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초정밀의 세계

첨단 측정기기 속속 등장

손발의 길이를 측정기준으로 삼았던 인류는 이제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도 ±15㎝ 이내의 오차로 밝혀내고 있다.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 크게는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기 위하여 태양계의 끝인 명왕성까지, 더 나아가서는 태양계 밖에 까지 탐색선을 보내는가 하면 작게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원자핵을 부수어 무슨 입자로 되어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이와 같이 우주탐험을 하거나 미세한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 시간이나 거리 질량 힘 전기량 등 다양한 분석요소들을 아주 정밀하고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레이더로 유도 미사일을 추적할 때 약 1백만분의 1초의 오차는 목표물로부터 3백m나 벗어나는 오차를 초래하며, 통신의 경우 요새와 같이 1회선을 여러 가입자가 사용하게 되는 시분할 방식에서는 교환기 간의 시간의 동기성이 1초에 1천억분의 1이내의 오차로 유지되지 않으면 혼선이 돼 통화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 사용되는 고집적 반도체 소자에는 2.5㎟ 넓이의 얇은 기판 속에 수만개의 집적 회로를 넣고 있으며 선폭의 굵기는 1천분의 1㎜ 이하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소자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그 얇은 회로의 굵기를 10%, 즉 1만분의 1㎜의 오차이하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초정밀측정이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밀 정확한 측정능력의 뒷받침없이는 첨단 산업기술의 발전, 나아가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한 국가의 측정능력은 곧 그 나라의 과학기술과 공업수준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을 이용하는 초정밀 측정

정밀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객관적 기준인 측정표준이 있어야 한다. 국가측정표준은 (표)에서와 같이 자연현상을 규명하는 물리법칙을 기본으로한 기초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길이의 단위인 m를 나타내려면 광속도,옥소안정화 헬륨- 네온 레이저, 광파 간섭의 원리 등을 이용해야 하며, 시간의 단위인 초(s)를 나타내려면 세슘원자시계, 수소메이저, 이온저장 원리 등을 응용해야 한다. 전압의 단위인 볼트(V)의 표준으로는 조셉슨효과를 이용한 조셉슨 전압표준기를 사용하며, 전기저항의 표준으로는 양자홀효과를 이용한 저항표준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열역학적 온도인 켈빈(K)을 나타내려면 극저온의 경우는 초전도 전이현상을 이용하게 되고 중온인 경우는 고순도 금속의 상전이현상이나 열기전력의 원리를 이용하며, 고온인 경우는 플랑크의 복사법칙을 이용하여 온도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표) 국제단위계(SI)의 단위를 현시하기 위한 기초과학의 원리


표에 나타난 각 단위가 자연현상을 나타내는 물리법칙을 기초로 정해지기까지에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측정기술의 발전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 왔다. 예를 들면 길이의 경우 모든 생산현장에서 기본적인 측정기로 사용하고 있는 마이크로미터는 나사의 가공기술이 발달함에 따하 나사를 회전시켰을 때 나사의 진행거리 (나사의 리드)가 매 회전때마다 거의 일정하게 되는 원리에서 파생됐다.

즉, 나사의 리드를 0.5㎜라 하면 나사가 1회전 할 때 0.5㎜가 이동하게 되며 이때 나사의 둘레에 등간격으로 50개의 눈금을 그어 놓으면 한 눈금 회전할 때는 0.5㎜의 1/50인 0.01㎜가 이동하게 되어 미소 길이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탄생한 마이크로미터는 1819년경 영국의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해 개발됐으며 1848년 프랑스의 파머(Palmer)에 의해 현재의 마이크로미터에 가까운 것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탄생한 정밀 측정기기들에 의해 생산제품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 수 있었으며, 생산기술의 축적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다시 더욱 정밀한 기기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그 기본이 되는 측정표준에도 더욱 더 높은 정밀정확도가 요구돼 그 정의와 원기(原器)가 바뀌게 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는 측정의 기준으로 신체의 일부 또는 곡물을 많이 사용했으며 그 중 몇개는 아직도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옛날 사람들이 측정의 기준으로 어떤 것을 사용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즈음도 자주 사용되는 인치, 피트 등은 모두 신체의 일부를 나타내고 있는 말이다. 즉 인치는 엄지손가락의 첫마디의 너비이며 피트는 발의 길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근대로 들어와 체계가 잡힌 뒤 전세계적으로 사용된 것은 역시 미터법이라 하겠다. 미터의 정의는 프랑스 혁명 후 1790년 탈레이랑(C. M. Talleyrand)이 지구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자오선 길이의 1천만분의 1을 1m로 하자고 제의한 것이 효시다. 이것이 프랑스 국민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어 1795년 놋쇠로 만들어진 미터자가 프랑스 내에서 법제화 되어 사용됐다. 그후 여러나라가 미터 단위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된 미터 원기를 여럿 제작해 그 중1개(No.6)를 1889년 제 1회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국제 미터원기로 확정했다. 이 No.6은 현재까지 파리 근교의 세브르에 있는 국제도량형국에 보존하고 있고 나머지는 각국에 분배하여 미터표준의 통일적인 적용을 모색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그 중 1개를 도입하여 1960년까지 사용했다.

