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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TEST] 500만 vs. 6.5만, 왜 극단으로 갈렸나

삼일절 집회인원
직접 추산해보니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장은 해를 넘겨 봄을 맞은 지금껏 줄곧 마비 상태다. ‘집회 공화국’이라는 별칭답게 정치적 메시지를 결집하기 위한 집회가 나날이 반복되는 탓이다. 그런데 집회 기사를 읽다 보면 유독 한 지점이 눈에 거슬린다. 발표 주체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 집회 참가 인원이다. 일례로 지난 삼일절에는 집회 주최 측이 500만 명이라 발표한 반면 경찰은 6만 5000명을 제시했다. 압도적 격차에 누구의 말이든 선뜻 수긍하기 쉽지 않다. 500만과 6만 5000 사이, 과학의 힘을 빌려 이성적 지점을 짚어봤다.

 

▲ 동아DB
 

삼일절을 맞은 지난 3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은 연휴에도 불구하고 나들이객의 소성 대신 지지자들의 고성으로 가득 찼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탄핵 찬성 측 시민단체와 탄핵 반대 측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말마다 광장을 찾아 목소리를 결집하는 중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지지세력의 결집을 호소하는 집회가 한나절 동안 개최됐다.


3개월째 거듭되는 양 세력의 집회는 주말 광장 점유, 소음 발생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추산 인원 차이’로 인한 갈등 또한 그중 하나였다. 주최 측이 발표하는 집회 참석 인원과 경찰에서 추산한 인원에 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이 우리 세력을 축소하려고 의도적으로 적게 추산한다’는 등의 음모가 극성 정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한데 섞이며 그 갈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오래된 갈등의 골, 집회 인원 추산


집회 인원수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7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하자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촛불집회에도 인원 추산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2008년 6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해당 집회는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집회였다. 주최 측은 현장에 7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측은 8만 명이라고 집계했다. 대략 8배 이상의 인원 차이가 난 것이다. 이후 집회 측이 경찰에서 의도적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이 빚어졌다.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가 갈등의 불씨를 이었다. 당해 11월 12일에 개최된 3차 촛불집회에서 주최 측은 약 1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찰은 약 26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도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 약 19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약 33만 명으로 집계하며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추산 방식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경찰은 이후 모든 집회에서 공식 추산 인원 집계 발표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경찰력 배치를 위해서 내부적으로는 집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선제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기에 ‘비공식 추산 인원’이라 불린다.


이런 해묵은 갈등은 지난 삼일절 극한으로 치달았다. 주최 측이 광화문(500만)과 여의도(30만)에 총 53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발표한 데에 비해, 경찰 측은 비공식 추산 인원을 12만(광화문 6.5만, 여의도 5.5만) 명이라고 내부적으로 집계하며 전무후무한 차이가 발생했다. 이쯤에서 의문을 가질 만하다. 왜 이들은 이토록 서로 일말의 접점이 없는 숫자를 각자 제시하는 걸까. 그 원인은 집계 방식의 차이에 있다.

 

▲ 동아DB
 

 

‘밀도’에 주목한 경찰, ‘빈도’에 집중한 단체

 

군중을 추산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밀도와 빈도다. 집회 주최 측은 둘중 빈도에 집중해서 추산한다. 집회에서 말하는 빈도란 ‘군중에 얼마나 많은 외부 인원이 유입되고 도중에 유출됐는지’를 뜻한다. 주최 측은 집회의 영향력 극대화와 세력 과시를 위해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들어온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 총 참가 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때문에 10분 정도 잠깐만 들렀다 간 인원도 주최 측의 전체 집계 인원에 포함된다. 또한 집회 장소를 벗어나 지하철에서 나오는 중이거나, 가두에서 참여하는 인원까지 합산하기도 한다. 이에 한순간 눈으로 보이는 현장 인원에 비해서 집회가 끝나고 발표되는 인원 규모가 훨씬 큰 경우가 잦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총 참가자를 계산하기 때문에 경찰 발표보다 높은 수치를 내놓는다.

