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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명을 구해주는 튜닝의 법칙

'멋있는 차'와 '안전한 차'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외관에 치중한 요즘의 자동차 개조 열풍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튜닝,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요란스럽게 치장을 한 신세대 튜닝카. 각종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충돌사고를 당할 때 치명적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거리에 나서면 색상이나 모양을 독특하게 치장한 개성 강한 자동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젊은층에 급속히 불고 있는 튜닝카(tuning car) 붐 탓이다. 피아노와 같은 악기의 조율을 뜻하는 튜닝이란 용어는 자동차에서 본래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엔진을 조정해주는 것을 말했다. 최근에는 원래보다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올린다’는 의미의 ‘up’을 붙인 튠업(tune-up)이란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튜닝의 대상은 에어 스포일러나 선루프 등 외관에서부터 엔진을 통째로 바꾸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제대로 튜닝을 하면 성능 향상은 물론, 자신만의 특별한 차를 가질 수 있는 등 장점도 많다.

하지만 섣부르게 유행만 따르다가는 금전적 손해는 차치하고라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 자동차란 고도의 첨단기술의 집합물로 어느 한부분이 조금만 잘못돼도 바로 사용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튜닝의 원칙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튜닝한 대부분의 차를 보면 이런 원칙은 완전히 무시된 듯하다. 이를 테면 머플러를 바꾼 차를 보면 배기량은 1천5백cc인데 머플러는 가격만 40-50만원하는 5천cc용을 달고 다닌다. 이런 차는 요란한 배기음을 내는데, 이 소리가 마치 “나 돈 많이 들였어요. 한번 봐주세요”로 들린다. 바퀴가 차체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이른바 ‘마이너스 휠’을 장착한 차도 마찬가지. 이런 차는 고속도로 주행시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 일쑤여서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참을수 없는 튜닝의 유혹

PC통신 게시판에 올라 있는 튜닝 자랑을 하나 살펴보자.

“내차(현대 뉴그랜저)의 튜닝 내역입니다. 선루프 1백40만원, 이태리제 타이어 1백30만원, 차외관 투톤 도색 28만원, 이태리제 핸들 56만원, 쇼크업소버 75만원, 경주용 머플러 38만원, 메탈디스크 40만원, 일본제 오디오 3백만원…”

어지간한 소형차 한대 가격이 들어간 이 차량의 개조는 현행법상으로 모두 불법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시판차량에 안개등 하나를 달기 위해서도 당국에서 구조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형식승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메이커는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자동차 정면충돌 등 38종의 시험을 통과한 차량만을 판매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시판 이후에 자동차의 구조를 변경하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불법 개조를 막기 위한 것이다.

형식 승인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단지 시판차량을 정기적으로 수거해 이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리콜이나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다. 일종의 사후형식승인제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자신의 차를 튜닝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튜닝만 전문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이 활성화돼 있다. 일본도 작년부터 튜닝에 관한 법규정이 완화돼 튜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튜닝카만 출품하는 자동차 전시회인 도쿄 오토쇼에는 무려 2백28개 업체가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신규 모델만 해도 한해 2백여종이나 쏟아져나오는 미국이나, 내수시장에 있어 세계 2위인 일본에서 조차 자신의 차를 독특하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많은데, 하물며 신규로 발표되는 모델이 몇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튜닝의 유혹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금세기 초부터 자동차산업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발전해온 것과 달리 우리는 30년이 약간 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축적된 기술 또한 미미하다.

위에서 예를 든 뉴그랜저 튜닝의 경우를 보면 한마디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뉴그랜저의 운전석에는 에어백이 갖추어져 있다. 이를 모양만 생각해서 지름이 작은 핸들로 바꾼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안전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고급 세단으로 부드러운 현가장치를 갖추어야 제격인 그랜저에 수십만원을 들여 딱딱한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를 장착한 것도 문제다. 더구나 자동변속기차량에 수동변속기에 쓰이는 메탈디스크라니! 수동변속기 차량에만 장착되는 디스크 삼발이를 자동변속기 차량에 어떻게 달 수 있었는지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카센터업자에게 호되게 바가지를 쓴 것이 틀림없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차를 갖고자 엄청난 돈을 지출하며 온갖 개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랜저의 장점을 다 포기했다. 레이싱 머플러에서 나오는 붕붕거리는 소음만 내며 거리를 달리고 있을 것을 상상하면 오히려 측은하기까지 하다.

