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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블랙홀 과학사 : 2. 허블우주망원경의 숨바꼭질

은하 중앙의 거대 블랙홀을 찾아라

허블우주망원경이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대부분 은하 중앙에 있다고 믿어지는 거대한 블랙홀을 찾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10의 거듭제곱을 이용한 간단한 수식을 이용해 현대 천문학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는 거대한 블랙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블랙홀 이론의 뿌리가 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수학적으로 꽤 복잡한 방정식으로 이뤄졌다.

Rαγ-$\frac{1}{2}$Rgαγ=$\frac{8πG }{{c}^{4}}$Tαγ
(c는 광속, G는 중력상수, 나머지는 수학기호들)

이 안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 방정식의 일부가 바로 쌍용그룹의 기업광고에 등장하는 소용돌이 그림 속에서 나타난다. 슈바르트쉴트는 위 방정식을 풀어 어떤 천체든 자전하지 않는 가운데 반지름 R(앞식의 R과는 의미가 다름)이

R=$\frac{2GM}{c²}$ (G는 중력상수, M은 천체의 질량, c는 광속)

과 같은 값을 가지도록 수축하면 블랙홀이 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 방정식 역시 광고 속에 등장한다. 이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한다. 질량이 2×${10}^{30}$kg인 우리 해의 경우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3km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해와 같은 질량을 갖는 자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반지름은 3km임을 뜻한다.

거대블랙홀 평균밀도, 물과 비슷

거대한 블랙홀들의 질량은 해의 질량보다 약 1백만(${10}^{6}$)배에서 약 10억(${10}^{9}$)배까지 더 크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즉 자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반지름은 질량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해보다 1억(${10}^{8}$)배 질량이 큰 블랙홀의 반지름은 3억(3×${10}^{8}$)km이라야 한다. 해와 지구 사이의 평균거리를 천문단위(AU)이라고 하는데, 1AU는 1억5천만(1.5×${10}^{8}$)km다. 이 블랙홀 반지름은 2AU, 즉 해와 화성 사이의 평균거리인 1.5AU보다 약간 더 크다. 따라서 “은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들은 그 크기가 대략 우리 태양계만하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거대한 블랙홀의 평균밀도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모든 물질이 가운데에 있는 특이점(singularity)에 몰려 있기 때문에 평균밀도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단순히 질량을 부피로 나누어 밀도를 정의한다면, 그 값은 믿거나 말거나 물의 평균밀도(1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해 질량의 1억배, 즉 2×${10}^{38}$kg을 반지름이 2AU인 구의 부피로 나누어 보면

$\frac{{2×{10}^{38}kg}}{\frac{3}{4}π {(3×{10}^{8}km)}^{3}}$ ≒ 1.8g/cm³

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거대한 블랙홀이 하루에 최고 20여바퀴를 자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간단히 계산해 알아보자. 해와 같은 질량을 갖는 커 블랙홀, 즉 자전하는 블랙홀은 가장 빨리 자전하는 경우 반지름이 1.5km가 된다. 즉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경우보다 반으로 줄어든다. 앞에서 예를 든 반지름 2AU짜리 블랙홀도 가장 빨리 자전하는 경우 반지름이 1AU로 줄어든다. 따라서 이 블랙홀의 가장자리가 광속(3×${10}^{5}$km/초)에 가까워지도록 자전하는 경우, 한번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반지름이 1AU인 원주의 길이를 광속으로 나누면 된다.

$\frac{2π×1×1.5×{10}^{8}km}{{3}×{{10}^{5}km/초}}$ ≒3.14×103초≒52분이 된다.

은하중심의 블랙홀

은하 중앙에 꼭꼭 숨어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벌이는 숨바꼭질에서 허블망원경이 블랙홀을 직접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랙홀 주위에는 빨려 들어가는 물질들이 만드는 유입물질 원반(accretion disk)이 강한 자기장을 띠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는 증명할 수 있다. 최근 NASA 보고서는 “허블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하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 외에도 블랙홀의 질량이 은하의 질량과 비례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즉 A라는 은하의 질량이 B라는 은하의 질량보다 2배가 크다면 A 은하 중앙에 있는 블랙홀도 B 은하 중앙에 있는 블랙홀보다 2배 더 질량이 크다는 말이다. 이 결론은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사진1)의 왼쪽 위는 해보다 1억배 무거운 블랙홀을 가진 은하 NGC3377, 오른쪽 위는 해보다 5천만배 더 무거운 블랙홀을 가진 은하 NGC3379의 허블 사진이다. 두 은하는 처녀자리에 있으며 우리로부터 약 3천2백만광년 떨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우리로부터 약 5천만광년 떨어진 NGC4486B 은하로서 해보다 5억배 더 무거운 블랙홀을 지니고 있다. 밝은 핵이 두개인 것이 이채롭다.
 

중심에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은하들.


퀘이사 비밀을 푼 블랙홀

퀘이사라는 천체는 엄청나게 밝은 은하핵이다. 퀘이사의 에너지 역시 거대한 블랙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메커니즘 중 가장 최근 이론은 러브레이스-블랜포드-즈나이예크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은 블랙홀 주위의 자기화된 유입물질원반이 약${10}^{20}$V(볼트)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전압이 걸리면서 가능해진다.

