이르는 고원지대이므로 기온은 그리높지 않은 편이다. 가장 더운 달은 1~2월로 17~29℃, 기온이 가장 낮은 달은 6~7월로 6~20℃의 기온을 나타내고 있다.

내륙지방은 건조하고 북부지역에서는 10~3월경 소나기형태의 강우가 집중된다(50~5백50㎜). 해안 지방은 습기가 높으나 강우량은 적다. 나미브 사막의 연평균 강우량은 50㎜ 내외이나 중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수도 빈트후크는 3백50㎜, 감비아와의 국경지대인 북동부 카프리비 지방은 6백50㎜에 이른다.

서부해안을 따라 폭 65~1백60㎞의 나미브 사막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이곳에는 해안을 따라 모래언덕이 잘 발달돼 있다. 해안평지를 지나 내륙으로 향하면 해발 1천1백m 정도의 남부아프리카 고원지대가 시작되는데 내륙중앙부는 1천5백~2천4백m 정도이며 최고봉은 2천6백m인 브란트 베르크(브란트봉)다.

다양한 동식물이 생장하는 나미브 사막지대
 

바람에 의해 생성된 수많은 모래언덕(나미브사막 남쪽 지방).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으로 높이가 3백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전국토의 약 15%를 차지하는 나미브 사막은 좁은 띠처럼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즐비한 모래언덕과 광대한 모래평원, 기묘한 형태의 암석, 소금호수 등이 해안선과 함께 어우러져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도 함께 서식하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사막환경에 동화된 갖가지 곤충과 식물, 사자와 물소, 코끼리와 기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에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다이아몬드와 우라늄을 비롯한 각종 광물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데, 이로 인해 유럽 식민지로 전락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기후는 건조해 연강수량이 15㎜에 불과하다. 이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인도양으로부터 발생, 칼라하리 사막과 암석단층애지대 등 대륙을 건너오는 동안 거의 소멸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회귀선이 나미비아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어서 높은 온도를 나타낼 것 같으나, 해안의 연평균 기온은 벵겔라 한류 영향으로 12℃에 불과하다. 벵겔라 한류는 사막지대의 강우량을 제한하는 역할 뿐 아니라 안개를 생성시켜 나미브 사막 주변 해안지대를 세계에서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곳 중의 하나로 만들고 있으며 사막 안의 생물의 진화와 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건조한 사막이지만 안개가 사막의 깊숙한 곳까지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수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험악한 사막환경에 잘 적응하지 않고는 어떠한 생물체도 사막에 살아 남을 수 없다. 이곳 동물들은 70℃를 오르내리는 지표를 피해서 도마뱀처럼 땅 속에 숨거나 서늘한 야간에 활동한다든지 혹은 '흰부인' 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미처럼 지표면 30~50㎝ 밑에 집을 지어 서늘한 기온을 이용하는 등 사막에서 독특한 생존 방식을 터득하고 있다.

동식물 종류로 말하자면 나미브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사막 중 하나로 꼽힌다. 벵겔라 해류는 해마다 11월이면 번식기에 들어선 물개들이 수십만 마리씩 떼를 지어 해변에 웅성거리게 한다. 11월 또는 12월에 새끼가 태어나고 암컷은 생후 1주일이면 암내를 풍기기 시작한다. 수정란은 약 석달 후에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이와 같은 적응의 신비로 말미암아 이들은 다시 매년 같은 때에 모인다.

나미브 사막의 해변은 또한 가마우지 펠리컨 플라밍고 등 수많은 조류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은 이곳은 동물들의 이상적인 고향인 것이다.
 

나미브 해안을 따라 수많은 물개가 몰려있는 모습. 번식기에는 한 군집마다 15마리 정도까지 이른다.


지난 90년 독립국가 건설

남부아프리카에 정착한 최초의 종족은 호텐토트족, 산족(부시맨족으로도 불림) 그리고 다라마족이다. 주로 유목생활을 영위했던 부시맨들은 수많은 동굴 벽화를 남겼으며 후에 진출한 반투족과의 싸움에서 또 백인들의 의도적인 정책에 의해 수가 점차 줄어 지금은 보츠와나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보호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16세기 중반 북동아프리카 호수지대에 거주하던 반투족이 이곳으로 이주해 목축에 종사했는데, 헤레로족 오밤보족과 카방고족이 바로 이들이며 현재 나미비아 주민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독일을 비롯한 백인들이 진출해 이곳을 식민지화(1884년 독일보호령) 했으나 1920년 국제연맹에 의해 1차 대전에 패한 독일 대신 남아프리카의 신탁통치령이 되었으며, 2차 대전 후에는 남아프리카에 통합되었다. 오랜 독립투쟁 끝에 지난 89년 11월 유엔감시하에 국민투표를 거쳐 제헌의회를 구성했고, 90년 2월 9일 72명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만장일치로 나미비아 공화국 헌법을 채택했으며, 90년 3월 21일 1백6년만에 꿈에 그리던 독립국가를 건설했다.

