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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에 숨겨진 착시의 세계

비둘기는 목을 앞뒤로 흔들지 않는다

하늘에 떠있는 별이 흔들려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밤거리의 네온사인은 왜 현란해보일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움직임의 세계에서 사람의 눈이 어떤 착각을 일으키는지 살펴보자.

변화무쌍한 도형
정지된 선이 물결치며 움직인다

인간의 지각 체계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돼 왔다. 특히 움직임에 대한 지각은 생존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원시 시대에 인간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맹수의 움직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했다. 즉 정지해있는 맹수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맹수가 실제로 다가오는 방향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지각된다면 인간은 지구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실제 생태계에서 대상의 움직임을 착각해서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지각체계에 대한 연구가 깊어짐에 따라 한편으로는 재미를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작품을 위해 운동착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술의 한 사조인 옵아트(op-art)가 한가지 사례다.

옵아트 그림에서는 단색으로 된 선이나 사각형, 또는 점이고 정적으로 반복돼 나타난다. 이 단순한 구조물을 오랫동안 관찰하면 선이 물결을 치며 움직이거나 방금 볼 수 없던 것이 갑자기 형태나 색채, 그리고 무늬가 돼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지각 대상이 눈의 시신경을 지나치게 자극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람은 연속해 존재하는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다. 옵아트 그림에서처럼 선이나 면을 간격이 매우 촘촘하게 배열하면 사람의 눈이 선이나 면 하나하나를 명확히 지각하기 어렵다. 그림에 사용된 색깔이 눈에 뚜렷이 대비되는 두가지 색(예를 들어 검정색과 흰색)이면 이런효과가 증폭된다.
 

마리나 아폴로니오 작 '역동적인 원형 6S'. 그림을 응시하면 선이 다양하게 물결치듯 움직인다.


전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방법

손대지 않고 착시 이용

여기 정지된 하나의 전구가 있다. 이 전구를 움직이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동원될 수 있을까. 가장 상식적인 방법은 전구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착시를 이용한 것이다.
 

정지된 전구를 움직이는 방법^실선은 실제 운동, 점선은 눈에 보이는 운동을 나타낸다.


(방법1) 실제운동
전구를 실제로 움직인다.

(방법2) 가현운동
두개의 작은 전구를 준비한 뒤 하나를 켰다 끈다. 매우 짧은 시간(60m초, 1m초=1/1000초) 내에 다른 전구를 켰다가 끈다. 그러면 하나의 전구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법3) 유도운동
전구를 움직이지 않고 전구 주위의 물체를 움직인다. 그림에서처럼 직사각형을 왼쪽으로 움직이면 작은 전구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방법4) 지동운동
작은 전구만 켜놓고 방안의 불을 끈다. 전구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전구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방법 5) 운동잔상
전구 뒤에서 한방향으로 움직이는 줄무늬를 본 후 전구불빛을 보면 전구가 줄무늬의 운동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본 대상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현운동
현란한 네온산인의 정체

두개의 불빛이 번갈아가면서 켜지면 별개의 전구가 켜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전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즉 분리딘 두가지 장면이 연속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다. 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가현운동의 예는 밤거리를 현란하게 장식하는 네온사인이다.

가현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된 사례는 영화다. 19세기에 발명된 페나키스타스코프(phenakistascope)와 조이트로프(zoetrope)는 영화가 발명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놀이기구다. 처음에 이들은 공원이나 놀이동산에서 인기를 끈 장난감이었다. 물론 가현운동의 원리를 이용한 놀이기구였다.

페나키스타스코프(1832년 발명)의 모양은 간단하다.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원반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둘레에 수직의 홈들이 파여져 있다. 이 원반을 거울로 향하게 들고 그 틈새로 그림을 보면 움직임이 느껴진다.

페나키스타스코프가 발명된지 2년 후 조이트로프가 만들어졌다. 원리는 같다. 단지 원반 대신 원통 안쪽에 그림을 그녀넣고 원통 틈새로 그림을 쳐다본다는 점이 다르다.

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영화의 수준도 높아졌다. 장면들 하나하나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화면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으며, 여기에 돌비 사운도 같은 음향기술이 합해져 마침내 스타워즈 같은 영화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유도운동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다시 꽉 밟는 이유

맑게 개인 가을의 밤하늘을 쳐다보자. 구름 속에 떠있는 달을 보면 구름이 움직일까, 달이 움직일까. 물론 둘다 움직인다. 단지 구름이 빨리 움직이고 달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름이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이와 같이 배경(구름)의 위치가 변함으로써 고정된 대상(달)이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유도운동 효과라고 한다.

우리들은 일상 생활에서 유도운동 효과를 자주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지돼 있는 기차에 타고 있을 때 옆의 기차가 움직이면 자기가 타고 있는 기차가 움직이는 것으로 잘못 지각한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정지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차가 후진하면 자신의 차가 앞으로 가는 것처럼 착각돼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다시 꽉 밟게 된다.

비둘기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구구구'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비둘기의 머리를 살펴보자.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비둘기의 머리는 앞으로만 움직인다. 비둘기가 머리를 내밀고 난 뒤 몸통이 따라올 뿐이다. 이때 머리보다 상대적으로 큰 몸통(배경)이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고정된 대상)가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집에서 유도운동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TV화면에 점을 붙여놓고 사람이나 자동차가 움직이는 장면을 시청하자. 축구난 배구, 농구 게임이면 더욱 좋다. 이 때 화면의 격렬한 움직임이 유도운동을 일으켜 붙여놓은 점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비둘기의 걷는 모습^비둘기는 전진할 때 머리를 먼저 내밀고, 그 다음에 머리를 고정시킨 채 몸이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걷는 것처럼 보인다.


자동운동
고층건물 불빛이 깜박거리는 이유

하늘에 떠있는 별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캄캄한 방에 전구를 하나 켜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그 전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물체가 실제로 움직이지도 않고 유도운동도 없을 때 움직임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자동운동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사람의 눈을 고정시키고 있으려 해도 눈이 자동적으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효과다.

밤하늘에서 비행기가 부딪치지 않도록 높은 건물이나 시설물에 빨간 전구를 켜놓는다. 만일 이 전구를 계속 켜놓고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동운동효과에 따라 비행사의 눈에 전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높은 건물에 장치된 전구는 일정한 시간마다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자동운동에 의해 전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비행기 조종사에게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고층탑의 빨간 불빛. 계속 켜져 있으면 조종사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끊임없이 깜빡거린다.


운동잔상
물건이 위로 솟구친다

떨어지고 있는 폭포를 응시하다 옆을 보면 사물이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즉 폭포처럼 계속적으로 한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본 후 고정된 물체를 보면 움직이던 물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운동잔상 효과라고 부른다.

'부록'으로 제공된 팽이를 돌려보자. 표면에 나선형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팽이를 돌리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30초 정도 팽이의 움직임을 관찰한 후 벽에 걸린 그림을 쳐다보자. 전혀 새로운 느낌의 그림이 다가올 것이다

운동착시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인터넷에서 'http://www.ivis.co.kr/members/kej_folder/illusion.html'로 접속해 들어가기 바란다. 운동착시를 비롯한 다양한 착시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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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은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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