반면 경찰은 밀도를 중점으로 인원을 파악한다. 이때 밀도는 ‘단위 부피당 질량’이라는 정의처럼 ‘군중이 공간에 얼마나 빽빽히 밀집돼 있는지’를 의미한다. 대중의 안전과 통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찰이기에 유입 여부보다는 특정 시점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한군데 밀집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 문제는 시위를 관리하는 경찰 인력 파견과도 직결된다. 집결 인원보다 태부족한 경찰력을 투입하면 시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내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교수가 2019년 한국경호경비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찰은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ion)’을 활용해 집회 장소의 면적과 인구 밀도를 기반으로 참가 인원을 산출한다. 페르미 추정이란, 20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즐겨 사용한 추정법으로 밀집한 군중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단한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우선 경찰은 집회가 열리는 장소의 전체 면적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로까지 집회가 열린다면, 해당 구역의 가로·세로 길이를 측정해 총 면적을 계산한다. 이후 군중 밀도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 쉽게 말해 단위 면적인 1m2당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분포돼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이다. 이는 군중의 간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적용하는 밀도 기준은 다음과 같다. 넓게 퍼진 경우는 1m2당 1~2명, 보통 밀도에서는 1m2당 3명, 빽빽한 경우는 1m2당 4~5명에서 최대 6명까지 적용한다.

 

이 외에도 경찰은 드론, 헬기, CCTV 등을 활용해 특정 시간대의 집회 참가자 수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산을 조정한다. 또한, 집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특정 지역의 밀도를 직접 샘플링해 전체 집회 장소에 적용하는 방식도 사용한다. 광화문 집회로 예를 들면, 광화문 앞 10m × 10m(총 100m2) 구역에 250명이 모여 있다면, 같은 밀도를 다른 구역에도 적용하며 전체 면적에 따른 참가 인원을 추정하는 식이다.


다만 경찰은 일반적으로 밀도를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유동 인원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에 주최 측 추산보다 확연히 낮은 숫자가 발표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한 시점의 정적인 인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이동하는 사람이나 집회 시작 전후의 전체 참가 인원을 포함하지 않는다. 인원 추산을 향한 두 집단의 이러한 접근 방식 차이가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냈다.

 

▲ 박동현
106번째 삼일절이던 2025년 3월 1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집회 현장에는 참가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빈도와 밀도, 모두를 잡는 ‘회전율’


두 집단은 각자의 목적대로 인원을 추산하지만 어느 방법도 정확한 수치를 완벽히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기자는 직접 삼일절 집회에 나가 새로운 방식으로 인원을 추정해 보기로 했다. 좀 더 정밀한 과학적 잣대를 세우기 위해 삼일절 하루 전인 2월 28일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찾아갔다.

 

원 교수는 이 분야에 관한 ‘경력자’다. 이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때에도 ‘유동인구 추산법’이라는 추산 방식을 소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규모 인원을 최대한 정확히 헤아리기 위해선 밀도와 빈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군중을 ‘고정 인구’와 ‘유동 인구’ 두 측면으로 나눠 바라보면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는 해석이다.


원 교수는 “집회를 가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다 지키는 사람이 있지만 중간에 들어오거나 도중에 나가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들어오고 빠지는 주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의 회원처럼 끝까지 있는 주최측 사람들을 ‘고정 인구’로, 잠깐 머물다 가는 일반 시민들을 ‘유동 인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정 인구는 군중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차지한다. 군중을 하나의 물체로 바라본다는 그의 가정대로라면 고정 인구는 마치 지구의 내핵처럼 군중 내부를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고체인 셈이다. 이들은 경찰이 적용한 페르미 추정 같이 단위 면적당 몇 명이 들어차 있는지를 어림잡고 전체 면적만 계산하면 인원을 헤아릴 수 있다. 즉, 고정 인구는 군중의 밀도를 반영하는 집단이다.


문제는 유동 인구다. 군중 바깥쪽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이들은 흐르는 유체처럼 고정돼 있지 않은 탓에 변동성이 생긴다. 원 교수는 “고정 인구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유동 인구를 보정해 주는 게 인원 추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할 방법으로 자신이 연구한 ‘로지스틱 모델’을 제시했다. 패스트푸드점의 ‘회전율’로 총 방문자 수를 계산하는 방식과 동일한 방법이다.


패스트푸드점의 회전율은 방문객의 체류 시간에 비례한다. 열 개의 테이블이 비치된 패스트푸드점에서 방문객들의 식사가 평균적으로 30분 동안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30분은 회전율에 해당한다. 전체 영업 시간을 10시간이라고 두고 회전율인 30분(0.5시간)으로 나누면 총 20회의 회전이 발생한다.