막을 수 없다면 양성화 해야

사실 시판차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 승용차의 엔진룸과 승객실(cabin)사이에 흡음제를 붙이면 소음을 많이 줄일 수 있는데, 2-3만원만 들이면 되는 이 장치를 메이커들은 외면하고 있다. 또한 시판차량들은 연비를 고려해 실제 낼 수 있는 것보다 낮게 엔진출력을 조정해 시판한다. 이는 기름값이 더 들더라도 좀 더 출력 좋은 차를 얻고 싶은 소비자들에겐 불만사항이다. 이런 경우라면 얼마든지 튜닝이 가능하다.

하지만 튜닝을 하면 얻는 것이 있듯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무턱대고 유행을 따라서 하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 차량 소유자들이 즐겨 손대는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머플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튜닝 분야는 머플러다. 마치 구멍난 머플러처럼 시끄럽게 질주하는 차들은 적어도 10여만원에서 수십만원하는 머플러 튜닝을 한 차들이다. 차량의 출력에서 배기관 및 머플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배기계통만 잘 조정해주면 1백마력짜리 동일한 엔진에서 30마력을 더 얻을 수 있다.

많은 경우 맨 뒤의 머플러만 교환해 주는데, 이것은 출력향상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렁찬 배기음에 기분만 날 뿐이다. 배기관과 머플러는 전체의 길이가 짧고 지름이 크면 순간 가속력이 좋아져 고속에서 유리하다. 반대로 길이가 길고 지름이 작으면 저속에서 토크와 출력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큰 배기관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엔진이 힘을 발휘하려면 기화된 연료를 흡입하기 위한 적정 배기압이 생겨야 하며, 이것이 중간에 와류가 생기지 않고 매끈하게 빠져나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배기관 중간의 삼원촉매기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다. 백금을 입힌 벌집모양의 알루미나로 유독 질소화합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촉매기를 떼어내면 배기흐름이 원활해져 출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차 엔진출력을 조금 높이기 위해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또한 이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녹이 슬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테인리스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름대로 스테인리스는 녹이 슬지 않지만 배기관에 사용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스테인리스는 0℃에서 80℃까지 온도 변화가 자주 반복되는 상황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머플러를 장착하면 소리만 커지고 출력 향상 없이 연료 소모도 많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타이어와 휠

많은 사람들이 편평비가 낮고 전체 지름이 큰 광폭 타이어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광폭타이어는 접지면적이 넓어져 제동력과 코너를 돌 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넓어진 접지면적 만큼 비나 눈길에서 미끌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연비가 나빠진다.

대부분은 타이어를 인치업(inch-up : 큰 크기의 것으로 바꿈)할 때 휠도 함께 교환한다. 이때 휠이 기준보다 크면 차 안쪽에 타이어가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휠에 얇은 금속판을 대고 장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바퀴 정렬이 맞지 않아 주행 안정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휠볼트가 끝까지 잠궈지지 않아 바퀴가 빠질 염려가 있다. 차에 지나치게 큰 타이어나 마이너스 휠을 끼우면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휠베어링의 피로도가 높아져 쉽게 마모된다.

쇼크업소버와 스프링

고급형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국산 승용차의 쇼크업소버는 유압식이다. 쇼크업소버는 스프링과 함께 자동차의 상하진동을 흡수해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압식보다는 가스식이 상하 진폭을 빠른 시간 내에 경감시켜준다.

