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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동통신의 신예전투기 PCS

"싼값에 더 좋은 품질의 통화가 가능한 이동전화, 음성은 기본이고 각종 데이터도 단말기를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 오는 10월부터 본격 서비스되는 '새로운 이동통신' PCS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대체 PCS란 무엇이며 기존 이동전화와 무엇이 다른가.

1893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을 당시 사람들을 깜짝놀라게 했던 전화는 지난 1백여년 동안 질과 양에서 실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때 소수의 전유품이었던 전화가 온국민의 필수품이 된지도 오래다.

최고의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이동통신도 유선전화와 전개과정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전체 이동통신 인구는 현재 5백만명선(무선호출기 제외). 연말까지는 5백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4년 이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해마다 평균 60% 이상의 급신장세를 이루었고, 특히 90년대 이후에는 한 해에 1백20%씩 몸집을 불려왔다.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10%에 이동전화가 보급되면 신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본격 대중화의 길에 접어드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미 한국도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들어 불붙은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전투기가 등장했다. 오는 10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이동통신 서비스인 ‘개인휴대통신’(PCS : 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이 바로 그것이다. PCS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는 2002년에는 1천8백만명 정도로 예상되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7백50만명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PCS용 기지국 안테나. PCS는 기존 이동전화보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이동통신의 ISDN화

PCS는 나라마다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여러 유형의 다른 망과 결합해 개인 이용자 및 사업체에게 개인 휴대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모든 유형의 서비스가 단 한 대의 휴대 단말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 ‘개인이 저렴하고 간편한 초소형 단말기를 사용해 본인이 원하는 곳에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품질, 저비용의 대중화된 무선 서비스’로 정의한 홍콩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보통신부는 ‘주파수 대역을 달리하는 이동전화’라고 정의함으로써 비교적 좁은 의미로 PCS를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음성 뿐만 아니라 문자, 그림,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서 컴퓨터를 켜야 한다면 효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휴대가 간편한 전화 모양의 단말기를 통해 이들 디지털 자료를 처리할 수 있다면 훨씬 풍요로운 통신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

1947년 벨 연구소에서 정립된 셀룰러 방식의 휴대전화 이론은 1978년 AT&T사에 의해 AMPS(Advanced Mobile Phone Service)란 명칭으로 실용화됐다. 이 당시의 방식은 아날로그였다. 유선전화와 달리 무선전화는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주파수에서 보다 많은 통화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개발된 것이 디지털 방식이다.

이동통신의 자원인 주파수는 기본적으로 토지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시간, 장소, 주파수대역이라는 주파수 결정의 3요소에 의해 활용 가능한 주파수의 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이 일정한 규모의 땅에 1층짜리 단독주택을 짓는 것이라면 디지털 방식은 같은 땅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효율을 높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방식을 이루는 양대 산맥은 TDMA방식과 CDMA.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CDMA방식을 쓰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은 TDMA계열의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일부 CDMA방식의 이동통신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가 CDMA의 종주국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CDMA를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표)각 이동통신의 특징


음성은 기본, 각종 데이터통신 가능

PCS의 바탕에는 디지털이라는 튼튼한 밑재료가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통신의 가장 큰 특징은 팩시밀리나 데이터통신 등과 같은 비음성계 서비스와의 친화성이 강하고, 음성계와 비음성계의 구분없이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즉 유선통신에서의 ISDN과 같은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PCS는 “여보세요” 위주의 음성전화 차원을 뛰어넘는 이동통신이다. 기본적으로 소리만을 주고 받던 통신서비스에 다양한 자료를 섞어보내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된 이동통신이기 때문에 이동중 음성을 주고받는 것은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PCS는 하나의 무선기지국이 담당하는 서비스 범위인 셀을 이용하고, CDMA 무선접속기술을 사용하는 등 기존의 휴대전화와 대단히 유사하다. 그러나 휴대전화보다 기본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PCS가 8백MHz대의 주파수를 쓰는 기존의 휴대전화보다 훨씬 높은 전파인 1.8GHz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휴대전화는 음성을 1초에 8천개로 쪼개어 보낸다. PCS는 1만3천개로 음성신호를 나눠주기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디지털 처리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차량을 위주로 시작된 기술인데 반해 PCS는 원래 시속 20km 이하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상됐다. 이동전화는 넓은 지역을 달리는 차량을 위해 개발된 터라 비교적 복잡하면서도 값비싼 무선기술을 사용했지만, PCS는 지역적 한계와 속도를 제외한다면 훨씬 쉬운 무선기술을 사용해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 향상으로 시속 80km 이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이동전화와 본격적으로 시장 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됐다.

현재의 휴대전화는 주파수 대역이 낮아 주변의 다른 전파기기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지만 높은 주파수에서는 주변의 간섭이 거의 없어 잡음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높은 주파수 대역은 낮은 주파수에서보다 훨씬 많은 가입자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서비스 내용이 좋아도 비용이 비싸다면 ‘그림의 떡’. 그러나 PCS는 경제성면에서도 이동전화보다 우위에 있다. 사용요금이 비교적 저렴하며 단말기 유지비도 이동전화에 비해 낮다.

PCS 단말기의 송신 출력은 최대 2백mW. 최대 1W 수준인 이동전화 단말기보다 적은 출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뿐 아니라, 무게와 크기 또한 기존 휴대전화보다 적어 휴대하기가 편리하다.

