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하는 일은 빛을 고정시켜 초점거리를 줄이거나 길게 해 정상 시력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 물건은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안경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눈은 왜 나빠지나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 병을 앓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근시, 원시, 난시 등 비정시안은 눈의 굴절력과 눈의 길이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막 태어난 갓난 아기들은 대개 약한 원시상태를 나타낸다. 이 때 눈의 길이(각막과 망막 사이의 거리)는 대략 18mm 정도. 이후 신체 각 부위가 성장함에 따라 눈의 길이도 점차 증가해 약 14세 무렵이면 성인 크기에 도달한다. 또 눈의 굴절력에 영향을 주는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이 약간씩 감소하면서 점차 정시가 되지만, 일부는 원시나 근시 상태가 된다.
정시는 먼곳의 물체를 볼 때 수정체가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망막에 명확한 상이 맺히는 굴절 상태다. 그러나 근시는 수정체의 굴절력에 비해 눈의 길이가 길 때 발생한다. 키가 부쩍부쩍 자라는 중고교 시절에는 안구의 성장도 빨라 근시도 급속히 진행된다. 그러나 악성 근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성장이 멈춤과 동시에 근시 진행도 멈추는 게 보통이다. 텔레비전 등 한 곳을 오래 바라보거나, 조명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환경적 요인도 근시가 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 때문에 중증의 근시가 되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원시는 각막의 두께가 얇아져 물체의 상이 망막 뒤에 맺히는 현상이다. 흔히 원시는 먼 곳에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눈속의 수정체가 조절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다. 노안과 원시 모두 돋보기 안경을 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둘을 혼동하지만, 노안과 원시는 다르다.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 능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편 난시는 눈의 길이와 굴절상태의 상호 관계에 따라 타원형, 선, 또는 원으로 상이 맺혀서 물체가 흐리거나 왜곡돼 보이는 상태다. 원래 정상인 눈은 각막과 수정체가 탁구공처럼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난시는 럭비공처럼 타원형이거나, 망막 자체가 구형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결국 비정시는 먼곳의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없으며, 망막에 선명한 상을 맺기 위해서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압축 코팅 렌즈란 무엇인가
유리산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수정을 연마해 안경렌즈로 사용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주 남산 근처에서 채취한 자수정의 일종인 경주남석이 1600년대부터 사용됐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요즘 사용되는 안경렌즈의 재질은 유리와 플라스틱이다. 그러나 제조회사마다 광학적, 물리적 특성이 각기 다른 여러가지 종류의 재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종류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안경 착용자에게는 제조회사의 상표명과 함께 재질의 광학적 특성 중 한가지인 굴절률을 알려주는 것이 보통이다.
안경을 맞추러 가본 사람이라면 “두께가 얇은 압축렌즈를 택하겠느냐”는 권유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압축렌즈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용어로, 고굴절렌즈가 정확한 표현이다. 압축렌즈는 렌즈의 재질 자체가 다른 것이지, 결코 굴절률이 낮은 렌즈를 물리적 힘을 가해 압축시켜 굴절률을 높힌 것이 아니다.
압축렌즈는 굴절률이 1.7(일반 유리에 비해 납이나 티탄 성분이 함유된 유리로 제조) 이상으로, 일반 유리렌즈(대표적인 재질은 일반 창유리와 성분이 비슷한 ‘크라운 글래스’로, 굴절률 1.523)나 플라스틱렌즈(굴절률 1.498)보다 굴절률이 높은 재질로 만든다.
굴절률이 일정한 상태에서 굴절력을 증가시키려면 오목렌즈는 가장자리의 두께를, 볼록렌즈는 중심부의 두께를 두껍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굴절률이 높은 재질을 사용하면 동일한 굴절력의 렌즈를 만들더라도 오목렌즈는 가장자리 두께를, 볼록렌즈는 중심부 두께를 상대적으로 얇게 할 수 있다.
한편 압축렌즈와 함께 자주 권유받는 것 중 하나가 코팅렌즈다. 말 그대로 렌즈의 표면에 얇은 막을 입힌 렌즈로, 여러 층의 얇은 막을 입힌 렌즈를 멀티코팅 렌즈라 한다. 렌즈는 사용 목적과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막을 입힐 수 있는데, 불화마그네슘 등을 증착시키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표면으로부터 빛이 반사되는 것을 제거시키기 위한 반사 방지 코팅렌즈는 대개 일반 안경렌즈에 적용된다. 이 처리를 하면 표면으로부터 반사광이 제거돼 마치 렌즈가 없는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약한 녹색 계통의 반사광을 볼 수 있다.
렌즈 표면으로부터 많은 양(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대략 50 % 정도)의 빛이 반사될 수 있도록 만든 반사 코팅렌즈는 스키 등 레저스포츠용 안경에 적용된다. 착용한 상대방 렌즈의 표면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이 렌즈는 보통 굴절력이 없다. 이 외에도 요즘 사용되는 플라스틱 안경렌즈에는 흠이 생기지 않도록 표면에 경화 처리를 입히기도 한다.
