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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밥상 vs 재앙의 밥상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삼대에 걸쳐 후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까. 이 말은 할머니 때문에 손녀가 암에 걸리고, 할아버지 때문에 손자가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우리가 잘못 먹은 음식이 당대의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유전체의 신비한 기억을 통해 자손 대대로 가혹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중략 …



그런데 지금 우리의 밥상은 어떤가. 어디서 자랐는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재료에 농약과 화학비료로 뒤덮인 채소, 식품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가공식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유전자 조작 식품 (GMO), 좁은 공간에 갇혀 키운 가축에서 얻은 육류 등이다. … 후략 …



SBS스페셜 ‘생명의 선택’을 제작했던 저자는 삼대의 운명을 바꿀 생명의 밥상을 기대한다며 위와 같은 글로 책을 시작했다. 그는 과학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통해 좋은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3부작 다큐멘터리,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다음 천년을 위한 약속’, ‘페어푸드, 도시에 실현되다’를 만들었다. 세계 20여 개국의 전문가 100여 명을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저자는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고자 이 책을 썼다.



건조한 기후 탓에 채소가 자라지 않아 밀가루로 만든 음식만 먹는 중국 산시성 사람들은 대대로 엽산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곳의 어린이들은 때때로 뇌가 없거나 손가락이 11개인 기형을 안고 태어났다. 반대로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의 피마 인디언은 너무 잘 먹어서 탈이다. 수십 년 전부터 밀가루, 옥수수가루, 버터, 치즈, 라드 같은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밀려들어오면서 성인병이 부쩍 늘었다. 아버지, 오빠, 동생, 자식에 걸쳐 3대가 당뇨에 시달리는 집도 있다.



오래 전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에게 없었던 당뇨와 암, 심장병이 왜 지금은 흔한 질환이 돼버렸을까. 피마 인디언의 사례는 동일한 유전자를 타고나도 음식이 바뀌면 건강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생생하게 뒷받침한다. 문제는 성인보다 어린이들에게서 더 빨리,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부모 세대의 잘못된 식습관이 후손들에게 이어져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의 식문화를 관찰한 결과 아시아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서구 문화를 따르는 탓에 성인병이 부쩍 늘었다”고 주장한다. 맛과 배부름을 얻은 대신 건강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음식, ‘스트레스가 가득한’ 음식(항생제를 먹고 자란 가축의 고기, 농약에 젖은 채소), 유전자 조작 식품 등이 많아지면 그만큼 우리 식습관이 달라질 것이며, 우리와 후대의 건강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거나 마천루의 옥상처럼 도시 한복판에서도 작은 농장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맛있는 음식, 배부른 음식만 찾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생명이 되는 먹을거리’와 ‘재앙이 되는 먹을거리’ 가운데 어떤 밥상을 선택하고 있을까. 후손의 건강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몸길이 약 6.5mm, 타원형에 납작한 몸통을 가졌으며 날개는 없다. 다리는 여섯 개, 커다란 더듬이와 턱뼈를 가졌다.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를 사람의 몸에 찔러 넣고 배가 빵빵하게 부를 때까지 피를 빨아 먹는다. 다행히(?) 이 주둥이는 가장 가느다란 주사 바늘보다 100배는 가늘어서 하루에 서너번씩 찔러대도 아무 느낌이 없다. 이 조그맣고 귀찮은 흡혈귀는 바로 빈대(Cimex lectularius)다.



이 책은 우리와 한 집(또는 한 몸)에 사는 귀찮은 가족에 대한 은밀한 에세이다. 빈대와 집먼지진드기, 옴진드기, 서양좀벌레, 파리, 바퀴벌레, 벼룩등 이름만 들어도 온몸이 간질간질해지는 작은 악마들이 모두 모였다. 집먼지진드기가 죽은 피부(각질)를 먹어치워 우리 주변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즐겁게 읽다가도, 귀퉁이에 나와 있는 현미경 사진을 보면 입고 있던 옷이 갑자기 더럽게 느껴진다. 크기가 아주 작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베개마다 집먼지진드기가 10만~1000만 마리씩 살고 있다는 글을 읽고 나니 오늘 밤부터 무엇을 베고 자야 하나 걱정도 든다. 지금 누가 나에게 ‘빈대 붙어 살고 있는지’ 궁금한가. 여기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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