이 부분의 튜닝은 외국제품을 그대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원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승차감이 나빠진다. 가스식 쇼크업소버 수입업자들 중에는 국산차의 제원과 다른 제품을 수입해 파이프를 잘라 크기를 맞춘 뒤 주먹구구식으로 파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품을 끼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댑터와 쇼크업소버 사이가 벌어져 소음이 나거나 쇼크업소버가 터져버릴 수 있다.

쇼크업소버와 함께 스프링도 교환해주는 경우가 많다. 보통 승용차 스프링의 진동수는 60-1백20사이클 사이다. 이보다 낮은 45사이클 이하에서는 진동이 뇌에 전달,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멀미가 나기 쉽다. 또 1백20 이상에서는 딱딱한 느낌을 받는다. 이상적인 진동수를 갖는 스프링의 탄성은 2.5-3.0kg/mm 정도다.

스프링과 쇼크업소버의 탄성이 높으면 노면의 충격 등으로 생긴 진동을 빠르게 잡아주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면 심하게 통통 튀게 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스프링과 쇼크업소버를 교환하면 바퀴정렬을 다시 해야 한다. 만일 정렬을 하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면 장기적으로 타이어의 편마모가 발생하고 핸들이 한쪽으로 쏠려 결국 정상적인 운행이 힘들어진다.

쇼크업소버가 차체의 상하진동을 흡수하는 것처럼 옆 진동은 스테빌라이저(stabilizer)란 장치가 막는다. 자동차는 코너를 돌 때 원심력 때문에 차체의 기울기가 증가한다. 이 때 스테빌라이저를 장착하면 차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좌우의 바퀴가 동시에 상하운동을 할 때에는 작용하지 못하지만, 따로 움직일 때 기울기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승용차에는 차체 아래에 이러한 스테빌라이저가 달려있다.

ECU

자동차에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는 컴퓨터가 한대씩 달려 있다. 여기에 운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이 프로그램화된 롬(ROM)이 들어 있다. 엔진회전수가 한도치 이상 올라갔을 대 엔진 시동을 꺼주거나,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도록 연료량을 조절해주는 일 등을 롬이 한다. 시중에 나오는 튜닝 롬은 시판차의 롬을 읽어 연료량 등을 재조정한 것들이다. 시판차보다는 출력향상이 될 수 있지만 연비나 내구성 등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시트

예전에는 푹신푹신한 소파와 같은 시트가 인기를 끌었지만 쉽게 미끌어져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요즘은 인기가 시들한 편. 반대로 버킷타입의 시트들이 새로 출시되는 승용차들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운전자의 상체 양 옆이 튀어나온 버킷(bucket)시트는 몸을 감싸주기 때문에 급회전을 할 때도 운전자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아 안전운전을 보장한다.

자기 차를 개성있게 꾸미려는 사람들 중에는 많게는 1백만원대의 시트를 장착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용품점에 가면 항공기시트제작회사로 유명한 르까로를 비롯해 외국 유명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면 안전성이 증가한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착방법은 출고 때 나온 기존시트의 레일 위에 새 시트를 접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트가 잘못 장착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해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국내 중형차를 대상으로 자동차충돌 테스트를 했다. 이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동차의 시험결과는 무효가 됐다. 이유는 운전석을 고정시켜주는 리벳 하나가 충돌 순간 빠졌기 때문이다.

운전석이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의 부상 정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측의 설명이었다. 아무리 좋은 시트를 장착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고정을 시켜주지 않으면 오히려 흉기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어디를 어떻게 튜닝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심지어 튜닝을 해주는 입장에서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에는 자동차회사들이 시판차를 내놓은 다음 튜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회사에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혼다의 무겐, 토요타의 탐스 스피드, 마즈다의 마즈다 스피드, 닛산의 니스모들이 그런 회사들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엄격한 품질관리하에 생산된 제품을 찾아 장착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신만을 위한 차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이 이런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불법개조로 인한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토크(torque)

끌어당기는 힘. 단위는 kgㆍm를 쓴다 예를들어 1분당 1회전 할 때 1kg의 힘으로 1m를 돌렸다면 1kgㆍm/rpm이 된다. 토크가 크면 가속력이 좋아진다.
 

199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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