코팅을 한 플라스틱 렌즈는 전용 클리너나 부드러운 목면 등으로 닦아야 한다. 비누칠을 해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도 좋은데, 절대 더운 물을 사용해선 않된다. 증착시킨 코팅이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도수는 어떻게 조절하는가
빛이 퍼져나갈 때를 발산, 한 점으로 모아드는 것을 수렴이라 부른다. 그리고 먼 곳으로부터 우리 눈에 도달하는 광속(光束, 광선다발. 빛의 진행 방향에 수직인 단위 면적을 단위 시간에 통과하는 빛의 양)은 파면이 평면을 이루는 것으로 가정해 평행광속이라 한다. 광학에서는 평행광속이 렌즈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때 수렴하는 렌즈의 굴절력을 + 굴절력, 반대로 발산하는 렌즈의 굴절력을 - 굴절력이라 한다. 볼록렌즈(+ 굴절력)를 통과하는 평행광속은 광축 위의 어느 한 점(초점)으로 모아진다. 반면 평행광속이 오목렌즈(- 굴절력)를 통하면 초점으로부터 퍼져나간다.
근시는 눈으로 들어오는 평행광속이 각막과 수정체에 의해 심하게 굴절돼 망막 앞에서 맺혀진 상태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 굴절력을 가진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원시는 이와 반대의 상태. 평행 광속이 망막에서 상을 제대로 맺었는지 여부는 정상 시력을 가진 눈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크기의 시표를 놓고 안경렌즈의 굴절력을 변화시켜서 결정한다.
렌즈로부터 초점까지의 거리(단위는 m)의 역수가 그 렌즈의 굴절력이다. 디옵터(Diopter, D)란 바로 이를 가르키는 광학 단위다. 렌즈의 굴절력은 초점거리에 반비례한다. 예를 들어 초점거리가 20cm인 볼록렌즈의 굴절력은 +5D, 초점거리가 20cm인 오목렌즈의 굴절력은 -5D다.
흔히 디옵터로 표시된 안경 도수 앞에 붙어 있는 - 부호가 +보다 더 나쁜 것으로 여기곤 하는데, 이들 부호는 근시(-)와 원시(+)를 의미할 뿐이다. 부호가 무엇이든 관계 없이 숫자가 높을수록 시력이 나쁜 것이다.
안경테는 왜 중요한가
많은 안경 착용자들은 안경테를 패션의 일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안경테의 원래 역할은 안경 렌즈가 눈앞에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안경테는 양쪽 렌즈의 광학 중심이 동공 중심과 일치한 상태에서 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 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눈에 맞는 정확한 렌즈와 렌즈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력의 정도, 양쪽 눈 사이의 거리, 코의 높이나 형상, 눈과 귀 사이의 거리 등을 고려해 적합한 안경테를 선택해야 한다.
렌즈의 경우는 외국산과 수준차가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안경테는 외국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므로 굳이 비싼 수입테를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선글라스 선택요령
선글라스는 자외선과 적외선같은 유해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강한 가시광선에 의한 눈부심 현상을 없애주는 안경이다. 선글라스용 렌즈의 재질은 역시 유리와 플라스틱. 유리 재질로 만든 것으로는 전체가 진한 청색이나 녹색을 띠도록 유리 재질 내에 색을 띠는 성분이 들어 있는 일반 컬러 렌즈와, 실내에서는 색을 띠지 않다가 햇빛을 받으면 진한 색을 띠는, 자외선에 반응하는 물질인 할로겐족 원소가 함유된 포토크로믹 렌즈(photochromic lens)가 있다.
플라스틱 계통의 재질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무색의 렌즈 내부에 염료가 스며들도록 해 진한 색을 띠는 렌즈와, 물이나 눈(雪) 위에서 반사돼 배경의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드는 빛을 차단시킬 수 있는 편광렌즈 등이 있다. 편광필터의 축이 수직방향이면 수평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은 차단되고 수직방향으로 진동되는 빛만 통과한다. 낚시터나 스키장에서 물과 눈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은 수평방향으로 진동하는 성분이 많이 있으므로 이 빛을 차단시키면 눈부심을 없앨 수 있다.