여기에 기존 이동전화업체들이 제공하는 음성인식 다이얼링, 3명 이상이 동시에 통화하는 회의 통화 외에도 30여가지에 이르는 부가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국민의 이동통신 생활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지구촌 어디에서나 쓰일 수 있는 세계 단일 이동통신 서비스의 표준으로 PCS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 현재 세계 각국은 PCS주파수를 비슷한 대역으로 정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PCS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존의 휴대전화를 완전히 제압하고 향후 시장을 석권할 것인가. 서비스 개시를 앞둔 PCS 회사들의 거센 공세에 맞서서 벌이는 휴대전화회사들의 완강한 저항은 섣부른 판단을 주저하게 한다.

기존 휴대전화 사업자들의 주장은 일단 “PCS는 우리와 주파수 대역을 달리하는 이동전화일 뿐이며, PCS업체들이 내놓는 장점은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의 근거는 PCS가 ‘개인이 휴대하는 전화’일 뿐, 새로 등장한 기술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이동전화가 사용하는 8백MHz 대역과 PCS가 사용하는 1.8GHz 대역의 주파수가 가진 차이를 눈여겨 살펴보길 주문하고 있다.

사실 이동전화의 8백MHz 대역은 장애물 투과력과 전파도달거리가 우수하며, 날씨나 건물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는 주파수 특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PCS가 사용하는 1.8GHz 대역은 전파의 직진성은 강하지만, 도달거리가 짧아 통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원래 전파는 수GHz 이상이 되면 높은 건물이나 산 등으로 차폐된 장소에는 도달하기가 어렵다. 또 비나 안개에 의해서도 전파가 점점 약해진다. 더구나 서비스 초기에는 잦은 시행착오가 일어날 것이므로 몹시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업체들이 지적하는 PCS의 또다른 단점은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방식보다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 여기에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비용의 두가지 문제가 파생한다.

이동통신의 핵심기술 중 하나가 ‘핸드오버’다. 이는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를 통과할 때단말기에서 나오는 주파수를 잡아서 계속 다음 기지국으로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더라도 통화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핸드오버 기능 때문이다.

그러나 PCS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은 고주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기지국의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연결 부담이 커지고, 고속주행시 통화중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기지국이 담당하는 지역을 좁게 하고, 그만큼 더 많은 기지국을 건설해야 한다.

이동전화회사들은 PCS가 디지털 이동통신과 동일한 통화 가능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2배 이상의 기지국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PCS에서 계획하고 있는 기지국 수로는 기존 디지털 이동전화의 3분의 1 수준밖에 커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전화 수준의 전국통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년의 세월은 더 걸릴 것이란 얘기다.

휴대전화회사들은 또 PCS의 최대 장점인 멀티미디어 자료의 송수신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PCS가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속도는 1만4천4백bps. 보통 컴퓨터에서 쓰이는 중저가형 모뎀 수준의 속도에 불과한 이 속도로는 인터넷을 띄워보기도 힘든데,움직이는 영상을 주고 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PCS회사들은 “해마다 데이터 압축률과 전송속도가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2000년대 PCS가 동영상 처리를 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휴대전화회사의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
 

(표)PCS와 휴대전화 요금 비교


경쟁은 소비자 이득 제공

신기술이 반드시 시장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PCS가 다른 서비스보다 넓은 주파수, 즉 많은 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이동통신보다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거꾸로 PCS가 비록 선진기술로 꾸며져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휴대전화 업체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한순간에 배워 익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휴대전화 진영도 기술 발전을 통해 PCS가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상당한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두 방식은 근본적으로 경계가 허물어질 전망이기도 하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건 간에, PCS와 이동전화 둘 가운데 최후의 승자는 소비자에게 최상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비록 ‘내것이 좋고 남의 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양측의 치열한 접전이 판단을 흐리게 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둘의 싸움이 결국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보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듯 싶다.

국내 3개 PCS업체 서비스 차별화 전략

국내에서 오는 10월부터 PCS상용서비스를 하는 곳은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등 3곳. 이들 업체들은 지난 1년여동안 PCS서비스를 준비하면서 PCS기지국 설치와 교환망을 구성했다. PCS 3사는 휴대전화보다 평균 20-30%정도 요금을 싸게 매겼다. 휴대전화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PCS 3사는 8얼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TV광고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한국통신프리텔

3i-PCS를 내세우고 있다. 똑똑하고(intelligent) 종합적이고(integrated)고객과 대화하는(interactive)PCS를 꾸미겠다는 전략. 한국통신의 기술력을 이어받은 통신 적자(嫡子)임을 강조하면서 한국통신에서 쌓은 통신망 운영 경험을 살려 다양한 유무선 복합 통신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 음성사서함, 음성다이얼, 팩스사서함, 인터넷 연동서비스 등 기존의 통신수단과 자유롭게 연결되는 PCS를 만든다는 목표.

한솔PCS

유일하게 옥외형 기지국을 설치. 이를 통해 통신원가를 줄여 값싼 PCS를 꾸미고, 다양한 맞춤형 통신요금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PCS단말기로 인터넷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터넷 국제전화는 일반 국제전화요금에 비해 50-70%까지 저렴한 요금으로 국제전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이동통신기술을 상용화한 LG의 기술력을 앞세우는 전략. 9월말까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광역권과 이 도시들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에서 통화가 가능토록 할 예정. 오는 연말까지는 시와 읍면 지역에서도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전국망을 끝낼 계획이다. 데이터통신, 종합문자서비스, 축하전화, 알람서비스같은 부가기능 개발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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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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