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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전유성 여전히 초보인 인터넷 도사

 

전유성씨의 홈페이지. 유지 보수가 안돼 구색만 겨우 갖추고 있지만, '개그맨으로 첫 홈페이지'다.


개그맨이 '본업'인 전유성씨(49)가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원래기계에 관심이 많은 그는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온 가수 이수만으로터 "형도 컴퓨터 공부 좀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베이식이니 코볼이니 하는 책을 사와 소설책 읽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번번히 10장을 넘기지 못하기 일쑤.

한동안 컴퓨터를 잊고 살던 그가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접한 것은 나이 마흔이 넘어서였다. '컴퓨터를 모르면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식의 거창함과는 차원이 다른, 개그로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을 위해서였다.

"명색이 개그맨 1호인데, 앞으로 컴퓨터를 잘 아는 친구들이 개그맨 후배로 들어올 것 아닌가. 그러면 아이디어 회의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단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걸 못 알아들으면 나는 도퇴된다. 나는 후배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예말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려는 듯,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컴퓨터로 한동안 '고도리'만 하던 그는(그는 자신이 컴퓨터 고도리에서 컴퓨터를 이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먼저 자판을 익히고 워드프로세서로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는 사람을 찾아 붙잡고 늘어졌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요즘, 그는 컴퓨터 강연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2년여동안 그는 컴퓨터회사의 경영진에서부터 공무원, 컴퓨터 학원, 노인학교 등 1백번이 넘는 모임에서 지신의 '컴퓨터 실력'을 오로지 입으로 발휘했다. 재작년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라는 긴 제목의 컴퓨터 입문서를 내놓은 이후 2년만의 일이다.

자신이 컴퓨터를 익히기까지의 체험담에 기본적인 활용법을 겯들인 이 책은 '쉬운 컴퓨터 입문서' 붐을 이으키며 50만부가 팔렸다.

'전유성=컴퓨터 도사'의 이미지를 심은 그는 여세를 몰아 작년 말 '인터넷, 일주일만...'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두 책의 중간에 'PC통신, 일주일만...'을 발표했으니, 그가 내놓은 컴퓨터 관련서적은 모두 세권. 이쯤이면 누구라도 '도사'라 부를만 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비전문가이며 초보자'라 부른다. 이는 그가 겸손해 하려는 말이 아니라 진실이다. 실제로 그는 어찌된 영문인지 책에서는 그 특유의 입담으로 설명해놓은 IP어드레스니, ftp니 하는 용어에 매우 낯설어 한다.

"그런 거 몰라도 내가 원하는 것 찾아볼 수 있을 정도면 돼요. 이를 테면 프로그램 만드는 것은 똑똑한 친구들이 하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쩌구 하는 걸 일일이 머리 속에 넣으려면 나쁜머리 탓해야 하고, 이 때문에 스트레서 받잖아요. 그래서 내 이름 들어간 '일주일 시리즈'가 이미 컴퓨터에 익숙한 이들에겐 더없이 시시한 책이지만, 모르는 이들에겐 용기를 주었다고 자부합니다."

그가 인터넷,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웹을 배운 것은 몇몇 사람들의 집요한 요구 때문이었다. 인터넷 익스프롤러로 넷스케이프와 브라우저 시장에서 일전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측이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한 한 방법으로 '인기 컴퓨터 강사'인 그에게 책을 내자고 한 것.

영어 장벽에 막혀 인터넷에 지레 겁을 먹고 있던 그에게 4명의 선생님이 붙어 집중 교육을 시켰고, 이 때문에 그는 아주 수월하게 신천지를 들락거릴 수 있게됐다. 결국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온전한 그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를 가르킨 도사 스승들의 것이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싶다.

한가지에 몰두하는 성격인 그는 사이버스페이스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동안 그 바쁜 스케줄을 뒤로 한 채 한나절 이상을 인터넷에서 허우 적거렸다고 한다. 그러나 "알타비스타에 들어가 플레이보이 최신호를 혼자서 찾아들어가 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요즘은 발길이 뜸해졌다. 일단 알고 나니 시시해진 것이다. 비록 인터넷에 별에 별 정보가 다 있긴 해도 "남들 다 아는 얘기 방송에 나와 떠드는 것은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는 것"이어서 뉴스그룹의 유머란 같은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인터넷이 많은 사람에게 좀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컴퓨터를 익힌 동기처럼, 아는 사람에 비해 모르는 사람은 언젠가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족 : 이 난의 이름값을 위해 북마크를 보여달라는 주문에 전유성씨는 "모두 공개할 수 없는, 그런 사이트들이어서 곤란하다"고 밝혔다. 정히 그의 북마크가 궁금한 독자는 chicul@nuri.net으로 E메일을 보내 요청해보시길.)"
 

199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영한 기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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