퀘이사들은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별처럼 보일 뿐 은하의 구조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허블망원경은 (사진2)처럼 퀘이사를 품고 있는 은하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가지 새로운 추측들을 더욱 신빙성있게 해 주었다.

우선 퀘이사는 나선은하, 타원은하를 가리지 않고 밝은 은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두 은하의 상호작용이 퀘이사가 빛나기 시작하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두 은하의 충돌은 블랙홀에 더 많은 물질을 쏟아부어 에너지 메커니즘들이 활발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덩치가 크지만 핵은 어두운 은하의 중앙에 '굶어 죽은' 거대한 블랙홀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호기심 자극하면서 지식 체계화

어느날 갑자기 태양이 블랙홀로 변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혹시 검게변한 태양 안으로 지구가 빨려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한번쯤 품어보는 생각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무식한 질문에 답해 주지 않는다.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과학자들 역시 '무식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티븐 호킹을 포함해 많은 과학자들은 SF물을 보면서 낄낄대고, 그 스토리에다 과학적인 해석을 붙여보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어떤 과학자는 저급한 SF물에서 과학이론의 단초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과학자로 조지 그린시타인을 들 수 있다.

그린시타인은 펄사와 블랙홀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이지만, 태양이 블랙홀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쓸 데 없는 상상을 즐겼다. 그는 누구보다도 태양이 블랙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태양이 식어 블랙홀이 된다면 태양으로부터 모든 에너지를 빌어 쓰는 지구에 어떤 결과가 미칠지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펄사ㆍ블랙홀을 찾아 떠난 과학자들의 이야기'라는 저서에서 위험하게도 태양이 블랙홀이 될 때 지구에서 벌어질 상황을 그려냈다.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듯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블랙홀을 찾아왔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중성자별로 밝혀진 펄사 이야기, 백색왜성의 조건을 알아낸 찬드라세카 이야기, 그리고 블랙홀과 관련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전개되고 있다. 과학이 사람이 만든 체계라고 한다면, 그곳에는 고민과 열정, 그리고 발견의 기쁨이 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과학은 살을 떼고, 피를 뽑아내 뼈대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습을 보려면 역시 과학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엮어 봐야 한다. 이 책에서는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블랙홀을 접한 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좀더 블랙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고싶은 사람에겐 '스티븐호킹의 새로운 블랙홀'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한마디로 블랙홀에 대한 교과서다. 또 블랙홀이 궁금할 때마다 펼쳐보는 참고서로서 훌륭한 책이다. 중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만 있으면 직접 풀어보면서 블랙홀과 관련된 과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친절한 용어설명과 그림들이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인 박석재 박사는 전공도 그렇지만 블랙홀에 관한 대중강연을 많이하는 분이다. 어려운 개념들이 쉽게 이해되는 것은 대중 경험이 바탕이 된 까닭이다. 특히 책속에 나오는 삽화들은 저자가 자신의 모습을 넣어 직접 그린 것이다.

블랙홀을 읽으면서 이 시대 최고의 과학스타이자, 블랙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스티븐 호킹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말도 못하고 걸을 수도 없는 장애자의 몸이지만, 호킹은 우주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넘나든다. 호킹의 일생과 블랙홀의 대서사시는 '슈퍼스타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과 사랑'이란 책에 담겨 있다. 특히 호킹에 대해서 이 책만큼 자세하게 서술된 책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설이라면 처음부터 읽어야 하지만, 시는 당기는 것부터 읽는 것이 편하다. 그렇다면 과학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슈처스타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과 사랑'에서는 호킹의 전기만을 단숨에 읽으려면 홀수장만 건너뛰면서 보면 된다.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상대성이론, 블랙홀, 과학사에 관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읽고 싶은 주제만 골라서 읽는 게 부담이 적다. 거슬러 올라가면 '필사ㆍ블랙홀을 찾아 떠난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읽어야 하고, '스티븐호킹의 새로운 블랙홀'은 재미있는 부분을 먼저 읽고 나중에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머릿속에 쉽게 들어온다. 이런 방식은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지식을 체계화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과학책은 이런 식으로 읽지 않으면 흥미를 잃기 쉽다.

블랙홀은 시간여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SF 드라마 '스타트렉'은 이를 국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과학과 상상은 한계를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크라우스의 '스타트렉의 물리학'은 SF과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다 보면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올해의 최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SF물(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뛰어난 과학적 치장에 속아 넘어간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SF작가들이 허무맹랑한 거짓말인 것처럼 몰아 세우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해 조언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렉의 물리학'은 매우 귀한 책이다. 천문학자 크리우스는 SF에서 나오는 시간여행을 분석함으로써, 우선 과학적 요소와 비과학적 요소를 구별해 주었다.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도달하려면 두달 보름이 걸린다. 또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멈추려면 SF에서 말하는 관성제어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연 엄청난 인공 중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들을 꼬집고 있다.

특히 크라우스는 '스타트렉의 물리학'에서 SF물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비과학적인 측면을 SF작가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동정하고 있다. 그것은 과학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애정이다. 또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푸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옥의 티'라면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것들에 대한 용어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스타트렉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크라우스의 화려한 재담으로부터 빠져나오기는 그리 쉽지 않다.(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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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천문정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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