선글라스에는 주로 갈색, 녹색, 회색의 색깔을 입힌다. 또 빛투과율이 높은 탓에 자주 사용되진 않지만 노란색 계통의 색깔을 입히기도 한다. 갈색 계통은 단파장 가시광선을 차단해 배경과 사물의 대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운전을 할 때 효과적이다. 녹색 계통 선글라스는 등산할 때 착용하면 좋은데, 이는 우리 눈에 가장 민감한 파장을 일으키는 녹색을 투과함으로써 눈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 회색 계통은 거의 모든 빛을 골고루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색약처럼 색판정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착용하면 좋다. 물론 이때 선글라스가 교정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선글라스 색은 어느 정도 넣는 것이 좋을까. 이는 대상 물체의 원래 색깔이 선글라스에 의해 다르게 보이는 ‘색 왜곡 현상’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색깔이 진할수록 차단 효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일한 계열의 색깔을 가진 물체를 볼 때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테면 빨간색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경우 다른 색은 차단되지만, 빨간색은 모두 투과돼 눈으로 들어와 전체 사물이 붉게 보인다. 색 왜곡 현상은 특히 교통신호와 관련해 중요하다. 덧붙여 아직 눈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진하게 색이 들어간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색 왜곡 현상이 계속돼 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착용시 주의할 점 한가지. 맨눈보다 편안하다고 장시간 내리쬐는 태양을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선글라스는 가시광선을 차단하는 효과는 높지만, 눈부심과 관계 없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은 그냥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지는가
일반적으로 시력이 심하게 나쁘지 않은 사람은 안경을 쓰지 않고도 원거리의 사물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 경우 안경을 쓰면 전보다 원거리 사물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지만, 다시 안경을 벗으면 사물이 흐려 보인다. 안경을 쓰다가 벗으면 불편을 느끼므로 안경 때문에 눈이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잘못 인식할 수 있다.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진다는 얘기는 아마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눈에 특별한 병을 앓은 일 없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안경을 쓴 근시는 대체로 20대 초반 무렵까지 안경도수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20대 초반 전까지 신체의 각 부위의 성장과 함께 눈의 크기도 커져 근시도가 증가한다. 이 때문에 그때 그때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안경도수를 높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안경을 새로 맞추었을 때는 잘 보이다가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다시 흐릿해지는 경우도 있다. 눈을 가늘게 뜨거나 안경을 눈에 바짝 대서 글씨가 다시 선명하게 보인다면 그만큼 근시도가 진행한 것이다.
근시인 사람이 5m 정도에 떨어진 물체를 보면 망막 앞에서 초점이 맺히고, 정작 망막에는 흐린 상이 맺힌다. 따라서 눈을 가늘게 떠 동공이 작아진 것과 같은 효과를 주면 초점을 맺는 위치는 변하지 않지만, 망막에는 이전보다 덜 흐린 상을 맺는다.
1회용 콘택트렌즈가 등장하기까지
1960년대에 첫선을 보인 콘택트렌즈는 안경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발명품이다. 콘택트렌즈는 크게 하드렌즈와 소프트렌즈로 나눌 수 있다. 하드렌즈는 산소를 통과시키지 못하는 PMMA(Poly-methyl methacrylate)렌즈와 산소투과성 하드렌즈(일명 RGP; Rigid Gas Permeable)로 나누어진다. 재질 내에 물을 함유할 수 있기 때문에 친수성렌즈라고도 하는 소프트렌즈는 물 함유 정도에 따라 저함수렌즈(함수율 50 % 이내)와 고함수렌즈(함수율 50 % 이상)로 구분한다.
렌즈를 착용하는 주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면 ▲매일 아침에 착용하였다가 잠자기 전에 빼는 매일착용렌즈 ▲매주 월요일 아침에 렌즈를 착용해 매일밤 렌즈를 빼지 않고 토요일까지 연속해서 착용하다가 토요일밤에 빼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착용하는 연속착용렌즈 ▲ 매일착용이나 연속착용으로 사용하다가 1-2주일 정도만 사용하고 버리는 1회용 렌즈로 구분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루만 착용하고 버리는 콘택트렌즈가 소개되기도 했다.
소프트렌즈는 착용 후 주기적으로 렌즈에 낀 단백질 등을 제거해야 하는 등 관리가 불편하다는 단점을, 하드렌즈는 착용감이 나쁘며 , 1-2주에서 심하면 한달까지 렌즈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드렌즈는 소프트렌즈보다 난시, 특히 각막 난시 교정 효과가 뛰어나다.
콘택트렌즈로 비정시안을 교정하는 것은 안경렌즈의 경우와 원리는 같다. 다만 안경렌즈는 눈으로부터 대략 12mm 떨어진 곳에 놓이지만, 콘택트렌즈는 눈, 즉 각막과 접촉된 상태이기 때문에 광학적으로 이 거리의 차이를 고려해 도수를 조정한다.
따라서 근시인 사람이 안경을 사용하다가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려고 할 때 안경을 사용했을 때와 똑같은 교정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안경보다 더 낮은 도수의 렌즈를 착용해야 하며, 이 도수 차이는 별도의 계산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소프트렌즈를 착용하면 재질 내에 수분, 즉 눈물이 함유된다. 그러나 렌즈 표면에서 눈물이 증발하면 눈물 내의 여러가지 성분이 렌즈표면에 달라붙는다. 이를 장기간 착용하게 되면 눈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1회용 콘택트렌즈가 개발된 이유는 바로 렌즈 표면에 이물질이 부착돼 눈에 부작용을 일으키기 전에 버림으로써 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