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 뛰는 것과 걷는 것 중 어느 쪽이 비를 덜 맞는가” 하는 의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심찮게 회자된 화제. ‘뛰는 것과 걷는 것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영국에서의 연구결과를 뒤엎는 연구결과를 최근 미국학자들이 내놓았다.
1995년 영국 레딩대학의 벨처박사팀은 비가 올 경우 얼마만큼 머리 위로 비가 떨어지는지를 연구했다. 물론 가만히 서있으면 비를 가장 많이 맞는다. 그러나 레딩대학연구팀은 3m/초(평균 걸음속도) 이상 빨리 달려도 비를 덜 맞는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발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미국립기상센터의 피터슨과 월리스박사는 레딩대학의 연구가 틀렸다는 감을 잡았다. 그들은 레딩대학팀의 평균 걸음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을 알아내고, 걸음속도를 1.5m/초로, 뛰는 속도를 4m/초로 잡아 다시 계산했다.
계산결과 이슬비를 맞으며 1백m를 가는 경우, 걷는 사람이 뛰는 사람보다 16%나 비를 많이 맞는다. 비가 많이 올 때는 걷는 사람이 23% 더 맞는다. 몸을 수그리고 가는 경우에는 앞쪽은 덜 젖지만 등쪽으로 비를 더 많이 맞기 때문에 걷는 사람은 뛰는 사람보다 36%나 비를 더 맞았다.
“만약 이 모델을 입증하기 위해 8천만달러짜리 위성이 필요하다면 누가 이런 연구를 하겠어요. 저렴한 쪽으로 실험을 해야죠”라는 피터슨의 지론에 따라 월리스와 피터슨은 직접 빗속으로 나섰다.
둘의 체격이 비슷한 관계로 똑같은 옷을 입고 1백m를 한쪽은 걷고 한쪽은 뛴 것이다. 실험을 하기 전과 한 후 옷의 무게를 재봤는데, 걸은 쪽은 2백20g, 뛴 쪽은 1백30g의 물이 나왔다.
한편 벨처박사는 “재미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걷는 속도를 정할 때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면서 “우리의 연구결과와 피터슨과 월리스의 연구결과는 비슷하다”고 강조하고 “피터슨과 월리스의 실험으로 우리의 모델이 정량적인 일치를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산이 있지 않은가. 이 질문에 월리스 박사는 "우산을 가지고 뛰는 것은 공기역학적 이유로 당신에게 나쁜 영향을 비칩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