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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떠나는 생명 여행

봄이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방긋 얼굴을 내밀고,온산이 하루가 다르게 푸른 옷을 갈아입는 봄. 겨우내 차가웠던 바람에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포근하고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러 산으로 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대자연을 일깨워 생기를 불어넣고, 자연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인도하는 봄에 어울리는 책은 뭘까. 봄나들이에 친구 삼아 갖고 나설만한 책이 있다면 나들이 길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꽃과 나무를 알아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자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돌아보는 책이라면 어울리지 않을까. 이번 달에는 봄을 닮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쓴 책을 소개한다.


꽃이 전하는 계절

봄이 오면 밥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냉이국 한그릇이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다.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에도 등장하는 달래, 냉이, 씀바귀. 하지만 이 봄나물들을 구별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전국의 산야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이런 식물을 눈뜨고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냉이국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막상 들판에 핀 냉이를 봐도 모른다면 그건 너무 삶에 무심한 일일테니까.

그럼 이번 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전문가로 불리는 김태정 박사가 쓴‘쉽게찾는우리나물’을들고 나서보자. 우리가 즐겨 먹는 식용 나물 2백여가지를 지역별로 나눠 그 정보와 사진을 실은 책을 보며, 한가지 한가지 확인해 나가며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요리된 식탁을 생각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김태정 박사는 이외에도‘쉽게 찾는 우리 꽃’시리즈와‘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가지’를 통해 우리나라 자연을 전해준다.

이중 ‘쉽게 찾는 우리 꽃’시리즈는 저자가 직접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찍은 사진과 함께 꽃의 특징과 생태 등을 간단히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그냥 들꽃이라고 불러온 그 많은 꽃들에 저마다 사연이 깃든 예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혹시이름 모를 꽃을 만나면 그 색깔만 보고도 찾아볼 수 있도록 흰색, 노란색, 녹색, 붉은색 꽃으로 나눠놓은 저자의 마음씀씀이 역시 감탄스럽다.

시리즈가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구성돼 해당 계절에 여행을 떠날때 들고 가면좋은 자연 안내서가 될만하다. 저자처럼‘생명이 움트는 소리’와‘봄을만 드는 소리’까지는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책에 있는 사진을 통해 꽃의 이름을 알아갈 수 있다면 감동이 절로 몰려올 것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가지’는 우리나라 남쪽 끝 마라도에서 북쪽 끝 백두산까지 이 땅을 터전으로 살고 지는 꽃들의 식생을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의 순수 야생 식물 1백50여종의 생태를 계절별로 분류해놓았다.

따뜻한 남쪽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꽃 소식을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들,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봄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나무처럼 살고 싶다면

꽃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으로‘쉽게 찾는 우리꽃’시리즈가 있다면, 나무에 대한 책으로는‘쉽게 찾는 우리 나무’시리즈가 있다.

진달래와 벚나무도 꽃이 지면 무슨 나무인지 기억 하지 못하고,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와 잣나무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보는 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나무를 묶어 산나무 편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묶어 도시나무 편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고 나무를 아는 점에 착안 해서 꽃 색깔별로 나무를 나눠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나무의 형태, 잎, 꽃, 열매, 수피 등 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해준다. 나무를 찾아 숲으로 갈 때, 가로수를 벗하며 산책할 때 이 책을 들고 가보자.

이에 비해 ‘솟아라 나무야’는 나무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차분히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나무를 연구하고도 자신이 나무에 대해 뭘 알고 있는지 자문하곤 한다는 식물학자 임경빈 박사의 나무 얘기다.

나무란 무엇인지, 숲의 환경과 역할은 어떤 것인지, 나무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나무에 대한 작은 얘기 하나도 헛으로 듣지 못하게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 꽃이 아름다운 나무, 열매를 이용하는 나무, 약이 되는 나무, 외국에서 들어온 나무 등 주제별로 나눠져 나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 펼쳐봐도 좋겠다.

‘쉽게 찾는 우리 나무’가 나무의 이름을 알고 나무를구분하는데도움을받을수있는책이라면,‘ 솟아라나무야’는 나무의 특징과 쓰임을 비롯해서 나무의 역할과, 나무로부터 비롯된 문화까지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면
 

꽃과 나무, 곤충과 개구리가 살 수 없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같이 살 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 습일 것이다.


‘생태기행’과 ‘곤충의사생활엿보기’,‘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는 살아 숨쉴 뿐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동물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보고서다.

‘생태기행’에는 마흔이 넘어서야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겸손해하는 저자 김재일씨의 자연사랑이 소롯이 담겨있다. 어느날 여행길에 개발을 명목으로 산과 그 산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의 운명을 저울질하는 인간을 발견하고 생태기행을 계획했다는 그는 벌써 10여년째 그것을 계속해오고 있다.

저자가 10여년의 세월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생태기행은곧생명활동”이며,“ 생태기행은 즐거운 환경운동”이라고 말한다. 즉 생태기행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되찾게 하고, 생명을 등한시하고 소홀히 여기는 우리의 무지와 몰지각을 깨우쳐주는 활동이라는 얘기다.

생태기행은 자연을 발견하고 자연을 배우는 발걸음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 목적의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자연을 그대로 눈에 담고, 자연의 소리에 정직하게 귀기울이는 일이다. 그러면 어느덧 자연이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있다고 한다.

‘생태기행’은 동쪽으로 영월 동강에서 서쪽으로 서산 천수만에 이르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중부권, 남도지방의 강과 바다를 두루 돌아 물 건너 제주도의 색다른 감성까지 전해주는 남부권, 인간과 자연의 더불어 사는 삶을 간절히 바라면서 대도시 주변의 생태를 다룬 수도권 편 등 3권으로 이뤄져 있다.‘곤충의 사생활 엿보기’에는 특별한 분류가 없다. 말 그대로 곤충의 삶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곤충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살아가고, 또 어떻게 사랑하며 다른 곤충들과 공생하는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가 도롱이벌레를 설명한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 도롱이벌레는도롱이주머니처럼생긴 주머니를 뒤집어쓰고 생활한다. 도롱이의 양끝은 열려 있어서 윗구멍으로는 머리와 가슴을 내놓고 기어다니면서 잎을 갉아먹고, 아래구멍으로는 배의 마지막 마디를 조금 내밀어서 똥을 눈다”고 한다. 이쯤하면 아무리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그림을 그리듯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는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등 양서류의 생태를 다룬 책이다. 지금은 자동차 소리에 그 울음소리도 묻혀버렸지만, 이전에는 우리와 가장 가깝고 정겨웠던 자연의 친구가 바로 개구리다.

그러고 보면 개구리를 본게 언제적일까. 어린시절 개구리를 괴롭히며 자란 저자가 사라져가는 개구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우리에게 책으로 들려주는 개구리 얘기를 듣다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개구리의 형태적 특징과 구조를 밝힌 양서류의 이모저모, 올챙이에서 개구리까지의 성장과 짝짓기와 생존전략, 도롱뇽.두꺼비.맹꽁이 등 우리나라 양서류의 삶, 그리고 옛 이야기 속의 개구리까지 읽을거리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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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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