문명에서 절연된 사회

나미비아 북서부, 쿠네네 강을 사이에 두고 앙골라와 접경한 카오콜란드 지방은 문명으로부터 절연된 사회다. 기괴한 암석군과 모래언덕 등 자연경관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에 아주 불리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바로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원시 부족중 하나인 힘바족의 고향이다.

헤레로족에 속하는 이들은 16세기 북동아프리카 호수지대로부터 다른 반투족과 함께 이곳에 이주했으나, 오밤보족이 이미 비옥한 에토샤 호수 부근 초원지방을 차지했기 때문에 척박한 카오콜란드 산악지방에 정착해야만 했다. 그러나 5만㎢의 광대한 땅에 소규모로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을 19세기에는 나마족이 자주 습격, 가축떼를 약탈해감에 따라 강을 건너 앙골라로 피난해야만 했다.

이곳 지방 사람들은 이들에게 '힘바' 즉 거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는데, 이는 가축떼를 잃어 버린 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사냥, 심지어는 도둑질까지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이곳을 식민지화한 독일은 원주민에 대한 대규모 학살 행위를 감행, 헤레로족의 숫자가 8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어려운 시기를 맞았으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1915년 나미비아를 남아프리카에 넘겨줌에 따라 이들은 쿠네네 강을 건너 다시 카오콜란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카오콜란드에 살고 있는 6천명을 포함, 쿠네네 강 양쪽에 모두 1만 2천명 정도가 살고 있는 힘바족은 유목생활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생활의 모든 요소가 가축에 의해 결정된다.

가축으로는 염소와 무소를 주로 기르고 있는데 염소는 고기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여성의 치마, 머릿수건, 목걸이를 만드는 데 이용되며 그밖에 각종 생활 용품의 원료로도 사용 되고 있다. 무소는 신성하게 여겨서 위엄과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로 소유된다.

규율을 어긴 사람에 대한 제재로 부족에서 발생한 분쟁해결시에는 무소 염소 등 가축으로 벌금이 부과 되고, 또 혼인 지참금으로 몇마리의 무소를 가져와야 하는가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나, 아직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이 분화돼 있지 않아 재산은 씨족사회 공통의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힘바족 사회의 독특성은 이중적인 사회구조에 있는바 부계 및 모계 양쪽의 혈연으로 얽혀 있다. 출생에 의해서 모계 일곱지파의 한쪽에 속하게 되는데, 이는 신분상 아주 중요한 것이다. 모계는 생산수단, 즉 가축떼의 소유권 행사와 직결돼 있으며, 부계는 일상 생활의 터부, 즉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신적인 영역의 생활기준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양은 고기뿐만 아니라 의류 기타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문명병을 앓고 있다

마을은 크랄이라 불리는 울타리를 따라서 중앙쪽으로 문을 낸 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가운데에는 어린 가축이 놀 수 있도록 하고, 마을 우두머리 집은 이곳에서 입구를 향해 있으며 성화가 항상 타고 있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시키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의 창조자인 무쿠루는 생사도 주관하고 있어, 조상숭배 의식은 힘바족 생활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출생 성인식 결혼식 등 모든 의례는 이 신성한 지역에서 행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힘바족의 전통적인 생활과 가치관도 나미비아가 사회변모를 거듭함에 따라 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회의 새로운 문물에 점차 젖어들게 돼 가축떼 대신 돈이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되고 씨족사회의 위계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오푸워 같은 큰 마을이 세워 지자 목축에 종사하며 이동생활을 하던 힘바족도 이러한 마을 주위에 점차 정착하게 돼 슬럼화된 주거환경에서 알콜중독과 나쁜 병에 시달리는 문명병을 앓고 있다.

문명은 힘바족에게 타락의 시작인가, 아니면 이러한 문명의 물결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만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면서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일 사무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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