이제 이를 테이블 수인 10과 곱하면 총 200팀이 방문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테이블당 몇 명이 앉았는지에 대한 평균값도 구한다면 총 방문인원까지도 알 수 있다. 밀도(한 테이블에 식사 중인 손님의 수)와 빈도(매장에 들어오고 나간 손님의 수)를 동시에 고려한 방법이다. 원 교수는 여러 개의 구슬이 통 속에 무작위로 떨어져 어디로 들어갈지 맞히는 확률 게임 ‘플링코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구슬들이 통 속으로 유입되는 시간을 토대로 총 유입된 구슬 개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구하고, 이를 ‘로지스틱 모델’이라고 명명한 내용의 논문을 2020년 ‘프론티어스 인 피직스’에 발표했다. doi: 10.3389/fphy.2020.00212

 

▲ 뉴데일리
삼일절 여의도 집회 현장, 조사부터 계산까지
빈도와 밀도를 모두 고려한 방법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직접 추산하기 위해 지난 3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한 집회에 다녀왔다. 현장에서 무작위로 만난 100명의 참가자에게 체류 시간을 물은 뒤 평균 ‘회전율’을 구했다. 이를 집회 장소 면적, 단위 면적당 들어찬 인원과 곱해 참가 인원을 추산했다. 당시 집회 참가 인원으로 주최 측은 30만 명, 경찰은 5만 5000명(비공식 추산)이라고 각자 발표했다.

 

회전율로 삼일절 집회 인원 직접 추산해보니


앞선 패스트푸드점의 회전율 계산법을 집회에 적용한다면 ‘식사에 걸린 평균 시간’은 ‘집회에 참가한 평균 시간’, ‘테이블 개수’는 ‘집회장의 면적’에 해당한다. ‘영업 시간’은 ‘집회 시간’과 같으며 ‘한 테이블 당 앉은 손님’은 ‘집회 단위 면적당 밀집된 인원’이다. 이제 필요한 건 집회 면적과 회전율을 위한 표본이다. 이를 구하기 위해 3월 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예정됐던 여의도 공원의 한 집회 현장으로 향했다.


집회 구간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시작해 여의도 교차로까지의 6개 편도 차로로, 가로 길이 약 720m에 세로 길이 약 20m(총 면적 1만 4400m2)였다. 원 교수는 최근 집회 추세에 따라 단위 평방 미터당 인원을 3~4명으로 제안했다. 이에 단위 평방 미터당 들어찬 사람은 3.5명이라고 가정했다. 따라서 ‘일정 시점 인원’은 대략 5만 400명이었다.


다음은 회전율에 해당하는 집회 체류 시간을 추정했다. 이를 위해 현장에 있던 집회 참가자 100인의 체류 시간을 일일이 조사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로 분포된 참가자들은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까지 머물렀거나 머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체류 시간을 모두 더해 인원수로 나눠 평균 시간을 계산해 보니 2시간 5분(2.083시간)에 달했다. 집회가 4시간 동안 진행됐으므로 회전율은 1.92인 셈이다. 따라서 이날 해당 집회의 총 추산 인원은 1.92에 5만 400명을 곱한 9만 6768명이라고 개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당일 해당 집회에 대해서 주최 측은 30만 명, 경찰 측은 5만 5000명(비공식 추산)이라고 발표했다. 원 교수는 이에 대해 “경찰은 안전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추산하지만, 주최 측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발생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집회 면적을 차지하는 고정 인구만 고려하면 되고 유동 인구를 알 필요는 없다”며 “과학동아의 취재는 고정 인구와 유동 인구를 함께 고려해 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역시 근사적인 추산이니 통신사 기지국의 데이터나 AI 이미지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활용하는 게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일절 당시 여의도뿐만 아니라 광화문에서도 대규모의 집회가 일어났다. 경찰의 비공식 추산으로 6만 5000명이 기록된 광화문 집회에서 주최 측은 이를 500만 명이라고 발표하며 받아쳤다. 77배가량의 차이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현장에서 체류 시간을 묻는 기자를 향해 “왜곡하지 않고 정확하게 보도해달라”며 간곡하게 요청하기도, 때로는 “현실을 가리는 언론 전체가 문제다”라고 가열차게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취재 역시 표본이 부족해 정확한 인원을 산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접근한 결과로 그들에게 이제야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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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 도움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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