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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충박멸법

신경마비시켜 숨통 끊는다

지구에는 수많은 곤충이 살고 있다. 이 중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농림해충)과 파리, 모기, 바퀴벌레와 같이 음식이나 피부접촉을 통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곤충(방역해충)이다. 흔히 농림해충을 없애는 약을 농약, 방역해충을 없애는 약을 살충제라 부른다.

살충제의 종류는 주요 성분에서부터 포장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이에 따라 사용되는 용도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원리는 하나다. 살충제에 사용되는 화학약품은 곤충의 정상적인 신경 작용을 방해한다. 신경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부위에 작은 틈이 있는데, 이곳에서 신경의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근육과 신경이 만나는 부위에서 많이 분비돼 근육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임무를 다 한 아세틸콜린은 효소(콜린에스터라제)에 의해 분해된다. 만일 이 효소의 작용이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누적된 탓에 근육은 계속 수축될 것이다.

살충제의 원리는 바로 이점을 이용한 것이다. 곤충의 날개 부위에서 살충제가 침투하면 날개 근육은 계속 수축돼 더 이상 날지 못할 것이다. 특히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을 마비시킴으로써 곤충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살충제의 목적이 반드시 곤충을 완전한 치사 상태에 이르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파리와 모기처럼 날아다니는 곤충은 날개가 마비돼 땅에 떨어질 정도면 충분하다. 이후의 처리는 사람이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퀴벌레처럼 주로 기어다니는 곤충은 좀더 강력한 약을 써야 한다.

뿌리는 살충제
나느냐 기느냐의 차이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살충제는 뿌리는 타입의 분무형(에어졸)이다. 분무형 살충제는 석유와 액화석유가스(LPG), 그리고 살충 성분으로 구성된다.

석유는 살충 성분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살충 성분은 대부분 물에 녹지 않고 석유에 잘 녹는다. 한편 액화석유가스는 살충 성분을 기체 상태로 변화시켜 공중에 뿌려지도록 만든다. 액화석유가스는 일반 대기의 온도와 압력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약간의 압력을 가하거나 온도가 낮아지면 액화된다. 따라서 용기 안에 있던 액체 상태의 액화석유가스는 공기중에 분출되면 기체로 변한다. 이때 석유와 섞여 있던 살충 성분이 함께 분출되는 것이다.

벌레의 생활이 주로 나는 것인지 땅에서 기는 것인지에 따라 석유와 액화석유가스의 비율이 달라진다. 파리나 모기를 잡을 때는 살충제가 공중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효과가 커진다. 이 경우 석유보다 액화석유가스의 양이 많이 첨가된다(30:70). 이에 비해 땅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잡을 때는 석유와 액화석유가스를 동등한 비율로 섞는다(50:50).

몸에 뿌리거나 발라주는 약도 있다. 여름철 산이나 들에서 야영을 하거나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할 때 모기가 달려드는 것을 막도록 몸에 약을 바른다. 예전에는 냄새가 심해서 사용을 꺼렸지만 현재는 상큼한 과일향이 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분무형 살충제에 사용되는 주된 성분은 유기인계와 피레스로이드계 화합물이다.

연기 피워 해충 박멸
바퀴벌레가 뛰쳐나와 죽는 이유


시골에서는 여름날 마당에 볏짚을 태워 모기를 쫓곤 한다. 볏짚에 모기를 없애는 성분이 있는 것일까. 모기는 연기가 나면 이를 쫓아가는 특성이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연기를 많이 냄으로써 모기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연기에 살충 성분을 섞어 모기를 쫓는 대표적인 약제가 모기향이다. 여름에 습도가 높고 무더운 우리나라에서는 곧잘 창을 열어 바람을 맞는다. 모기향은 이런 생활 습관을 반영한 살충제다. 코일의 끝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면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고 살충 성분을 계속 공중에 확산시킨다. 보통 1개를 점화하면 6-8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용량을 갖췄다.

그러나 모기향에서 나는 연기는 사람의 눈과 코를 맵게 만든다. 이런 단점을 없앤 것이 전자모기향(매트)이다. 가열판이 있는 전기장치(훈증기)에 바둑판 모양의 납작한 매트를 넣어 전기열로 살충 성분을 피워 파리나 모기를 박멸하는 형태다. 보통 4-6평 크기의 공간에 1매 정도를 사용하며, 8-10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살충 성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란색의 색소(말라카이트 그린)를 살충 성분에 섞어놓았다. 그래서 살충 성분이 없어짐에 따라 색깔이 엷어져 교체 시기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다. 모기향처럼 연기를 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살충 성분을 동일한 비율로 휘발시킨다는 점 때문에 잠잘 때 사용하기 편리하다.

