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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고의 우주쇼

개기일식과 헤일-밥혜성의 랑데부

3월 9일에는 금세기 최고의 천문쇼가 펼쳐진다. 이날은 개기일식과 대혜성 헤일-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가장 멋진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일식관측법을 배우면서 천문축제를 준비해보자.

오랜만에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항상 동그란 원을 그리며 떠있는 태양이 이날에는 초승달 모양으로 온 세상을 비춘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 일식은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두려움보다는 흥미의 대상이다.

일식이 매달 일어나지 않는 까닭

지구에서 바라보면 우주 저너머로 태양이 보인다. 보통 때에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일직선 상에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때로는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끼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이 가려지는데, 이것이 바로 일식이다.
흥미롭게도 지구에서 보는 태양과 달의 겉보기지름(시지경)은 약 0.5도로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고 항상 그 크기가 일정한 것은 아니다. 지구에 조금 가까우면 커 보이고 멀어지면 좀더 작아 보인다. 그래서 일식의 형태도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지구에서 볼 때 달의 크기가 태양보다 크면 태양을 모두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반면 태양의 크기가 달보다 더 크면 태양의 중앙부분만을 달이 가리고 가장자리는 반지모양으로 남는다. 이처럼 반지모양으로 가리워지는 것을 금환일식이라 한다. 부분일식은 태양의 일부만 가려지는 현상이다.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이 일어나는 지구상의 영역은 매우 좁다. 이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는 동일시각에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한달에 한번씩 달이 지구를 돌고 있으므로 일식이 매달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달의 공전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에 비해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식이 일어나려면 달궤도와 지구궤도가 교차하는 두지점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을 때 뿐이다. 그래서 일식은 수년에 한번씩 일어난다.
 

(그림)개기일식과 금환일식^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있을 때 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지역에서 개기일식(또는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그 바깥쪽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3월 9일은 일식축제
 

(표1)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식


3월 9일 추운 동토의 나라 시베리아와 몽고 지역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 북쪽에 위치한 도시 타반에서는 이날 7시 40분에 태양이 떠오르고 이때부터 약 8분 뒤부터 일식이 시작된다. 이때의 기온은 영하 15℃ 이하. 우리나라에서는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지만 이곳은 아직도 추운 겨울 날씨다. 그나마 떠있는 태양마저 점차 가리워져 사라지므로 추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평선 부근에 떠있는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는 8시 50분경. 약 2분 24초 동안 하늘에는 검은 태양만이 빛난다. 푸르스름한 빛깔로 약간 어둑해지는 하늘에 직녀별이 밝게 빛나는 모습은 평생 한번 보기 힘든 장관이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그 옆에 있다. 0등급 밝기의 대혜성 헤일-밥이 모습을 나타내 ‘대혜성과 개기일식의 만남’이라는 금세기 최초의 대장관이 펼쳐진다. 태양이 사라지면 헤일-밥혜성은 백조자리 옆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래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황량한 동토는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벌써부터 북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문대 연구원과 열성 아마추어천문가들이 영하 15℃ 이하의 몽고로 떠났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 9일 몽고 개기일식의 여파로 태양의 일부가 가리워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식을 살펴보면 이번 일식이 얼마나 장관일지를 상상해볼 수 있다(표1). 여기서 식분이란 태양이 가리워진 정도를 나타내며, 수치가 높을수록 많이 가렸음을 뜻한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번 일식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식 중 태양을 가장 많이 가린다. 즉 그만큼 중요도가 높고 드문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을 볼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바로 2035년이다. 그때는 평양, 원산을 잇는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만일 그전에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평양으로 일식을 구경하러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림3)3월9일 일식이 일어나는 곳^개기일식이 일어나는 곳에 가까이갈수록 부분일식도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쪽일수록 태양이 더 많이 가리워진다.


