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사의 취리히연구소가 원자와 분자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판을 만들었다. 주판은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메모리’라는 의미를 가진다.
분자주판의 원리는 구리원자로 둑을 쌓고 그 사이 고랑에 10개의 분자를 놓아 움직이는 방식. 구리원자 사이에 있는 고랑이 레일 역할을 하고, 주사형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이 분자 주판알을 앞뒤로 움직여 계산한다. 주판알로 사용된 것은 60개의 탄소원자가 축구공 모양을 하고 있는 C60 풀러렌분자다. 주판알 하나의 지름은 1nm(10-9m). C60 풀러렌분자는 1996년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주사형터널링현미경을 사용해 원자를 1개씩 움직이는 예가 있었지만 극저온이라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에 만든 분자주판은 실온에서 분자를 움직이는데 성공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분자주판은 나노기술의 발전과 초미세 크기의 메모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