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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벨상 석학 대중강연

“호기심을 갖고 성공한 모습을 그려 보세요”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지만, 가장 소중한 상은 10살 된 손녀딸한테 받은 상이에요. 손녀딸한테 왜 상을 줬는지 물었더니, ‘올해의 할머니’ 상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상을 감사히 받자 머리카락이 리보솜 모양으로 된 제 얼굴을 그려주더군요. 이 같은 가족의 사랑이 지난 30년간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답니다.”

요나트 박사의 첫인상은 푸근한 이웃집 할머니 같았다. 강연회 사회를 본 성제경 서울대 교수가 사전에 선발된 3명만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모두에게 질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명의 학생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강연장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마치 자신의 손녀딸을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요나트 박사는 1시간 동안 ‘항생제와 리보솜의 관계’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쳤다. 그는 “분자들의 결합으로 구성된 DNA에는 유전자 암호가 담겨 있다”며 유전자가 인체의 필수요소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슬라이드와 동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북극곰에서 연구 실마리 찾아내

요나트 박사는 “단백질은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느끼고 일하고 움직이는 모든 상황에서 단백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 그는 “머리카락,
뼈, 피부 등 모든 신체 구조에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시절 ‘과연 우리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를 확인하려면 세포 내 단백질 생성 공장인 리보솜의 구조부터 밝혀야 했다. 결국 그는 1970년대 말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리보솜 구조 연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던 연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자전거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읽은 북극곰 이야기였다. 요나트 박사는 북극곰이 겨울잠을 잘 때 리보솜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는 “북극곰은 동면을 할 때 리보솜을 차곡차곡 쌓아서 ‘결정 상태’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뜻하지 않은 데서 연구의 힌트를 얻은 그는 리보솜 결정을 만들 용기를 얻었다.

요나트 박사는 강연 중간 중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항생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일찍 요절한 천재 음악가들을 거론하며 그들의 사망이유를 물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인 1950년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간염 같은 전염병이 사망원인이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로는 항생제 덕분에 전염병 사망자가 줄었다. 요나트 박사는 “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의 40%는 세균 리보솜의 활동을 방해한다”며 “항생제가 세균 리보솜에 침입해서 단백질이 생성돼 나오는 출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 연구를 바탕으로 슈퍼박테리아(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를 막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 꿈나무들과 함께하다

이번 초청 강연회는 동아사이언스와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학생 과학도들에게 호기심의 중요성과 노벨상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그만큼 열의에 찬 학생들이 강연회에 참석하겠다고 신청하는 e메일이 쇄도했다. 원활한 진행을 하기 위해 1차로 200명의 학생을 선발했고, 신청 내용을 바탕으로 요나트 박사에게 우수한 질문을 한 3명을 선정했다. 그 주인공은 권지원(창원 문성고 2학년), 오주현(한영외고 2학년), 현웅규(서일중 2학년) 학생이다.

학교 내 과학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는 권지원 양은 평소에 로봇공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꿈을 현실로 이뤄나가는 방법이 늘 궁금했다. 요나트 박사에게 한 질문도 ‘과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역할’에 대해 물었다. 이에 요나트 박사는 “지식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호기심이 더 중요하다. 호기심은 힘든 연구에서 자신을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부가 힘들어도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주문했다.

생물학자를 희망하는 오주현 양은 문과계열 중심인 외고에서 이과 계열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 양은 틈틈이 자연과학 교양도서를 탐독하며 과학의 열정을 키우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읽은 RNA 생명기원설에 대해 질문했다.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이 생명 기원을 밝히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며 “리보솜은 작은 박테리아에서부터 고등생물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생명 발생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질문한 현웅규 군은 화학자가 꿈이다. 그는 “평소 학교 과학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자주 한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동아’를 즐겨 봤다”고 말했다. 현 군은 요나트 박사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요나트 박사는 “어떤 경우에도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말고, 목표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강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현 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성공한 모습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의 자세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요나트 박사는 30분 남짓 진행된 질의응답을 마치고, 과학 꿈나무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질문자로 선정된 3명 학생은 같은 날 저녁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초대돼 요나트 박사와의 만남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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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문경수 기자 l 사진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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