3월 9일 우리나라 부분일식은 해가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돼 정오가 되기 전에 끝난다. (표2)는 우리나라의 일식시간이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일식이 시작되는 시각은 8시 40분경, 일식이 끝나는 시각은 11시 경이다. 태양이 가장 많이 가리워지는 시각은 9시 50분경이다. 우리나라는 그 지역이 넓지 않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다.

이때 태양이 위치한 방향은 남동쪽이다. 그러므로 남동쪽 하늘이 트인 곳이라면 어느곳에서나 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또 일식이 시작될 때 태양고도는 30도가 넘으므로(서울에서 38도) 굳이 많이 트인 장소가 필요하지도 않다.
 

(표2)우리나라 장소별 일식 진행 시각


일식 관측법

맨눈으로 보려면

일식이 진행되는 모습은 맨눈으로도 잘 보인다. 그러므로 굳이 망원경이 필요하지 않다. 처음 일식이 시작되는 시기와 끝나는 시기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태양을 볼 수 없지만, 일식이 한창 진행되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눈이 부시지 않는다. 하지만 밝은 태양을 무턱대고 직접 맨눈으로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맨눈으로 태양을 관측하려면 태양빛을 약화시키는 필터가 필요하다. 불에 그을린 유리조각이나 검게 노광된 필름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많은 쓰는 방법이다. 검은 필름조각을 잘라 눈앞에 대고 쳐다보면 태양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구할 수 있다면 일식관측을 위한 안경(눈 부위에 필터가 붙여져 있다)을 쓰는 것이 편리하다. 또 짙은 색상의 아크릴판이나 용접필터(#14번) 등을 이용해도 태양을 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 투영시키는 방법

망원경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비싼 망원경을 이런 절호의 기회에 활용하지 못한다면 망원경에 들인 돈이 아까워진다. 망원경으로 태양을 관측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태양의 관측은 몹시 힘들고 위험하다. 뜨겁고 밝은 태양빛은 자칫하면 관측자의 눈을 멀게 만들다. 설사 실명하지 않더라도 눈을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대단한 주의가 필요한다.

태양관측의 기본은 투영법이다. 일반적으로 별을 볼 때에는 파인더로 먼저 겨눈 다음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태양을 겨눌 때는 다르다. 작은 파인더이지만 태양을 직접 들여다보면 눈을 다치기 때문에 파인더의 앞쪽을 캡으로 씌워 가린다. 적당한 캡이 없다면 종이로라도 막는다.

그 다음에는 주경의 경통 일부를 가린다. 주경을 전부 쓰게 되면 태양 빛이 너무 과다하게 모여 아이피스가 깨질 위험이 있다. 보통의 경우 망원경의 경통 캡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다. 이런 캡이 있는 망원경이라면 캡을 끼운 상태에서 관측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캡이 없다면 지름 50mm 정도로 구멍을 뚫어 주경을 가리거나 종이를 앞에 대어 경통의 반을 가린다.
파인더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태양을 겨눌까.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대략 겨누어보면 그림자가 생길 것이다. 긴 경통의 그림자가 가장 짧아질 때가 바로 경통이 태양을 향하게 되는 순간이다.

투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피스는 가급적 저급이 안전하다. 보통 호이겐스나 람스덴식이 해당한다. 렌즈군이 많은 고급 아이피스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태양이 겨누어지면 아이피스에 밝은 점이 맺힌다. 바로 태양이다. 이때 반드시 주의할 것은 절대 아이피스를 들여다보면 안된다는 점이다. 아이피스에서 20cm 정도 떨어진 곳에 흰종이를 대어 스크린으로 활용해야 한다. 잘보면 흰종이에 태양이 투영돼 나타난다. 초점이 맞지 않으면 접안부 초점조절장치를 조정해 초점을 맞춘다. 태양의 외곽이 선명하게 나타나면 초점이 맞은 것이다.