액체 살충 성분을 전기장치로 기화시켜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는 형태도 있다. 액체 모기향은 단 1회 설치로 30-6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액체통을 별도로 보관한 뒤 다음 해 다시 조립해 사용하면 된다.

한편 훈연 살충제는 연기를 피워 밀폐된 공간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숨어 있는 해충까지 박멸시키는 약제다. 집을 이사하거나 장시간 비울 때 한번 사용하면 집안의 거의 모든 해충을 박멸할 수 있다. 특히 이 살충제는 바퀴벌레의 신경을 고도로 흥분시킴으로써 숨어있던 바퀴벌레가 밖으로 뛰쳐나와 죽게 만든다(방출효과).

그러나 연기가 날 때 불꽃이 튀기 때문에 전자제품의 코드를 빼놓거나 테이프로 감싸줘야 한다. 2시간 가량 두꺼비집을 내려놓으면 가장 안전하다.

또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웃 사람들이 화재 신고를 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 살충 작업이 끝난 후 최소한 30분 정도 환기시켜야 하는데, 공기 유통이 잘 안되는 곳이면 선풍기를 이용해서라도 강제적으로 환기시킨다.
 

바퀴벌레가 뛰쳐나와 죽게 하는 훈연살충제의 일종


먹이로 유인 항상 다니는 곳에 설치

바퀴벌레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사는 해충은 바깥으로 유인해서 잡을 필요가 있다. 원리는 간단한다. 바퀴벌레가 좋아하는 먹이(쌀겨가루, 콩가루, 참깨가루, 설탕, 옥수수, 양파즙, 멸치분)와 카바메이트계를 비롯한 살충 성분을 섞어 놓으면 된다. 단 바퀴벌레가 항상 다니는 곳에 나둬야 한다. 바퀴벌레는 40cm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서만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충 성분이 든 용기를 한번 설치하면 보통 3개월 간 유효하다. 만일 3개월이 지나서 교체하지 않으면 바퀴벌레 살충제 용기가 도리어 바퀴벌레의 좋은 서식처가 돼버린다. 따라서 용기를 설치하기 전에 부착하는 장소를 그려 놓은 간이 설계도를 미리 준비해두면 좋다. 그러나 사실 바퀴벌레를 없애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집안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바닥에 흐트러진 음식물을 깨끗이 치우고, 음식물찌꺼기나 다른 쓰레기는 뚜껑이 꼭 맞는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친숙하게는 시골 축사에도 많이 볼수 있는 파리용 끈끈이가 있으며, 분필모양으로 선을 그어 그곳에 다니는 해충을 박멸하는 방법이 있다. 팔찌 모양으로 손목에 부착시켜 벌레가 달려드는 것을 막는 제품도 있다.
 

먹이에 살충성분을 섞어 바퀴벌레를 잡는 유인살충제. 바퀴벌레는 주변 40cm까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다니는 곳에 약을 설치해야 한다.


유기인계 화합물

인(P)와 산소(O)또는 황(S)이 이중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 기본 구조다. 주요 성분으로는 페니트로차온, 디클로로보스가 있다. 페니트로치온은 약효의 지속성이 다른 것에 비해 강하고 적은 양으로 바퀴벌레를 없앨 수 있어 뿌리는 바퀴약의 주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디클로로보스는 1955년에 처음 개발된 이래 가정용ㆍ방역용 살충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파리와 모기 박멸용으로 쓰인다. 다른 살충제보다 효과가 빠르고 휘발성이 높아 자연에서 잘 분해된다. 보건복지부에서 극약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약국에서만 판매된다.

피레스로이드계 화합물

들국화의 일종인 제충국꽃에 함유된 천연의 살충 성분을 피레스린이라 하고, 이것과 화학구조가 유사한 합성물질을 피레스로이드계라고 부른다. 19세기 유고슬리비아의 한 여인이 정원에서 제충국꽃 주위에 곤충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제충국꽃에서 벌레를 죽이는 성분을 추출했으며, 이후 피레스린과 비슷한 구조의 수많은 화학약제를 만들어냈다. 포유동물에는 독성이 적고 해충에 대해서는 살충력이 강력해 이상적인 약제로 평가받고 있다.

카바메이트계

탄소(C)와 질소(N)의 결합이 기본 구조다. 유기인계 살충제와 작용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최근에 개발된 바퀴벌레 유인살충제다. 그림은 카바메이트계의 일종인 프로폭슬의 분자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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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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