그러나 이 미터 원기는 천재지변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재해나 사고를 당할 경우에는 파손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터 원기 자체의 길이가 변한다는 것이 판명됐다. 이는 마치 우리가 만원버스를 탔을 때 처음에는 제대로 서 있을 공간도 없을 것 같이 보이나 운전기사가 기술적으로 운전하여 버스가 몇번 흔들리면 모두 제 자리를 잡고 서 있을 수 있으며 다음 정거장에서는 몇명의 승객을 더 태울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처럼 원기내의 분자들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제자리를 잡게 돼 전체적인 길이가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사형 터널링 전자현미경(STM)의개략도
 

길이 측정의 발달과정

측정에 의하면 원기의 변화량은 대략 1m에 대해 0.2㎛ 정도인데 근래 과학 및 공업기술의 발달로 공업용 제품에서 그 정도의 오차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 됐다. 따라서 1960년 제 11차 도량형총회에서는 기존의 미터원기를 폐지하고, 항상 재현이 가능하며 변하지 않는 자연현상 중에서 그 길이가 매우 일정한 빛의 파장을 기초로 미터를 다시 정의하게 됐다. 즉 당시에 파장의 일정함이 가장 우수한 빛으로 알려진 크립톤(Kr-86)램프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의 1650763.73배를 1미터로 정의한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그 오차가 1m를 측정할 때 0.02㎛이하여서 종래의 미터원기보다 10배이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빛을 이용해 길이를 측정할 때는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하는데 크립톤 램프의 경우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길이가 80㎝ 정도에 불과해 긴 길이 측정에는 부적당하고 또 스펙트럼선의 모양이 비대칭이어서 1960년경부터 출현한 레이저광선보다는 여러가지면에서 불리했다.

따라서 1983년 10월 제17차 도량형총회에서는 미터의 정의를 바꾸어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다" 로 정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정의는 대표적인 자연상수인 빛의 속도를 299,792,458m/초로 정하고, 빛(전자파)의 경우 항상 성립되는 '속도=주파수×파장'의 관계식을 이용, 빛의 주파수를 측정하여 파장을 결정한 후 이 파장을 길이 측정의 기본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파수는 현대 과학기술로서는 가장 정확(오차 ${10}^{-13}$)하게 측정할 수 있는 양이므로 이와 같이 속도를 일정한 값으로 정의함으로써 파장을 주파수와 같은 정확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길이 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안정돼 있고 간섭거리가 긴 가시광선이 적당하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는 현재 레이저 광선이 가장 바람직하다. 1960년부터 출현한 레이저는 이제 과학기술 산업 의학 군사 등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측정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됐다.

첨단측정기기의 출현

오늘날에는 측정기기들도 극도로 발전하여 원자 하나하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주사(走査)형 터널링 전자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과 모든 화합물을 원자상태로 만들어서 그 원자의 종류와 갯수를 분석(오차:${10}^{-12}$이하)할 수 있는 플라즈마 질량 분석기(ICPMS)등 첨단 측정기기들이 출현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밀 측정기기의 몇가지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레이저 길이 측정기(Laser Length Measuring System)

레이저를 이용한 길이 측정은 측정하려는 거리에 따라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수백만 ㎞까지 또는 그 이상을 측정할 때는 광학적 레이더(Optical Radar)나 선속변조(Beam Modulation)방법을 사용하며 1백 m 정도까지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때는 간섭무늬 측정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장거리 측정에 사용되는 선속변조 방식의 대표적 예로는 1969년 아폴로 우주선11호가 달 표면에 1백개의 반사경을 놓고 온 후 지구상에서 루비레이저를 사용하여 달까지의 거리 149,600,000㎞를 ±15㎝이내의 오차로 측정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한편 단거리 측정에 많이 사용되는 측정기로는 산업현장은 물론 측정 전문기관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레이저 간섭기가 있다. P141의 사진은 시판되고 있는 정밀측정용 레이저 간섭기. 이 레이저 간섭기로는 1m를 0.01㎛이하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으며 각도, 평면도 등도 측정할 수 있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 간섭기^선속변조방식으로 달과 지구사이의 거리도 밝혀낸다.