태양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흰종이(스크린)를 아이피스에서 좀더 멀리 위치시킨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태양은 커진다. 태양의 크기는 약 10cm 정도가 관측하기 편리하다.

일식이 진행되면 시각에 따라 태양의 일그러진 모습을 스케치한다. 이 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태양투영판이란 것이 망원경 부속으로 딸려 있는 경우도 있다. 태양투영판이 있으면 투영판 앞에 종이를 붙이고 태양을 그리면 된다. 태양은 약 10분 간격으로 그린다. 그리고 태양을 그린 다음에는 반드시 추적장치를 끄고 태양이 움직인 방향을 표시한다. 태양이 흘러가는 방향이 서쪽이다. 이 방향 표시가 있어야 나중에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스케치가 끝나면 10여장의 기록이 남을 것이다. 이것의 방향을 일치시켜 보면 일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태양의 지름에 대해 가리워진 정도를 자로 재어 계산해보면 각 시각별 식분을 알아낼 수 있다.

망원경을 사용할 경우 주의할 점이 또 있다. 장시간 태양쪽으로 향할 경우 태양열 때문에 아이피스 등이 깨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2분 동안 태양을 관측한 다음에는 5분 정도 다른 방향으로 망원경을 돌려 모인 열을 식히는 것이 좋다.

망원경으로 직접 보는 법

망원경으로 태양을 직접보는 일은 모르면 위험하지만 알면 위험하지 않다.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태양의 빛을 감소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아이피스의 바로 뒤쪽에 작은 태양필터를 끼우는 것. 이 태양필터를 통해 보면 태양이 녹색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필터의 색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피스에 끼우는 태양필터는 태양열 때문에 쉽게 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망원경에 의해 모인 태양열이 그대로 필터에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관측 중 필터가 깨져 태양빛이 새어나오는 느낌을 받는다면 재빨리 눈을 떼어야 한다. 계속해서 보다가 태양빛이 직접 눈에 들어오게 되면 아주 위험해진다. 필터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통의 일부를 가리거나 관측 도중 경통을 식히더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작은 태양필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태양을 관측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통의 전면을 모두 필터로 가리는 방법이다. 경통의 앞쪽을 필터로 가리면 태양빛이 이 필터에는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깨질 염려가 전혀없다. 진짜 태양필터라면 이런 필터를 말한다. 물론 전면 태양필터를 사용하더라도 투영법으로 관측할 때와 마찬가지로 파인더는 반드시 가려야 한다.

전면 태양필터는 광학유리면에 알루미늄이나 크롬을 코팅해 태양빛을 1만분의 1(D4필터)에서 10만분의 1(D5필터)정도로 줄인 다음 보호코팅을 한 것이다.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으로 4인치용과 6인치용이 있다. 이 필터의 장점이라면 깨지지 않으므로 안전하다는 것과 태양 본래의 색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예쁜 노란색이나 주황색의 태양을 볼 수 있다. 또 망원경 본래의 구경을 모두 활용할 수 있으므로 해상력도 아이피스에 끼우는 태양필터에 비해 비교가 안될 만큼 높다. 특히 많은사람들이 동시에 관측하려면 이러한 태양필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산 태양필터 개발

일식 관측에 필수적인 전면 태양필터가 최근 국내에서 개발됐다. 코팅두께에 따라 빛의 투과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태양필터를 제작할 때는 고난도의 코팅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코팅면이 수비게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제작단가가 높아 국내 제작은 사실상 어려웠다. 현재 일반용 태양필터를 제작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사우즌드옥스사가 유일하다.

대전의 천체망원경 전문업체인 대덕하이텍(042-485-1644)에서 개발한 태양필터(사진촬영용과 관측용)는 가격 대 성능비가 외국 제품에 비해 월등해 조만간 수출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태양필터는 알루미늄 코팅 이외에 보호막을 입혀 내구성을 높이고, 고스트상을 방지하기 위한 무반사코팅을 한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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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아마추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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