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천문대 연구원들과 아마추어천문가들로 구성된 28명의 몽골(몽고) 개기일식 원정대는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향해 떠났다. 몽골은 -20℃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기일식이 가장 잘 보일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전세계에서 수많은 개기일식 마니아들이 모여들었다. 일본인만 2천명이 넘었다.
8일 새벽 울란바토르 시내 위로 떠오른 헤일-밥혜성은 긴 여로 속에도 불구하고 잠을 설치며 기다린 관측자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다음날 아침 멋진 자태를 드러낸 헤일-밥혜성과 개기일식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생각은 더욱 가슴을 뛰게 했다. 우리는 좀더 개기일식과 헤일-밥혜성을 잘 보기 위해 울란바토르 북쪽에 위치한 다르한이란 곳까지 찾아갔다. 그날 밤 우리들은 몽골인들이 거주하는 집(‘게르’라고 부름)에서 잠을 청했다.
9일 새벽 눈을 뜨자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전날 아름답게 빛나던 별들은 자취를 감추고 차거운 눈발만 날리고 있었다. 이역만리까지 찾아온 보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여명이 밝아왔지만 여전히 눈발이 개지 않고 태양은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비를 설치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8시 30분경 개기일식이 50% 정도 진행된 모습이 언뜻 구름사이로 내비쳤다. 그러자 관측자들은 대포같은 망원경을 일제히 태양을 향해 조준했다. 그러나 눈발이 앞을 가렸다. 8시 48분경 1차 다이아몬드 링이 두터운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곧바로 개기일식이 있었지만 어렴풋이 코로나만 보일 뿐이었다. 개기일식은 물론,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헤일-밥혜성과 행성들조차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볼 수 있는 3백60도 노을도 볼 수 없었다. 다만 어둠이 짙게 깔려 개기일식이 있구나 하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일본 NHK 촬영팀은 새벽에 눈발이 날리자 일찌감치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갔다. 그때 찍은 개기일식 장면은 몽골과 일본에서 TV 전파를 타고 보도됐다. 1인당 러시아비행기는 8백달러, 747 비행기는 2천달러만 내면 비행기 위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지만, 돈 많은 일본인이 아니고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개기일식은 허망하게 진행됐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지만 성과는 없었다. 2분25초 동안의 개기일식은 그렇게 끝났다. 우리들은 내년 2월 26일 일어날 예정인 파나마 개기일식에 기대를 걸면서 장비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