■주사형 터널링 전자 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관찰하려는 대상 표면의 원자 모양을 볼 수 있는 STM은 1981년 IBM 취리히 연구소의 비닉(Binnig)등이 개발, 실용화했으며 이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현미경은 두 도체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도체 사이에 접촉이 없어도 간격이 아주 좁아질때 (1백만분의 1㎜이하)음극쪽의 도체에서 전자가 튀어나와 다른 양극쪽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장치는 하나하나를 구별하여 볼 수 있을 만큼 배율과 분해능이 매우 우수한 현미경으로 반도체는 물론 유전공학에서의 DNA 구조 해석 등 모든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P 140의 사진은 시판되고 있는 STM의 개략도와 이 STM으로 찍은 규소(Si)표면사진으로 사진의 둥글고 흰 것이 규소(Si)원자다.
 

STM으로 찍은 규소(Si)표면의 원자들


■3차원 측정기(Coordinated Measuring Machine)
3차원 좌표측정기는 측정 테이블 위에 놓여진 측정물의 측정점에 프루브(prove)를 닿게 하여 이 점의 x y z 좌표를 검출하고 그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길이 및 형상을 계산하는 매우 유용한 기계다. 10여년전만해도 기계부품의 치수측정은 수평을 유지한 정반위에서 게이지블록 하이트게이지 정밀마이크로미터 등을 이용하여 수동으로 측정했는데 3차원측정기의 개발로 이와같은 측정의 복잡성을 해소했을 뿐 아니라 정량화가 어려웠던 대상물에 대해 다양한 측정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생산공정에서 자동화가 급격히 진전됨에 따라 CAD/CAM이 급격히 보급됐고 검사공정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생산제품이 제 규격대로 만들어졌는가의 판단에 만족하지 않고 검사결과를 설계나 가공공정으로 피드백해 수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3차원 측정기와 CAD/CAM을 연결하여 통합계측설계가공시스템을 완성하려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3차원 측정기중에는 3차원의 형상을 0.2㎛ 이하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다수다.

■유도 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기(ICP-MS:Inductively Coupled Plasma-Mass Spectrometry)

ICP-MS는 27 MHz라디오파(RF)에 의해 생성되는 아르곤 플라즈마 (ICP)속에 화합물을 분사시켜서 이때 열분해로 얻어지는 이온화된 원자의 종류와 양을 질량 분석기(MS)를 이용하여 측정하는 분석방법이다.

이 방법은 온도가 약1만도까지 올라가는 플라즈마 내에서는 모든 화합물이 원자로 분해되고 이 원자들이 다시 이온화되는 플라즈마 기술 (ICP)과, 이온화된 원자들을 그 질량에 따라 펨토 몰(${10}^{-15}$mol)까지 검출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술(Mass Spectrometry)을 접합시킨 것으로 화합물이나 동위원소를 1ℓ 속에 1백만분의 1 g 섞여 있는 것도 가려낼 수 있을 만큼 높은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

앞에 몇가지 예를 든 바와 같이 측정기기들의 능력은 현재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멀지않은 장래에 측정의 한계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까지 도달하는 기기들이 출현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와같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측정기기라 할지라도 그 근본이 되는 어떤 기준(즉 측정의 표준)에 맞지 않는다면 엉뚱한 측정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대를 생산하기 위해 수만개의 부품을 여러 하청업체가 분담, 생산한 후 조립하게 되는데 이때 각 하청업체에서 사용하는 정밀 측정기기들이 한개의 표준에 비교되어 일치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자(尺)로 각각의 부품을 만드는 결과가 되어 호환성이 없어 제대로 조립이 안될 것이다.

또한 심오한 과학기술의 실험에서 얻어진 데이터도 그 데이터를 얻은 측정기가 표준에 일치하지 않는 것이면 믿을 수 없는 데이터가 되어버린다. 이와 같이 모든 측정의 기준이 되는 측정표준은 일상생활은 물론 생산기술, 과학기술 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 기준을 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에는 세계가 일일생활권에 근접하고 있고 국제간의 상품 교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므로 각 국가의 표준은 국제표준에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은 초정밀 세계로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2000년대에는 세계 7위권의 기술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만큼 초정밀 측정 및 초정밀 가공기술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3차원 측정기


양자홀 효과 특수반도체 소자에서 홀(hall) 저항이 극저온, 고자장하에서 양자화 되어 자장의 세기에 관계없이 일정한 저항을 나타내는 현상

선속변조 레이저빛을 일정한 주기로 진폭, 즉 빛의 세기를 변화시키는 것

간섭현상 주파수가 같은 두 빛이 혼합되었을 때 서로 작용하여 혼합된 빛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현상

게이지블록 사각봉이나 원형봉의 양 단면을 평행하고 일정한 길이로 가공한 것으로 길이측정의 표준물로 사용된다.

하이트게이지 직각자에 일정한 간격의 눈금이 새겨 있어 정반위에서 가공물의 높이를 측정하거나 금긋기에 사용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정명세 선임연구부장

🎓️ 진로 추천

  • 물리학
  • 전기공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